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사라진 도로에 ‘파파’가 달린다. 13일 정부는 ICT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서울·수도권에서 렌터카·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서비스를 ‘실증특례’로 허용했다. 내년 4월 여객자동차 운송사업법 개정안 시행 전, “국민들이 모빌리티 혁신을 (조기에) 체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타다의 빈 자리가 채워질 거라 기대하기는 이르다. 다양한 모빌리티 시도가 나올 조짐으로 읽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각 업체의 서비스 규모가 턱없이 작기 때문이다. 또, 하위법령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탓에 불확실성이 커 기업들은 섣부른 시장 진입을 주저하고 있다.

택시 아닙니다” 렌터카도, 자가용도 길 뚫렸다

파파모빌리티는 VCNC의 ‘타다베이직’과 동일한 기사 포함 11인승 렌터카 호출 서비스 ‘파파’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파파는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모바일 앱을 통해 렌터카 유상운송에 나선다. 예약전용 서비스를 통해 승차거부나 ‘골라 태우기’를 방지하는 한편 교통약자 특화 서비스 등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현행 여객자동차법은 사업 면허 없이 돈을 받고 손님을 태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노란 번호판’을 달아야 영업할 수 있다. 렌터카를 유상운송에 제공하거나 알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파파는 여객법 예외조항을 근거로 렌터카 기반의 유상운송을 해왔지만, 타다와 마찬가지로 불법 ‘유사택시’ 논란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8월 서울개인택시기사 10여명으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김보섭 큐브카(파파모빌리티) 대표는 “이번 규제 샌드박스 통과는 법적 리스크 해소를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5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내년까지 300대 규모로 증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을 유상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알선하는 것도 현행법상 금지돼 있었다. 택시업계가 ‘카풀’ 업체들에 반발했던 이유다. 정부는 이 빗장도 풀기로 했다.

코액터스는 최대 100대로 자가용(QM6, 중형 SUV) 유상운송에 나설 예정이다. 서비스명은 ‘고요한M’이다. 기사의 30%는 청각장애인 등 취약계층으로 꾸리고, 이외에는 비장애인을 고용할 방침이다. 청각장애인 기사와 승객은 코액터스가 개발한 태블릿으로 소통하게 된다. 배회영업은 불가하며, 예약·호출로만 손님을 받을 수 있다.

파파는 달리는데 타다는 멈춘 까닭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여객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이 택시가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에 길을 터주는 계기가 됐다. 이 법은 ‘타다’와 같은 플랫폼사업자가 기여금을 내면 플랫폼 운송사업 면허를 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플랫폼 운송사업자는 정부가 허가하는 총량 안에서 영업이 가능하다. 타다는 기존 서비스에 기여금 등 각종 조건이 ‘누더기’로 붙으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해왔다. 법안이 통과되자 타다는 지난달 주력 서비스인 ‘타다베이직’을 접었다.

법 개정을 주도해온 국토교통부는 개정안이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타다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놓는 ‘혁신법’이라며 맞섰다. 법안 통과 이후에는 국토부 홈페이지 대문에 ‘타다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집니다’라고 홍보해,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조롱하지 말라”며 SNS로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국토부가 렌터카·자가용 유상운송을 허용한 배경은 여기에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추진하던 법이 ‘타다금지법’으로 불려 논란이 컸던 이상, 타다의 대체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파는 한때 서울에서만 100여대를 가동했는데, 규제 탓에 인도 등 해외로 진출을 시도하다 현재는 50여대로만 운영 중이다. 규제 샌드박스 통과로 수를 늘린다 해도 최대 300대까지만 허용된다. 파파도 시장 상황을 보며 사업을 천천히 확장할 계획이다. 코액터스는 현재 20여명 안팎의 청각장애인과 협력하고 있다(최대 100대 허용). 타다가 확보한 차량은 1천대 이상이었다. 두 서비스 모두 예약·호출로만 이용 가능한데, 호출할 수 있는 차량의 수와 지역 등에 한계가 있어 아직까지는 소비자 편익을 충분히 제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두 업체는 1년여 동안 서비스를 운영하고, 내년 4월 8일 법이 개정되면 6개월 안에 플랫폼 운송사업 면허를 부여 받아야 한다.

다양한 택시’만 달리는 법 될지도

문제는 ‘규제 수준’이다. 여객법이 고쳐지고 나면 플랫폼사업자는 ‘운영가능 대수’를 정부로부터 허가 받아야 한다. 이들에게 내줄 전체 총량도 택시 감차 추이에 따라 정해질 방침이라, 기업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은 제한적이다. 반면 이른바 ‘프랜차이즈 택시’인 택시가맹사업과 카카오택시 같은 택시호출사업은 사세 확장이 훨씬 자유롭다. “타다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지”는 것은 아직 불분명하나, 법 개정으로 택시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지는 길은 확실히 넓어진 셈이다.

약속대로 ‘제2의 타다’를 키우려면 여객법 개정안의 하위법령에서 기업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기여금 △총량 △허가제 등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14일 국토부가 출범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가 법 개정 방향을 논의해 정부에 제안하게 되므로, 이들이 만들 ‘디테일’이 중요하다.

스타트업계는 위원회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총량, 기여금 규제가 없는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이 크니 ‘고요한택시’를 하던 코액터스나 기존 사업하던 파파모빌리티 외에는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여객법에서도 택시 가맹・호출 사업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택시가 아닌 타다 같은 기업을 담기 위해 법을 개정하기로 한 건데 정작 신규 사업자가 들어오기 어렵게 진입장벽을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투자자들에게는 (위원회가) 큰 신호가 될 수 있었는데, 위원회의 구성이 택시에 쏠린 것을 보고 계산기를 안 좋은 방향으로 두드릴까 걱정스럽다”라며 “(정부가) 비용 부담은 최소화하고 사업 확장 가능성은 열어주겠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 아닌 서비스는 나오기도 어렵고, 반응이 오기도 어렵다”라며 “타다 자체는 손익분기점(BEP)이 안 나오던 모델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일종의 ‘환상’이 심어졌다. 너무나 큰 차로 접근 가능한 요금제 안에서 고급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된 논란을 떠나 소비자 경험의 기준이 타다가 됐기 때문에 서비스 질이나 규모가 크지 않다면 소비자가 호응할지 의문”이라며 “이를 이기려면 기발한 아이디어로 타다와 전혀 다른 서비스를 내놔야 하는데, 하위법령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모르니 플랫폼 운송사업을 하고 싶은 기업들은 ‘눈치싸움’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가맹택시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는 전국 10개 지역에서 5200대로 운영되고 있다. 연내 1만대까지 몸집을 불릴 계획이다. ‘마카롱택시’ 운영사 KST모빌리티는 서울에서만 3600여대의 가맹계약 택시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