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수다떨기]IT는 전기같은 존재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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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태풍 ‘곤파스’가 강타한 서산 고향집을 가면서 정말 놀랐다. 소나무들이 고사리처럼 수없이 꺾여 있었다. 태풍이 아니라 거인나라 어린이가 소나무를 가지고 장난을 친 듯 했다. 소나무들만이 아니었다. 길가의 플라타너스도 그랬다.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관통할 때 충남 서산은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41.4m였단다. 커다란 바위도 날려버릴 수 있는 강풍이다. 서산에서 대산 읍내까지 가는 시간은 다른 때보다 빨랐다. 속도 위반을 한 게 아니라 태풍에 꺾여 완전히 무용지물이 된 신호등 때문이다.

집 앞의 아카시아 나무들도 뿌리가 뽑혔다. 감나무는 가지가 부러졌고, 석류나무는 석류의 속을 채워보지도 못하고 땅에 쓰러져 있었다. 정말 한방에 갔다. 그나마 피해가 이 정도였음을 하늘에 감사해야 했다.

집에는 며칠 전기가 안나왔다고 한다. 아버지가 말했다. “전기 안드러오니께 죽을 것 같더먼. 등두 뭇 키구, 물두 안나오구. 테레비도 안되구. 참, 깝깝혀서 죽는 줄 알었구먼.” 아버지는 그게 끝이겠지만, 나는 거기에 더해서 전기가 나가면 인터넷도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도 못쓰고, 게임도 못한다.

일요일 아침, 선풍기가 돌지 않는다. 전기가 또 나갔다. 뜨거운 햇살이 내려쬐기 전에 어제 베어놓은 참깨들을 비닐하우스로 날라야 했다. ‘말로’라는 또 다른 태풍이 북상중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운기와 내 몸뚱아리는 전기와 분리돼 있어서 그런지 움직이는 데 문제는 없었다.

땀을 듬뿍 흘리고 샤워를 하고 아침밥을 먹고 잠시 뒹굴다가 뜬금없는 생각을 해봤다. 정보기술(IT)은 정말 전기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또 원하는 전기를 원하는 시간에 쓰고, 쓴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를 닮아가려는, 그래서 주목받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전기처럼 정말 안전하게 공급될 수 있을지. 사회 곳곳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해가면서 발생하는 IT 융합 현상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충청도 말로 ‘참 개갈안나는’ 생각을 한 것이다. (개갈 안나다는 시원치 않다는 뜻 정도?)

최근 사회 변화를 보면 원하든 원치않든 IT를 더욱 잘 활용하려는 추세로 움직이고 있다. 건물 전체를 관리할 때도 IT 시스템은 기본 인프라이고, 도시 하나도 통째로 IT로 관리하려고 한다. 난 그걸 첨단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옆에서 박수를 치며 북치고 장구를 친다. 분명 뭔가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은데 그 방향이 과연 맞고 타당한 것인지 깊이 있게 생각해봤는지 반성해본다. 당연하다고만 생각해왔다. 이 분야에서 밥 벌이를 하고 있어서일 게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전기나 IT에 완전히 종속됐거나 종속돼가고 있는 나를 본다. 아주 어려서는 전기가 안들어오는 시골에서 자랐고, 조금 커서도 전기는 심심찮게 나갔었다. 초등학교때 흑백 텔리비전을 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그리고 블로터닷넷에 합류한 지 만 4년이 지났다. IT가 사회에 어떤 영향들을 미치는 지 관심 좀 가져봐야겠다. 모처럼 비계덩어리 몸을 새벽부터 움직였더니 제정신이 든 걸까. 역시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려야 머리도 돌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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