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IT수다떨기] 스마트폰 광풍에 마루타 자처하는 용감한 기업들

2010.09.13

열풍이다. 열풍을 넘어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의 모바일 오피스 이야기다.

어떤 이동통신사는 상반기에만 230여개 기업들과 계약해 고객으로 확보한 기업이 500개에 달했다는 소식을 널리 알리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올 하반기엔 고객 확보를 놓고 더욱 치열한 전쟁이 펼쳐질 모양이다.

그런데 어째 돌아가는 모양새가 심상찮다. 지난해 말 ‘아이폰3GS’와 ‘T옴니아2’가 국내에 출시될 때 걱정을 했었다. 시점이 문제였고 새롭게 등장할 안드로이드 때문이었다. 또 제품과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국내 통신사들이 자신들 스스로 이를 도입하지 않는 점도 의아했다. 자신들이 써보고 고객들이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전혀 준비가 안돼 있었다.

시점 이야기는 몇차례 했던 것 같다. 예산 배정이 모두 끝난 시점에 불기 시작한 스마트폰 열풍때문에 많은 IT 기획팀들은 어찌할 지 몰랐다. 의사결정자들이 갑자기 어디서 들었는 지 스마트폰 이야기를 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이야기를 하면서 “우린 뭐하고 있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묻는데 뭐라 대답해야 할 지 몰랐다. 부랴부랴 다른 예산을 끌어댔다. 무조건 경쟁사보다 앞서 프로젝트를 끝내야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자신들의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신중히 준비해도 모자랄 일을 무조건 경쟁사보다 빨리 끝내야 하다니.

걱정스러운 것은 국내 기업들의 조급증이다. 국내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들 중 모바일 오피스의 모범 사례를 내놓고 있는 곳이 있는가? 과문한 탓인 지 잘 들어보지 못했다. 이들을 탓할 이유는 없다. 다만 조급증에 걸려 스스로 이들의 ‘마루타’를 자처하는 기업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IT 인프라를 도입할 때 항상 묻는다. “레퍼런스 있어?” 그리고 묻는다. “당신들은 어떻게 했고, 무슨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 지 가져와봐.”

그런데 이렇게 보수적이던 기업들이 모바일 오피스 분야에서 만큼은 그러질 않는다. 서두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에 한번 물어보라.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하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당신들이 제공하는 단말기와 통신사의 서비스를 어떻게 결합해서 기업 내부의 혁신을 이뤄냈는 지. 어떤 단말기를 도입했고, 내부 애플리케이션들은 어떻게 이런 수많은 디바이스들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는 지. 모바일 프로젝트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인 지’ 그들에게 구체적인 답을 달라고 해보라. 해외 IT 기업들에게 꼬장꼬장 물어보던 그런 자세로 물어보라.

해외 IT 업체들은 최소한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가 마루타가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요소들을 기록하고 문서화한다. 투자대비효과(ROI)와 TCO(총소유비용)을 제시한다. 물론 이들이 제시하는 데이터가 모두 맞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판매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은 충실히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깐깐히 대했던 자세의 반만이라도 한번 물어보라. 근거를 한번 가져와 보라고.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도 이런 태도를 좀 보여주면 좋을텐데, 아쉽다.

안드로이드를 걱정한 것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높이 평가한다. 제발 기업들이나 공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내부 기술력 축적을 위해서라도 적극 활용하라고 틈만나면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그래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던 국내 기업들이 안드로이드에 무한 사랑을 쏟아붓는 듯 한 모습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높이 평가하지만, 묻지마식 사랑을 퍼부으라는 말은 아니다.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초기 등장하는 것들은 지극히 완성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전세계 많은 개발자들이 빠른 속도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생리를 기업들이 알면서 지금 접근하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아보인다.

현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내 안드로이드폰에도 1.5, 1.6, 2.1, 2.2(프로요)가 산재해 탑재돼 있다.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2.1이 올해 안에 2.2로 업그레이드 될 경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의 모바일 프로젝트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연말에 출시되는 3.0 운영체제는. 과연 제조사나 통신사들이 업그레이드를 보장해 줄 것인가? 우린 지금 안드로이드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한 복판에 서 있다. 안드로이드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보내도 된다는 얘기다.

현재 안드로이드 탑재 폰은 개인용에 적합하다. 개인들 또한 서로 다른 운영체제와 제조사마다 다른 커스터마이징으로 인해 애플리케이션 호환성 문제를 겪고 있다. 초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단점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이를 인식한 탓인 지 구글도 진저브레드(안드로이드 3.0)가 출시되는 올해 말을 기점으로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1년에 한번 정도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현재 탑재된 안드로이드 버전은 2.1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블랙베리나 마이크로소프트, 아이폰에 대해서는 지원을 하면서도 안드로이드에 대해서는 3.0이 출시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이유를 한번 살펴봐야 한다. 안드로이드가 태어난 곳의 기업들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탑재된 폰을 기업 내부에 수용하는 데 보수적이다. 그 더딘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담당자들의 처지는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위에서는 쪼고 있는데, 운영체제는 왜 이리 빨리 업그레이드 되는 지, 속이 바짝바짝 탄다. 아이폰4도 두달 이나 늦게 출시 됐다. 비교도 한번 제대로 못했다. 한번이라도 경험해 봤던 윈도우 모바일은 윈도우폰 7으로 탈바꿈하면서 엄청나게 변한다고 하는데 과연 기존 투자를 보호할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또 윈도우 폰 7이 탑재된 폰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만들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국내 출시 시점은 오리무중이다. 안드로이드 2.1이 탑재된 폰을 손에 들고는 있는데 안드로이드 2.2(프로요)로 업그레이드 되면 무엇이 개선될 지 파악도 못했다. 그런데 연말에 안드로이드 3.0(진저브레드)이 출시된다 한다. 내년이면 아이폰5도 나오지 않겠는가.

우린 지금 첫단추를 제대로 꿰기 위해 내가 입으려는 그 옷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 급하게 먹는 모습이 눈에 보이고 급히 먹다가 체한 곳도 보인다. 자기 돈 내고 시간 쓰고, 스트레스 받고. 스스로 마루타가 되지 마시라.

무엇보다 최고의사결정자들이 스마트폰을 좀 쓰면서 그 변화를 읽어내시기 바란다. 나중에 ‘그게 아니었다’고 아랫사람 잡지말고 말이다.

eyeball@bloter.net

오랫동안 현장 소식을 전하고 싶은 소박한 꿈을 꿉니다. 현장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