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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갈린 상용화 1년…5G는 어디서 와 어디로 가나

2020.04.05

지난해 4월3일 역사적인(?) 5G 상용화 서비스가 시작됐다. 4월5일부터 5G 일반 가입이 가능했지만 이동통신 3사는 3일 밤 11시 일부 가입자를 대상으로 기습 개통 작전을 벌였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서였다.

서두르다 보니 사건사고들이 이어졌다. 기습적인 상용화 이후 5G 가입자들은 좁은 커버리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고 통신사 대리점에서 ‘LTE 우선모드’를 권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제 5G 상용화 1년이 됐다. 양적으로 보면 내세울만한 ‘거리’들이 나름 쌓였다. 한국은 일찌감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전세계 5G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상용화 약 10개월 만에 5G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했으며, 5G 스마트폰 시장도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외국 회사들이 주도해왔던 통신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품질과 5G에 걸맞는 비즈니스 모델 확보 측면에선 여전히 갈길이 멀어 보인다. 이통사들과 정부는 5G시대가 왔다고 외쳐대고 있지만, 쓰는 사람들은 5G 시대가 왔다는 걸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용화 1주년을 맞는 5G 통신 시장은 공급자 중심 구조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5G 통신 시장의 탄생과 가야할 방향을 정리했다.

| 지난해 5G 첫 단말 삼성 갤럭시S10 5G(오른쪽)와 LG V50 씽큐

첩보 작전 같았던 세계 최초 5G 상용화

세계 최초 5G 상용화는 정부와 통신 3사, 단말기 제조사의 합작품이다. 정부는 2017년 말 5G 상용화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고,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2018년 6월 5G 인프라 조기 구축을 위해 주파수 경매를 1년 앞당겨 실시했으며, 이후 무선설비 기술 기준 마련, 5G 장비·단말 전파 인증 등을 차례로 진행하고 2018년 12월1일 세계 최초로 5G 전파를 발사했다.

상용화 시점은 첩보 작전을 방불케 했다. 2019년 3월 말을 목표로 정부와 이동통신 3사, 단말기 제조업체는 총력전을 폈지만, 단말기가 준비되지 않으면서 상용화 일정은 연기됐고, ‘갤럭시S10 5G’ 국내 출시일이 확정되면서 5G 상용화 시점은 4월5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미국 버라이즌이 5G 상용화를 예정보다 앞당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3일 국내 5G 서비스 개통이 이뤄졌다. 이를 위해 갤럭시S10 5G가 1호 가입자들에게 급히 전달됐고, 일반적으로 개통이 안 되는 야간 시간인 밤 11시에 5G 서비스 개통이 이뤄졌다.

| (왼쪽부터) SK텔레콤 5G 서비스 1호 가입자 엑소 백현, 김연아 선수, 윤성혁 선수, 박재원 씨, 페이커 이상혁 선수, 엑소 카이

5G 밑그림 그렸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을 쥐고 5G에 집중 투자한 결과, 한국은 5G 초기 시장을 주도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의 ‘모바일 경제 2020(The Mobile Economy 2020)’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5G 상용화 이후 현재 24개국 46개 통신사에서 5G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39개국 79개 통신사가 5G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세계 통신사들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모바일 설비투자 비용(CAPEX) 1조1천억달러 중 80%를 5G망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세계 5G 가입자 수가 약 1300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같은 기간 국내 가입자 수는 466만명을 기록했다. 올해 2월28일 기준 국내 5G 가입자 수는 536만명을 넘었다. 5G 기지국은 전국 85개 시에서 약 10만9천국을 구축했다.

국내 5G 서비스 경험을 발판으로, 통신 3사와 통신 장비 제조사의 해외 진출 기반이 마련됐다. 독일 도이치텔레콤, 일본 KDDI, 캐나다 비디오트론, 미국 US셀룰러, 뉴질랜드 스파크, 중국 차이나텔레콤, 홍콩텔레콤 등에 통신 기술협력과 장비 및 콘텐츠 수출이 증가했다.

5G 단말기도 국내 제조사를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듀얼 스크린, 폴더블폰, 태블릿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5G 단말기를 출시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5G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3%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5G 통신 장비 측면에서도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3강 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IHS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5G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 에릭슨에 이어 23.33% 점유율을 차지하며 3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초기 5G망 투자와 규모의 성장은 중소 기업에 낙수효과로 돌아가고 있다. 5G 기지국 장비 제조업체 KMW는 삼성전자, 노키아 등 글로벌 업체와 함께 다중입출력장치를 개발해 2019년 전년 대비 247% 증가한 733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61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광송수신기 제조업체 오이솔루션은 삼성전자, 화웨이, 에릭슨 등에 5G 장비를 공급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8% 증가한 210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3D VR 콘텐츠 스타트업 벤타브이알은 LGU+와 함께 해외에 진출해 전년 대비 매출액이 178% 증가한 50억원을 기록했다.

통신 품질 개선, B2B 사업모델 확보 과제

하지만 이용자들은 여전히 품질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초기 5G 가입자들은 좁은 커버리지와 망 불안정성 탓에 간헐적인 연결 끊김 문제, 배터리 소모 증가 등의 문제를 겪었다. 5G 폰에서 LTE망만 사용하는 ‘LTE 우선모드’는 상식으로 통했다. 현재 전국 85개 시에 약 10만9천개의 기지국이 설치됐지만, 80만개가 넘는 LTE 기지국과 비교해 8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 SK텔레콤 5G 상용망 구축 현장 (사진=SK텔레콤)

또 고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5G 특성상 장애물을 피해서 가는 회절성이 약해 신호 도달 거리가 짧기 때문에 LTE보다 더 많은 기지국 설치가 필요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 경우 5G는 여전히 끊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망을 구축할 계획이지만, 통신사들은 전국망 구축 완료 시기를 명확히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국 단위의 5G망 안정화까지는 최소 3년에서 4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망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8만원대의 고가 위주로 형성된 요금제도 지적받는 사항 중 하나다.

통신사들은 올해 5G 단독모드(SA)28GHz 밀리미터파(mmWave) 주파수 대역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통신사들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5G 설비 투자에 19조6609억원을 쏟은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당초 계획보다 50% 늘어난 4조원을 5G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다.

5G의 관건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시장이다. 5G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의료 등 다양한 융합 산업이 형성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지난해 통신 3사는 해당 분야에 대한 다양한 협력과 투자를 늘려가며 활용 사례 발굴에 힘썼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는 명암이 분명하다. 앞으로 5G가 단순 통신의 영역을 넘어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인 투자에 따른 효과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5G 산업 육성을 위해 3400여억원을 투입했으며, 올해는 87% 증가한 6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속해서 되짚어 볼 부분은 이용자를 담보로 한 5G 성과가 누구에게 돌아가냐는 점이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