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 포럼’ 출범…배달 노사 머리 맞댄다

6개월 동안 사회적 대화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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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일 만우절. 서울 중구 명동11길 20 3층 라이브홀에서 ‘플랫폼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이하 포럼)’ 1기 출범식이 열렸다. 마이크를 잡은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오늘은 한국 노동운동사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자리”라며 “정부가 아니라 노사 당사자가 주도하는 사회적논의기구가 최초로 출범하는 날”이라고 운을 뗐다. “한국 사회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포럼에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을 비롯해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배달앱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배달대행기사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배달대행 전문 물류 스타트업 스파이더크래프트 등 배달업종 노사 관계자들이 고루 참석했다. 이들은 공익전문가들과 함께 배달종사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앞으로 6개월 간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도출해낼 예정이다.

배달업종에 뿌리내린 플랫폼노동

플랫폼노동은 넓은 범위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력이 거래되는 고용형태를 일컫는다. 작년 한국고용정보원은 2018년 기준 국내 플랫폼노동 종사자 규모가 최대 54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앱을 통한 배달대행은 대표적인 플랫폼노동 사례다. 문제는 플랫폼노동자의 법적지위가 모호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기존 노동법으로 일괄 규율하기 어려워, 제도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포럼이 출범하게 된 배경이다.

포럼은 ▲배달 플랫폼노동의 보호 대상에 관한 당사자 협의 및 제안(기존 업무수행 실태 진단, 위장 자영업 오분류에 대한 기준 논의 등) ▲배달산업 공정경쟁 질서 확립을 위한 기준 마련(사업자 간 불공정 계약조항의 근절 및 배달산업 세제 적용 재편, 배달산업 양성화를 위한 개선과제 도출 등) ▲배달산업 종사자 처우 안정을 위한 사회적 보호조치(종합보험, 산재보험, 공제 등을 포함한 사회안전망 관련 논의와 기업정책, 종사자 처우에 관한 제반 논의 등) ▲법제도 개선방안 협의 및 제안 등을 주요 의제로 삼았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새로운 형태의 고용관계에 대해 노동조합과 플랫폼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 사회적 대화를 주도하는 것은 국내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라며 “전세계적으로도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이 결과가 다양한 분야,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플랫폼노동의 조건

지난 1년 동안 배달 플랫폼기업과 노조는 플랫폼노동 문제 대안 마련을 위해 사회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포럼은 이번 논의를 단초로 플랫폼노동과 관련한 사회적 대화 분위기가 산업 전반에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다. 신(新)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이에 적합한 고용형태가 사회에 자리를 잡으려면 안전장치가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포럼의 위원장을 맡은 이병훈 중앙대학교 교수는 “보통 단체교섭이든 정책 협의이든 노동계가 적극적이고 사측은 소극적인데 이번에는 기업이 앞장선 데 대해 높게 평가한다”라며 “단순히 (기업이) 착해서 이 같은 논의를 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질서가 잡혀야 산업도 양성화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우선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플랫폼노동자들이 실제로는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일하는 사례들을 지적할 예정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모든 라이더를 다 근로자로 만들자는 입장은 아니다. 직접고용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인데, 프리랜서 계약을 해놓고 지휘·감독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고의 경우 근로시간을 알 수 없는 문제가 있었는데, 플랫폼노동은 앱을 매개로 하기 때문에 초단위로 알 수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 취지에 맞게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등에서 짬짬이 일하는 이른바 ‘긱(Gig)’ 노동자는 주된 논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배달 플랫폼노동을 논의하는 전반적인 과정 안에서 이 영역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환 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긱 노동 관련 논의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결과적으로 긱 영역의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게 맞는 방향 같다”라고 말했다. 또 “전업과 부업을 넘어, 전체 플랫폼노동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기획팀장은 “그런 (부업) 형태의 노동자들을 위한 권리 보호에 대해서도 주장하겠다. 라이더유니온은 과하게 요구만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런 위치에 있다”라며 “최소한의 기준을 좀더 높이는 데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포럼은 추후 노사 합의사항을 바탕으로 입법을 제안할 예정이다. 정미나 정책실장은 “현재로서는 (합의사항이) 구속력도 없고 전체 산업을 규정할 수도 없으나 당사자간 합의를 도출했다는 데 힘이 있다”라며 “계기가 되어 음성화된 시장과 다른 스타트업들에게도 의미를 주고 (사회적) 흐름을 알리는 좋은 선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례가 갖게 될 파급력은 국회와 정부의 몫”이라고도 강조했다.

포럼은 오는 5월8일 2차 전체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장 회의는 비공개가 원칙이나, 참석자 전원 의결 하에 매 회의 주요 논의 및 결정사항을 회의록 등의 형태로 공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