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철 NHN CTO, “개발자 역량 향상에 도움 주고 싶었다”

가 +
가 -


“우선 행사에 참여해 주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인사부터 해야될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준비를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합니다.”

김평철 NHN CTO(최고기술임원)에게 지난 9월 8일 끝난 개발자 컨퍼런스인 ‘NHN DeView 2010(http://deview.naver.com/2010/main.nhn)’ 행사를 핑게로 모처럼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대면하자 마자 참가자들에게 사과부터 했다. 지난 9월 8일 열린 행사에는 2천여명이 넘게 참여했다. 평일 열린 행사에 이처럼 많은 개발자들이 몰리다보니 NHN도 당혹스러웠고, 참여했던 개발자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갔다.

NHN은 2008년에 첫번째 개발자 행사를 마련했었다. 이후 2009년에는 NHN의 서비스와 연동된 행사가 마련되면서 개발자 컨퍼런스는 하나의 섹션으로 축소됐었다. NHN은 자사의 서비스에 대한 소개 내용은 올 초 열린 네이버쉬프트(http://shift.naver.com) 행사를 마련해 개발자 컨퍼런스와 분리했다. 어찌보면 개발자만을 위한 행사로 원래 하려던 계획대로 다시 부활된 셈이다.

이번 행사는 NHN의 서비스들을 만들어 가는 협업에서 겪고 있는 문제점과 시행착오, 이에 대한 해결 방안 사레 전반을 소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테스트 방법과 수천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어떻게 서비스 할 것인지에 관해 국내 개발자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게임 섹션도 마련됐다.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개발자들이 모두 느끼고 있는 실전 경험들을 개발자들과 공유하는 자리다보니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행사를 주도하고 있는 김평철 CTO는 충남대 교수로 재직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글로벌 인재 스카우트 프로그램에 선발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MS SQL 개발팀에서 일하다 2005년 경 귀국해 DBMS 업체인 큐브리드의 CTO를 거쳐 2008년 NHN에 합류했다.

2008년 첫해에는 네이버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축적한 소프트웨어를 모아 정보 플랫폼 형태로 공개했다. 콘텐츠 관리시스템 ‘XpressEngine(XE)’,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큐브리드 DBMS’, 소프트웨어 개발 지원 시스템 ‘nFORGE’ 등이 이 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공개됐다. 9월 14일 기준으로 큐브리드는 9만 카피 이상 다운로드가 됐고 등록된 오픈프로젝트가 2천 729개다. 이 중 알파/베타/ 안정화/완료 프로젝트는  250개다. 신디케이션(Syndication) API는 약 1천 500개 사이트에 적용됐고, 누적 콘텐츠수 약 870만 아티클이다. 지난 8월 25일 TECH@NHN이라는 기술서적 시리즈도 출간됐다.

현재 제공되는 API 수는 미투데이 기능 포함 31개  제공 중이다. 기존 ‘검색’과 ‘지도’ 중심의 API에, ‘개인화’와 ‘소셜 API’까지 제휴 API 형태로 연내 추가 제공할 계획이다.

왜 이런 행보를 보이는 걸까? 왜 관련 행사를 마련하고 있는 지 궁금했다.

김평철 CTO는 “없어서 해요. 그것이 가장 큰 이유죠”라고 명쾌하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관련 행사가 많으면 굳이 NHN이 이런 행사를 마련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아무도 안하고 있으니 나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어진 설명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어 개발자들이 대략 16만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산하죠. 층이 아주 얇죠. 그런데 이 중 60%가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 일해요. 같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서 돌아오는 보람이나 수익이 높은, 개발자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영역엔 너무 적어요. 한 20% 정도죠”라면서 “그런데 실제 시장 규모는 개발자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플랫폼 분야나 검색, 포털 서비스, 콘텐츠 유통 서비스 분야죠. 많은 개발자들이 이렇게 크고 글로벌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영역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흔히들 국내 IT 시장 규모를 전체 IT 시장의 1%라고 파악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말들이 있었다. 김평철 CTO는 이런 시각에 반대한다.

김평철 CTO는 “시장 규모가 작아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작다?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핵심은 ‘역량’이죠. 우리 내부에 이것을 하는 이들이 많으면 역량이 고르게 크죠. 그런데 그렇지 않죠. 모두 잘게 쪼개져 있고 엇비슷한 일들을 하죠. 이런 것들을 하나로 모으고 공유하는 역량을 높이는데 중점을 둔 컨퍼런스가 많아야 해요. 아쉽게도 국내엔 그런 것들이 많지 않아요. 글로벌 개발자들이 가진 역량만큼 공유될 수 있는 규모의 장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했어요.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했다.

올해 행사를 개발자들이 어느 곳에 있던 지 경험하는 내용을 주제로 잡은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NHN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에 대기업이나 국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겠지만 올해 행사는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경험하는 내용이다보니 많은 관심을 가졌단다.

이런 행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도 많은 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는 “2008년 첫 행사를 준비하면서 말로 해봐야 소용없고 공유할거리가 있어야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쌓아둔 기술 자산들을 공개하자고 한 거죠. 몇몇 제품들이나 기능에 대해서는 오픈소스로 코드를 공개하고, 안에 있는 서비스들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나 검색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공개한 거죠. 개발자들은 이제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로직을 넣어 자신만의 새로운 가치를 높일 수 있죠”라고 설명했다.

개발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인만큼 앞으로는 개발을 위한 조직 문화와 사람을 키워나가는 방식, 평가 시스템과 채용 등 개발자를 위한 모든 것들을 제공할 수 있는 행사로 키워나가고 싶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시작은 NHN이 했지만 다른 곳들에서 연락은 안오냐고 물었다. 같이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는 “그 질문엔 자세히 말하진 않겠어요”라고 했다. 뭔가 물밑으로 관련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어떤 업체들과 같이 행사를 키워갈 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행사 관련된 이야기는 정말 10분도 안돼 끝났다. 이렇게 빨리 말하고 끝내다니 순간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개발자 행사 이야기는 이쯤 끝내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서도 물었다. 어딜 가나 IT 분야에서 클라우드를 빼놓고 이야기가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3~4년 전부터 준비를 했죠. NHN도 서버를 빨리 도입해서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내부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아주 좋은 것이죠. 서버 도입하는 데 2주가 걸리는 것들을 단축시켰죠. 저희는 저희 인프라를 제공하기 보다는 이런 인프라 위에 만들어진 다양한 서비스들을 외부 개발자들에게 제공하는 데 관심이 많죠. 한마디로 수많은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거죠.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비즈니스 로직을 넣으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거든요. 개발자들이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생겨난 거죠. 검색이나 지도, 오픈소셜처럼 API를 제공하는 형태가 저희가 지향하는 클라우드입니다”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끝내야 할 시점이 다가오면서 약간은 좀 민감한 질문도 던졌다. 최근 국산 소프트웨어 대표주자로 알려졌던 업체들의 상황이 안좋다. 소프트웨어 업체를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도 선발 업체들이 고꾸라지는 상황에서 묘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른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선발 업체들의 실족으로 인해 전체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 지고 있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뢰성에 대한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앞서 밝힌대로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MS SQL을 개발하다가 다시 귀국해 국산 DBMS 업체인 큐브리드에 몸을 담그면서 플랫폼 분야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고 싶어했던 장본인이었다. 그것이 연이 된 때문인지 큐브리드는 현재 NHN의 자회사에 인수돼 오픈소스 DBMS로 소스가 공개돼 있다. 그도 쉽지 않은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이들 중 한명이다.

김평철 CTO는 “쉽지 않은 질문”이라고 운을 떼고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흔들린 이유는 국내 산업 구조 때문이 아니죠. 국산 대표 소프트웨어 업체가 흔들린다고 하지만 플랫폼 시장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플랫폼 분야는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진입이 쉽지 않아요. 국내는 물론 해외로 나가는 순간 바로 대형 기업들과 전면전을 해야되죠. 그래도 가야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10년 후를 생각해 봅시다. 지금 우리나라 개발자들 역량구조를 봤을 때, 앞서 말한대로 60% 인력들이 SI 분야에 종사하고 있어요. 지금은 자신들의 영역인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이 분야는 비용에 민감해요. 다른나라 IT 인력들에 의해 채워질 겁니다. 미국도 그렇게 됐어요. 우리도 아주 빠른 속도로 해외 개발자들에 의해 그 자리가 채워질 겁니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이 SI 분야에 안착하면 안돼요. 플랫폼이나 서비스 영역으로 눈을 돌려야 해요. 쉽지는 않죠. 저희도 아주 길게 보고 DBMS와 같은 걸 오픈소스로 해서 도전하는 겁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하나 정도는 만들어 내야 한다고 봐요”라고 답했다.

현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하드웨어 분야의 몇몇 국내 기업들이 지금의 위치에 까지 올라서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소프트웨어는 이식성이 자유롭고 한번 장악하면 손쉽게 시장을 내주지 않는 특성상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제친 사례는 국내외 많지 않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분야도 레드햇 이후 이 회사를 넘어설 정도의 회사는 등장하지 않았다. 하드웨어 분야 이상으로 독과점이 빠르게 이뤄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어쩌면 NHN과 같은 회사를 비롯해 다양한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성장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장악한 SW 시장에서 작은 틈새를 하나씩 만들어 내는 시작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소프트웨어가 서비스(SaaS)화 되고 있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지 않을까? 희망의 끈을 놓기에는 너무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만남이었다.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