“나는 아키텍트 마니아”…’80년생 개발자’ 손영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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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를 찾아서> 아홉번째 손님은 손영수씨다. 그를 소개하는 첫 문장을 어떤 것으로 할까 무척이나 고민했는데 이번에는 주민번호 맨앞 두자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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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는 80년생이다. 올해로 스물아홉. 지금까지 여러번에 걸쳐 개발자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80년대생과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 아닐까 싶다.

솔직히 인터뷰를 하기전만 해도 그가 80년생일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사전답사 차원에서 돌아본 그의 블로그 에는 ‘아키텍트로 가는 길’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는데 아무리 선입견을 들이대지 않는다고 해도 ‘아키텍트와 80년생’을 연결짓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개발자 경력이 10년은 되어야 아키텍트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개인적으로 그의 나이가 적어도 30대 중반은 됐을거라 지레짐작했던 이유다.

그래서였다. 23일 저녁 신도림역 근처에서 생각보다 어려보이는 듯한 외모를 가진 손영수씨를 보자마자 내입에서 튀어나온 첫 마디는 “실례지만 몇년생이에요?”였고 곧바로 “80년생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80년생 개발자가 아키텍트 관련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말인가?

손씨에게 물었다. “그럼 지금 아키텍트 관련 업무를 하시나요?” 그건 아니란다. 그가 지금 하는 일은 홈네트워크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아키텍트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아키텍트에 대한 그의 관심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그는 대학원생 시절부터 아키텍트란 테마에 빠지기 시작하더니 4년전부터는 데브피아에서 아키텍처 포럼 시샵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이쯤되면 가히 ‘아키텍트 마니아’ 수준이다.

개발자 손영수씨가 아키텍트 마니아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또 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SW 아키텍트 세계의 현주소는 어떤 모습일까? 손영수씨와의 인터뷰는 이와 관련한 이야기다.

블로그만 봤을때는 경력이 꽤 되신 분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80년생이라는 얘기를 듣고나니 좀 놀랍군요. (웃음) 개발자로서의 간략한 경력 소개좀 부탁드립니다.

나이가 좀 어린편이지요.(웃음) 저는 중고등학교때부터 프로그래밍에 빠져지내지는 않았어요. 대학때 전산을 전공하면서 개발자가 된 경우입니다. 그래도 동기들보다는 개발 프로젝트에 빨리 뛰어든 편입니다. 1학년때  교수님이 자동차 번호판 인식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거기에 참가하면서 SW개발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흔치 않은 사례지만 1학년때부터 학교 연구실에 들어가 있었거든요.

솔직히 C++도 제대로 몰랐던 시절이다보니 대학원 형들한테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나요.  좀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1학년 마치고 휴학을 한 뒤 박영만 전산학원에 들어가서 6개월정도 강의를 들었고, 실제 프로젝트도 진행해봤습니다. 학교로 돌아온 뒤에도 학업과 실무를 반반씩 병행했던것 같습니다. 학교다니면서 대학원 선배들이 차린 벤처기업에서 일도 해봤고요. 졸업한 뒤 회사 다닐려고 했는데 그건 아닌거 같아서 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석사 마치면서 회사에 들어가 현재 홈네트워크 시스템에 들어가는 SW개발일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 경력까지 합치면 나이에 비해 개발 경력이 오랜된 편이군요.

학교 포함해 대략 9년정도 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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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텍트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중인데요. 지금 하고 있는 업무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아키텍트에 관심을 갖게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하다보니 관심이 가더라고요. 제대로 한번 파보고 싶었습니다. 아키텍트란게 그림을 잘 그리는 개념이잖아요?  SW를 좀 아름답고 유기적으로 만들자는 겁니다. 전세계적으로 아키텍트가 각광받는 이유가 예전에는 SW 패러다임이 재사용에 있었다면 요즘은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 있는 구조를 만드는게 이슈입니다. 아키텍트가 보다 절실해진거죠.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이 대형화되면서 아키텍트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아키텍트에 관한 지식을 공부하는지요?

데브피아에서 아키텍처 포럼을 4년째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2주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있어요. 공부한 것 발표도 하고 책도 번역하는 일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주마다 3~4명이 발표를 진행하는데 제가 한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이 발표한 내용들을 흡수하다보니 조금씩 배워나가게 되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책을 위주로 스터디를 했는데 이제 논문도 다루려고 해요.

포럼에서 아키텍트를 공부하는게 향후 비전이 높기 때문인가요?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아키텍트를 열심히 공부해도 쓸곳이 별로 없습니다. 아직은 그래요. 때문에 공부한 뒤 유학을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커뮤니티에서도 한명이 유학을 떠났어요. 패턴지향 소프트웨어 아키텍처(POSA)에 대한 책을 쓴 저자한테 직접 배우고 싶다면서…


정부에서 SW아키텍트 육성 의사도 밝히는 등 우리나라도 점점 아키텍트에 대한 필요성이 늘어나는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중 아키텍트를 필요로 하는 곳은 별로 없다고 봐요. SI위주의 시스템이다보니 기반 기술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밑단에 프레임워크가 될만한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대부분 SI지향적이에요. ‘노가다’성 프로젝트인 경우도 많죠. SI쪽에서도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가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별로 없다고 봅니다. 제가 마이크로소프트(MS) MVP(Most Valuable Professional)인데요, MS 개발자들을 보면 프레임워크 쓸때 그에 따른 철학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용자 입장이에요. 영업이 우선시되는 대기업에선 아키텍트가 클 수 없습니다. 기술 위주의 중소기업이면 가능할지 몰라도…학교 교육도 전산이 점점 사이언스보다는 엔지니어링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엔지니어링을 해야하는데, 엔지니어링이 강조되는거같아요.

국내서도 아키텍트란 직함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견이지만 아키텍트란 직함을 가진 분들중 상당수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영업 지향적이란 느낌을 받을때가 있어요. 물론 아키텍트들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이원영 제니퍼소프트 대표를 꼽고 싶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포럼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는데요, 그럴때보면 게임쪽 개발자분들이 많이 옵니다. 얼마전 POSA 관련 책 번역 기념 세미나를 했는데 참가자중 절반이 게임 프로그래머들이더라고요. 그나마 아키텍트에 관심을 가진 분들은 게임쪽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하고 캐릭터 하나하나에 객체 지향적인 시스템을 필요로 하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게임쪽에서 게임 아키텍트가 많은지는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아키텍트를 둘러싼 환경이 척박한 것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인가요? SW원천기술이 대부분이 미국에 집중돼 있음을 감안하면 미국외 다른 나라도 비슷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MVP로 MS 본사 행사에 가면 다른나라 개발자들도 만나는데요, 인도에는 솔루션 아키텍트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얘기를 들어보니 문화가 그렇다는 겁니다. 인도가 SW강국 소리를 듣는 이유가 이 때문이지 싶어요.

그렇다면 국내에서 아키텍트를 꿈꾸는 사람들이 취하는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외국 기업들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업 문화가 우리와는 다르다보니 어려움도 있어요. 가정이 있으면 나가기도 쉽지 않고…외국 기업의 한국지사들은 물건을 파는 곳이지 기초를 다지는 성격은 아닌거 같고요.  현지화 수준입니다. 대부분이 그런거 같아요.

한국의 경우 아키텍트로 활동할 수 있는 문화적인 기반이 약하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인 설명좀 부탁드립니다.

국내의 경우 아키텍트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발자 10년하면 아키텍트에 대해 다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아요. 아키텍트도 전문분야가 있는데, 인프라 아키텍트, 솔루션 아키텍트, 네트워크 시스템 아키텍트가 다 따로 나눠져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잘 협의해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거에요.  때문에 협업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보면 아직 팀플레이가 잘 안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게 되게 중요한거거든요.

요즘 SW개발 분야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분야는 어느쪽인가요?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SaaS를 크게 구분하면 세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을 공통적으로 쓸 수 있게 해주는거고 두번째가 웹2.0과 결합된 서비스입니다. 세번째는 전통적인 SW서비스고요.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부분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많은 업체들이 이제 리치 인터넷 애플리케이션(RIA)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웹에서도 데스크톱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게된거죠. 유망한 신규 시장이 될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곳에서 우리도 힘을 얻어야 할것 같아요. 세일즈포스닷컴의 경우 고객관계관리(CRM)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SaaS 생태계가 만들어질려면 필요한 서비스가 많아요. 분야별로 다양한 서비스들이 계속 나올 것입니다.

국내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면 자바와 MS 닷넷 개발자들간 교류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MS 기반 개발자가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전산과에 가면 1학년때까지는 C를 배우고 2학년때 객체지향 언어를 배웁니다. 이때 자바 좋아하는 교수님 만나면 자바, C++ 좋아하는 교수님 만나면 MS하게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저는 MS쪽 좋아하는 교수님밑에서 배운거죠. 제 전공이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인데, 자바와 닷넷간 사생 논쟁 이런거는 사실 잘 몰라요.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나 웹2.0 같은 것은 사상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자바나 닷넷은 그저 플랫폼이잖아요?

개발자들 사이에서 그 제품의 철학이 좋다고하는식의 논쟁이 좀 있지만 사실 MS가 좋은 것도 있고 자바가 우수한 것도 있습니다. MS도 자바 기술 흡수한거 있고 반대 사례도 있거든요. 물론 자바는 오픈소스 성향이 강하다보니 잡초정신으로 자라난 개발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MS와 달리 특별한 지원없이 직접 만들고 하면서 커나간 개발자들이 많아요. 자바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프라이드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각종 세미나가 특정 회사 제품 홍보 위주로 진행되는 것도 자바와 닷넷간 논란이 벌어지는 원인이라고 봐요. 기반 기술 알게되면 다 똑같은 얘기인데도 세미나 가보면 ‘우리 제품이 더 좋다’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벤더 위주의 세미나가 많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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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을 통해 세미나를 많이 해봤을텐데요, 청중이 좋아하는 세미나를 하는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후배 개발자들이 가끔 포럼 세미나에 오는데요,  파워포인트로 발표하는 기술이 부족한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는데 몇번 해보니까 언제 뭘 어떻게 해야는지 감이 오는 편이에요. 무대를 즐기는 경우도 있고요.(웃음).  개인적으로는 김태영씨가 진행하는 세미나가 좋은거 같아요. 듣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할만한 것을 상황에 맞게 주거든요. 최고의 스피커죠.

좋아하는 개발자가 있나요? 


더글라스 슈미츠를 좋아합니다. 이 분야에선 꽤 유명한 사람인데요, 대학 교수이자 아키텍트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지식을 남들한데 잘 푸는데 인색하지만 슈미츠는 오픈소스 방식으로 분산 객체 기술을 만든 뒤 설계한 것까지 공유하고 있어요. 많은 컨설턴트들은 이거할줄 안다고만 하지만 그는 공개도 하고 책까지 썼거든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죠.

자기 계발은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포럼을 통한 스터디가 끊임없는 힘의 원천입니다.

개발자들도 영어 잘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영어는 필수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기반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 기술을 빨리 흡수해서 전도사가 돼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영어는 당연히 필수죠. 책에 있는 지식은 타이밍이 안맞을 수도 있으니 논문도 계속 공부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요. 적어도 영어 자료를 문제없이 읽을 수는 있어야 합니다. 듣기도 중요하고요. 실제로 아는 분들중에 실력은 좋은데 영어가 안돼 고전하는 사람들 많이 봤어요. 영어안하고 개발만 하다보면 뒤쳐진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저의 경우 읽는거는 문제가 별로 없는데 듣기는 아직 바로바로 안돼요. 전공분야는 그마나 좀 알겠는데..계속 공부해야죠.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저의 경우 분산 아키텍처에 관심이 많다보니 MS WCF((Windows Communication Foundation)에 흥미를 많이 느낍니다. 앞으로는 PLOP(Pattern Languages of Program Design ) 학회란게 있는데 거기에 논문을 내고 한국에도 PLOP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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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고수를 찾아서>라는 타이틀로  개발자 대상 인터뷰 시리즈를 진행해왔는데, 앞으로는 <개발자를 찾아서>로 바꿀 예정이다. ‘고수’란 뜻이 남들이 보면 와~하는 필살기를 갖춘 개발자가 아니라 개발자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미래를 고민하는 뜻을 담고 있음을 시리즈를 시작할때부터 설명드렸는데도 많은 개발자분들이 ‘고수’라는 표현을 부담스러워하는 탓이다. 괜히 잘난체 하는 것 같아 영 부담스럽단다.^^ 그럼 ‘개발자를 찾아서’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많은 분들이 그게 좋겠다는 답을 주셨다. 다음부터 <고수를 찾아서><개발자를 찾아서>로 타이틀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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