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만...?

자전거도로 달릴 전동킥보드, 기대 반 걱정 반

2020.05.24

“한시름 덜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 통과로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됐다. ‘무면허 운전’도 가능해졌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업계의 ‘숙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업계는 규제가 풀리면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도 활기를 띨 거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가 인도와 인접해 있어, 보행자의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일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 등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운전면허 없이는 탈 수 없고, 타더라도 차도에서만 달릴 수 있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등’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전기자전거와 동일하게 △자전거도로 진입 △무면허 운전이 허용되며 △안전모 착용 의무는 완화된다. 인도 주행은 금지다.

투자는 기대, 안전은 숙제

국내에서는 킥고잉(올룰로), 고고씽(매스아시아), 스윙(스윙), 씽씽(피유엠피) 등 10여개 업체가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는 빔 모빌리티·라임 등 글로벌 업체들도 국내에 진출했다. 이들이 운행하는 공유 전동킥보드 규모는 현재 2만여대로 추정된다. 이용자 수도 상당하다. 국내서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올룰로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가입자 25만명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장치는 법적으로 ‘회색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안전·도로 운행기준이 따로 없는 데다가, 오토바이처럼 차도로 달려야 하지만 시속 25㎞ 이하를 준수해야 했다. 이 때문에 도로 흐름에 방해가 되고, 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2016년 49건에서 2019년 890건으로, 3년 만에 18배 급증했다. 지난달 12일에는 부산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던 무면허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스타트업계는 전동킥보드를 자전거도로에서도 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올해 2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퍼스널모빌리티 산업협의회(이하 SPMA)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도 주행 규정은 현실과 맞지 않고 시민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업계는 안전 문제가 다소 해소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업 확장도 용이해져, 투자 불씨가 살아날 거라는 기대도 걸고 있다. 킥고잉 관계자는 “사업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된 거라,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그동안 모빌리티가 차량호출 쪽에 몰려 있었지만 앞으로는 스타트업 저변이 확대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용가능 연령이 낮아진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존에 대부분의 업체는 만 16세 이상 원동기 등 운전면허 소지자들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제재해왔다. 킥고잉 관계자는 “법에서 13세 미만은 탑승을 못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플랫폼에서) 필터링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업계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해보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전거 전용차로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2018년 기준 서울의 자전거도로(916km) 가운데 66.7%에 달하는 611.6km 구간이 자전거 전용차로가 아닌 보행자 겸용 도로였다. 차도 주행보다는 안전할 수 있으나, 보행자의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자전거도로에 단절된 구간도 많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새너제이의 경우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가 늘어나자 2018년부터 시내 주요도로 마지막 차도를 전용도로로 재정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 사람이 다니는 보도와 함께 마이크로 모빌리티들이 보다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길인 ‘제3의 도로’가 필요하다”라며 “우선 자전거도로 폭을 넓히고, 인도와 분리할 수 있는 물리적 장치를 설치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도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수단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아직 도로는 차도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라며 “법이 통과된 만큼 앞으로는 자전거도로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동킥보드 등 이용자의 이용행태에 맞춰 새로운 도로환경 마련 및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