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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울음부터 수학풀이까지…‘초개인화’ 공략하는 스타트업들

2020.04.21

아이 울음소리를 분석해 부모가 해야 할 행동을 일러주고, 모르는 수학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해답을 알려준다. 내가 쓴 ‘자소서’가 서류전형을 통과할지 여부도 예측해준다. 이처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개인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超)개인화 기술’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4월21일 구글플레이는 구글미트 화상회의를 통해 초개인화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스타트업을 초청해 ‘구글플레이 개발자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이번 개발자와의 대화에는 이수지 디플리 대표, 황리건 원티드랩 제품총괄, 정원국 매스프레소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참여했다.

아기 울음소리·수학풀이·채용 파고든 AI

소리 기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디플리는 초개인화 기술을 육아에 접목시켰다. 이 스타트업이 내놓은 육아 앱 ‘와(WAAH)’는 아기가 내는 소리를 감지·분석해 배고픔·졸림·기저귀 교체·안아주기 등 부모가 해야 하는 행동을 알려준다. 6개월 미만 신생아를 키우는 200가구에서 2~3주 동안 녹음한 데이터를 확보해 울음 패턴을 찾았다. 울음소리마다 편차는 있지만, 1년 미만의 신생아는 혀가 말려 들어가거나 특정행동을 보이는 등 공통점이 있어 여기에 집중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매스프레소의 AI 수학풀이 검색 서비스 ‘콴다’는 초·중·고 학생 3명 중 1명이 사용하는 앱으로 유명하다. 모르는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검색하면 5초 안에 해당 문제의 풀이를 제공해준다. 초반에는 사람이 직접 문제를 풀어주는 방식이었지만, 10분 이상이 소요되는 데다가 동일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묻는 경우가 많아 비효율적이었다. 이에 딥러닝 기반 자체 광학문자판독(OCR) 기술을 개발, 문자와 수식을 인식해 수백만건의 문제풀이 데이터에서 관련 풀이를 찾아 제시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질문 수는 10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는 해외로도 진출해 5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페인어, 태국어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채용에도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원티드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맞춤형 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채용공고에 적합한 인재를 연결해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직자가 작성한 이력서와 채용공고의 내용을 분석해, 서류통과율을 제시해준다. 이를 통해 구직자와 기업 양쪽에 효율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티드는 한국·일본·대만·홍콩·싱가포르 등 5개국에서 7천여개 기업이 이용 중이다. 누적 지원 수는 110만건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들은 초개인화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며 ‘라벨링(Labeling·기계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 가공하는 작업)’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충도 토로했다.

이수지 대표는 “7만 시간 이상의 소리 데이터를 모았다. 각각의 데이터마다 갖고 있는 고유 특성에 따라 라벨링을 해야 하는데 반복해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분류하는 작업은 고강도 노동이었다”라면서도 “데이터가 더욱 유효하고 쓸모 있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를 수행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할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에서 중요한 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정원국 CTO는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정의하고 라벨링하는 자체가 중요하다”라며 “가령 이 수학문제를 물은 학생은 어떤 개념을 모르고 있을지 추론하고 어떤 지식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공부를 추천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인지부조화를 적게 느끼는 상황을 고려해 라벨링해야 했다.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 도메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에 있어야 질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을 항상 느낀다”라고 강조했다.

황리건 총괄은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들이라 해도 AI는 방대한 데이터가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 창업 새내기가 이 같은 데이터를 갖추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데이터를 쌓으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활용할 수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해외와 달리 한국은 한글화된 데이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 이를 (정부가) 지원해준다면 스타트업도 AI 비즈니스를 하기 좋아질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