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방지법’, 졸속처리” 20대 국회에 빨간불 켠 인터넷업계

“임기 말에 접어든 20대 국회의 무책임한 졸속심사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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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이른바 ‘n번방 방지법’ 등 인터넷산업 규제법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구체성이 결여된 법안을 공청회 등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졸속 처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법 개정으로 해외사업자와의 규제 역차별이 심화돼 국내 인터넷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5월11일 사단법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 벤처기업협회(이하 벤기협),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3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n번방 사태’ 이후 쏟아지는 법안들이 산업계를 옥죄는 규제를 담고 있다”라며 “국회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형식·절차 요건조차 무시하며, 규제대상 끼워 넣기, 과도한 규제 양산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기 말에 접어든 20대 국회의 무책임한 졸속심사를 우려한다”라며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 쟁점법안의 졸속처리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 쟁점법안은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이에 3단체는 각 법률 개정안을 소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각 법률 개정안 및 시행령에 위임된 내용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사적검열? 역차별 해결은? 모호한 규제들

정보통신망법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은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명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린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인터넷사업자는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를 위해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다해야 한다.

문제는 조처해야 하는 기준이나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용자의 이메일·개인 메모장·비공개 카페 및 블로그·클라우드·메신저 등을 사실상 검열하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단체는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통해 모든 이용자의 게시물 및 콘텐츠 전체를 들여다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라며 기술적·관리적 조치의 구체적인 의미를 밝혀 달라고 짚었다.

또 부가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안정을 위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제22조의7 역시 ‘안정’의 의미가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연장선상에서 3단체는 ISP의 문제로 발생한 서비스 불안정과 부가통신사업자의 관리영역에서 발생한 서비스 불안정을 관계당국이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역차별 문제도 제기했다. ‘n번방 사건’이 발생한 ‘텔레그램’의 경우 서버 위치도 모르는 데다가 직접 소통도 어려운데,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력을 보장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3단체는 “결국 불법촬영물을 등 불법정보 차단 관련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내사업자에 또 하나의 의무가 추가되는 것”이라며 대책을 요구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은 국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민간 데이터센터(IDC)를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해외 사업자들의 리전이나 임대 IDC를 활용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고 공정하게 법의 적용이 가능한지, 국내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지는 않을지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다양한 질의사항을 전달하며 법안이 인터넷산업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3단체는 “인기협, 벤기협과 코스포의 회원사인 기업들은 대부분 위 3개 법률 개정안의 수범자인데, 각 법률 개정안은 중요한 내용을 모두 정부의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향후 어떤 제도가 만들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해관계자, 전문가, 산업계, 이용자 등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사회적, 경제적 영향평가 등을 충분히 거친 후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쟁점법안의 처리를 21대 국회로 넘겨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3단체는 오는 12일 오전 10시30분 ‘20대 국회의 임기 말 쟁점법안 졸속처리 중단을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