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추진중인 ‘정보통신심의규정 개정안’에 대해 ‘과잉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등 세 단체는 9월13일 이같은 우려를 담은 검토 의견서를 방통심의위에 전달했다.
방통심의위는 심의규정을 구체화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부터 통신심의규정 개정안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12월14일 연 공청회에선 불법정보 심의 기준과 제재 권한을 강화한 개정안의 뼈대를 공개한 바 있다.
검토 의견서에서 세 단체는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규정 개정안을 검토한 결과 그동안 지적되어 온 위헌성이 제거되기는커녕 오히려 현행보다 문제가 되는 조항들이 더 늘어났다”라며 “심의규정은 법률에서 위임하고 있는 범위를 보다 구체화하는 내용이어야 마땅함에도 이번 개정안이 심의위의 권한을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보다 훨씬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예컨대 개정안에서 현행 통신심의위 규정에 명시된 ‘최소규제의 원칙’을 삭제한 대목이 그렇다. 통신심의위는 ‘심의기본원칙’에 들어 있는 ‘최소규제의 원칙’, ‘공정성 및 객관성의 원칙’, ‘신속성의 원칙’, ‘개인정보 및 사생활보호의 원칙’등이 포함된 현행 통신심의위 규정 제3조를 개정안 제4호 ‘심의의 기본원칙’으로 바꾸며 ‘최소규제의 원칙’만 쏙 뺐다.
이에 대해 검토 의견서는 “방통심의위가 법률에서 위임받은 심의와 시정요구를 할 때에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방통심의위가 반정부 성향의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대폭 제재조치를 취해 온 상황에서 최소규제의 원칙은 반드시 존속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안이 방통심의위의 권한을 지나치게 확대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의견서는 “통신심의규정 개정안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집회나 시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에 대한 유통을 금지하는 등 방통위법, 정보통신망법 등 상위법에서 위임한 범위보다 심의대상을 확대하는 조항을 다수 추가하였고, 모호한 조항으로 방통심의위의 권한을 벗어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므로 문제 조항들을 구체화하거나 삭제하는 등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의견서를 낸 세 단체는 “통신심의규정의 문제는 상위법의 위헌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는 지금껏 옛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을 통신 심의를 할 때 그대로 사용해 왔다. 검토 의견서는 “이 심의규정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방통심의위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문제는 지난해 12월14일 방통심의위가 개정안을 놓고 공청회를 낸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예컨대 개정안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집회나 시위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보를 심의 대상으로 삼겠다고 한 대목을 보자. 지난해 공청회 직후 진보넷은 성명서에서 “집회나 시위의 신고를 접수하는 경찰의 요청도 없이 심의위가 자체적으로 심의하겠다는 것이라면, 심의위에 과연 그럴 권한과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라며 “만약 심의위가 경찰의 일방적인 주장에 따라 집회와 시위에 대한 정보를 모두 삭제하겠다는 말이라면 […] 이는 표현물을 행동을 구분하지 않는 내용규제로서, 전세계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토 의견서를 낸 세 단체는 “지금이라도 방통심의위는 행정기관으로서의 직분을 넘어서는 자의적 검열을 중단하라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야 하며, 심의 대상을 청소년 유해정보나 사행성 정보 등 최소 영역에 한정하고 위헌성을 해소하기 위한 관련 법령의 개정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며 “법령의 개정으로 위헌성이 제거되기 전까지 통신심의제도를 운영할 때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자세로 심의와 시정요구를 하는 것이 국민에 복무하는 행정기관으로서 마땅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2009년 12월1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주최로 열린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전부 개정을 위한 공청회’. 사진 : 방송통신심의위원회(http://www.kocs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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