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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n번방 방지법’, 쟁점은?

2020.05.19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국회 처리를 앞두고 찬반 양론이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업계는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만 큰 ‘졸속입법’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업계만 역차별을 받게 될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사업자의 책임이 강화되는 탓에 개인의 카카오톡 대화방까지 ‘검열’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인터넷사업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과도한 주장을 펼친다고 말한다. ‘사적 검열’을 하려는 게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물 유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터넷사업자에게 부과하는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법안의 취지라는 설명이다. 온라인 성착취물 유통 근절에 목소리를 내온 단체들도 “사생활 검열은 가짜뉴스”라며 법 통과를 찬성하고 있다. 이같이 양측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가운데, 핵심 쟁점을 정리해봤다.


‘n번방 방지법’은 왜 나왔나

개정법은 ‘불법촬영물’ 유통으로 인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초동 조치보다는 ‘재유통’을 빠르게 막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 ‘웹하드(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 업체들에게 적용되던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가 네이버·카카오 등을 비롯한 ‘부가통신사업자’로 확대된 게 골자다.

인터넷사업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 가운데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해 △삭제 등 유통방지 조치 및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 등을 이행해야 하며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징벌성 과징금제’가 적용될 수 있다.

법안을 발의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발생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처럼 불법촬영물의 유통으로 인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신속한 삭제와 접속 차단이 우선돼야 한다”라며 법 취지를 설명했다.

카톡 검열’…하나, 안 하나

결론부터 말하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카페, 블로그, 오픈채팅방 등 불특정 다수가 접근 가능한 ‘공개적인 공간’에 적용되는 법이라고 해명했다.

문제가 불거진 건 디지털 성범죄 촬영물의 ‘유통 방지’ 조항 때문이다. 인터넷업계는 사업자가 이메일, 개인 메모장, 비공개 카페 및 블로그, 클라우드, 메신저 등 이용자의 모든 게시물과 콘텐츠를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고, 사적 검열 논란에 불이 붙었다. 2014년 ‘카카오톡 감청 논란’과 2016년 테러방지법 처리를 앞두고 발생한 텔레그램 사이버 망명 사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여론이 들끓자 방통위는 진화작업에 나섰다. 공개 게시판이나 카페, 오픈채팅방 등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불법촬영물)’에 적용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인터넷업계 우려처럼 ‘개인 간 사적인 대화’는 대상 정보에 포함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최성호 방통위 사무처장은 15일 기자들에게 “가령 URL이 외부에 공개된 경우처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게시판, 대화의 통로 등은 포함된다”라며 “카카오톡의 1:1 대화, 문자 메세지 등은 일반 사람이 접근할 수 없어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초안에 명시된 조항 탓이 컸다. 초안에는 “불법촬영물 등에 대해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인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의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사적 검열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문구는 법안 심의과정에서 삭제됐다.

이날 방통위는 인터넷사업자의 ‘자체적인’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고나 삭제요청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단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삭제·접속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것이다. “애매할 경우 사업자들은 방심위에 (판단을) 요청하면 된다. 사업자의 자의적인 판단이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에 대해서는 △불법촬영물 등 발견 시 신고 기능 △검색 또는 송·수신 제한 △경고문구 발송 등을 검토 중이다. 또, 음란물·성착취물 데이터베이스(DB)를 개발해 인터넷사업자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왜 전부 시행령에서 정하나

너무 모호하다.” 인터넷업계의 불만은 또 있다. 이 법을 적용 받는 인터넷사업자의 범위, 기업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 등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제도의 예측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단법인 오픈넷의 박경신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모호한 법안은 추후 검찰이 법령을 어떻게 해석할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의 ‘생색내기 입법’이라는 비판도 있다. 최민식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6일 열린 ‘n번방 방지법, 재발방지 가능한가?’ 긴급토론회에서 “기존에도 충분히 (인터넷사업자를) 규율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있으나 이를 준수하려 노력하지 않고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대한 용어와 정의, 처벌기준, 행위양태, 이득 차단 등을 구체적으로 정립하는 게 먼저”라고 발언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블로터>에 “인터넷사업자의 범위는 법사위에서 구체적으로 수정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시행령에) 위임한 것은 기술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기에 구체적으로 적는 것은 무리가 있어 부득이하게 시행령에 넘기게 됐다”라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텔레그램 못 잡으면서 법은 왜 만드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법안의 ‘실효성’이다. 이번에 해외 기업을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역외적용’ 규정이 신설됐지만, 양측은 이 효력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업계는 ‘n번방 사건’이 벌어진 곳은 텔레그램인데, 정작 법이 통과돼도 서버나 본사의 소재조차 불명확한 텔레그램에 대해서는 제재가 어렵다는 점을 비판한다. 국내 사업자에게만 칼날을 겨누는 ‘역차별법’이 될 거라는 주장의 근거다.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속기록을 보면 정부도 실효성이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 “해외 사업자에 대해서는 규제가 미칩니까?(이상민 의원)”, “현재는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 “마치 이번 텔레그램 방에 이 법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조차도 제가 볼 때는 국민을 대하는 적절한 대응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이종걸 의원)”

– “우리나라 법안이 해외 사업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역외적용) 규정을 둔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 집행력 확보 문제는 별개(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법 통과를 지지하는 쪽은 역외적용 규정으로 해외 사업자를 규제할 보다 명확한 근거가 생기므로, 추후 집행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방통위는 인터넷업계의 주장에 대해 “해외 사업자에 (대한) 집행력을 확보할 수 없으면 모든 국내・외 서비스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를 정부가 방치해야 하나”라며 반박하고, 추후 집행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성착취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도 지지의 뜻을 밝혔다. 당장 실효성은 없더라도, 해외 사업자를 규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다. 공대위는 18일 공동성명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금까지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했을 뿐 개인들의 플랫폼 이용에 대해 사업자가 전부 개입할 수 없다는 어불성설의 논리로 방어를 이어왔다”라며 “포털 사이트에는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를 특정하는 연관검색어가 버젓이 올라가 있고, 플랫폼 사업자들은 삭제 요청도 잘 들어주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조치는 온라인 성착취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필수적이고도 기본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20일 이번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통과 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