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ICT 초점③] “통신비 오를까”…통신요금 인가제 30년만에 폐지

2020.05.20

통신요금 인가제가 30년 만에 폐지된다. 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안(대안)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에는 통신요금 인가제를 신고제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1위 통신사업자는 앞으로 새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요금을 인상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가를 받을 필요 없이 신고만 하면 된다. 시민사회는 통신비 인상 우려된다며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뭐가 달라지나

통신요금 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새 요금제를 낼 때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통신 시장 내 독과점 폐해를 막고 선·후발 사업자 간의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로 1991년 도입됐다. 이에 따라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통신 사업 주무 부처(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가를 거쳐 새 요금제를 낼 수 있었다. 나머지 사업자는 통신 요금을 정해 신고하기만 하면 된다.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웃돌던 SK텔레콤이 요금 인상을 할 경우 이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였던 셈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요금 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참고해 KT와 LG유플러스가 비슷한 가격의 요금제를 내놓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요금 담합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지난 2016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가 포함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찬성 95.51%로 가결됐다. (사진=국회의사중계 갈무리)

결국 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는 현실이 됐다. 이에 따라 현행 요금 인가제는 신고제로 바뀌게 돼 SK텔레콤 같은 1위 사업자도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새 요금제를 낸 후 신고만 하면 된다. 과기정통부는 요금제 신고를 받은 후 15일 이내 접수 또는 반려를 결정한다.

“통신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

시민단체는 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안에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조항이 포함됐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제히 반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지난 1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법안 반대 성명을 냈다.

시민단체들은 통신사업자에 대한 공적 통제 장치인 통신요금 인가제가 폐지될 경우 필연적으로 가계 통신비 부담이 늘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해 5G 상용화 당시 상황을 든다. SK텔레콤은 5G 상용화 직전 7만원 대로 시작하는 요금제 인가를 신청했다가 반려당했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신청한 5G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있어, 대다수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크므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통신 3사의 5G 요금제는 5만원대부터 형성됐다. 인가제가 통신요금 인상을 막은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시민단체가 인가제가 폐지될 경우 요금 인하 압력을 넣을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정부·업계, “요금 경쟁 활성화될 것”

정부와 업계의 입장은 정반대다. 오히려 인가제가 통신요금 인하를 가로막아 왔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이 인가받은 요금제를 참고해 KT와 LGU+가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인가제가 통신요금 담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가 절차 없이 3사 모두 신고제로 갈 경우 요금 경쟁이 활성화될 거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또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이 40% 초반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이전과 달리 경쟁 환경이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유보신고제’를 통해 요금 인상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이 신규 상품을 신고한 이후 정부가 15일 동안 심사를 하게 되며 요금 인상 우려 등 문제가 있을 경우 기존처럼 반려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유보신고제를 통한 규제 방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얘기한 것처럼 요금이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꼼수 법안 처리 논란도

이번 개정안은 당분간 첨예한 논쟁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조항이 ‘n번방 방지법’에 끼워 넣은 형태로 들어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가계 통신비와 직결되는 법안이 공청회나 정책토론회 등의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속전속결로 처리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통신비와 연결되는 중요한 법안이 공청회나 토론회 등 공론화 절차 없이 20대 국회 임기 말에 깜깜이로 통과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 떨어진다”라며 “정부나 통신 업계의 주장처럼 처음 통신요금 인가제를 도입한 취지가 완전히 해소됐는지, 통신 시장의 자율 경쟁 환경이 마련됐는지 입증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