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만...?

타다 드라이버가 플랫폼 노동에 쏘아올린 작은 공

2020.06.01

플랫폼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서울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이하 드라이버유니온)과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플랫폼 노동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한다”고 외쳤다.

마이크를 잡은 김태환 드라이버유니온위원장은 “작년 배달라이더가 노동청으로부터 근로자 판정을 받은 이후 노동위원회로부터 드라이버가 근로자 판정을 받았다”라며 “그러나 여전히 배달·드라이버 등 플랫폼노동 현장에선 불법적인 지휘감독이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정·소송이라도 낼 수 있는 플랫폼노동자들은 극히 일부다. 노동부는 노동부의 할 일, 즉 노동법 위반사업장을 찾아내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며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을 일컫는 용어다.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4대보험, 연장·휴일근로수당, 퇴직금 등을 보장 받지 못한다. 그러나 플랫폼에 의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등 사실상 근로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타다 드라이버는 프리랜서? 근로자?

지난달 28일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은 이들의 활동에 변곡점이 됐다. 중노위가 타다 드라이버 곽아무개씨가 용역업체 ㅎ사, 타다 운영사인 VCNC와 모회사 쏘카 등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곽 씨는 타다에 운전기사를 공급하는 용역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드라이버 일을 시작했다. 타다의 감차 조치로 2개월여 만에 계약해지된 그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했으나 각하됐다. 지노위는 곽 씨가 타다 등으로부터 업무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중노위의 판단은 달랐다. 드라이버유니온은 곽 씨의 재심을 함께 준비하면서 상당한 분량의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용자 평가가 2개월 연속 4.5점 이상일 경우 알선을 거부한다고 공지한 것이나, 타다가 드라이버 업무매뉴얼을 제작했다는 증거 등을 제출했다”라며 “타다가 항소를 하면 이 사건은 법원으로 갈 거다. (타다 측은) 파견근로자와 프리랜서의 업무방식, 근무형태 등의 차이를 제대로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정은 앞으로 소송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오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102명의 집단진정서를 내는 것은 조속한 전수조사를 촉구하기 위한 의미다”라고 말했다.

드라이버유니온은 이번 판정이 지난달 타다 드라이버 25명이 타다 등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및 체불임금지급 소송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중노위 판정이 보도되면서 희망적인 조짐을 읽었는지 소송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 7월 말까지 2차 소송 참여자를 모집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여객법 개정안 시행령을 모빌리티혁신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근로자 기준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진정한 혁신을 위해 근로자에게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올해 3월 여객운수법 개정안, 일명 ‘타다금지법’의 국회 통과로 타다는 기사 포함 렌터카(기포카)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 운영을 이미 중단했다. 드라이버유니온이 소송에서 이겨, 타다 드라이버로 일했던 1만2000여명이 근로자로 인정되면 타다는 존폐 기로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AB5 법’ 나오게 될까

타다 드라이버의 근로자성 논란은 플랫폼 업계 전반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까.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플랫폼 경제종사자 규모 추정과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는 46만9000명에서 53만8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하여 일자리를 구하며, △단속적(1회성, 비상시적, 비정기적) 일거리 1건당 일정한 보수를 받고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하면서 근로소득을 획득하는 근로 형태라는 특징을 갖는다. 출·퇴근 등 근무시간은 자유롭고, 업무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의 사용자성 여부 등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의 플랫폼 노동과 사회보장’ 보고서를 보면 국내에서 플랫폼 노동자로 분류된 사람들 가운데 일하는 방법, 노동시간·장소 등에 대한 지시나 규율을 받는 이들은 53.5%에 달한다. ‘사장님’ 신분이지만 근로자처럼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많다는 의미다. 앞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최소한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했으면 개인사업자처럼 일해야 하는데, 지금은 기업의 위장도급 ‘꼼수’나 다름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중노위 판정이 알려지자 29일 민주노총 법률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정은 최초로 플랫폼 노동자인 타다 드라이버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점, 형식적으로 계약관계를 맺는 협력업체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타다 드라이버를 지휘·감독한 타다 측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AB5 법은 기업이 노무를 제공받을 때 ‘ABC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독립계약자로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이 a) 회사의 통제·지시로부터 자유롭고, b) 회사의 통상적인 사업 이외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c) 스스로 독립적인 고객층을 갖는 등 해당 사업에서 독립적인 사업을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로 분류되면 최저임금부터 산재보상, 실업보험, 유급병가, 가족휴가 등의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이 근로자인지, 독립계약자인지는 기업이 입증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6월 플랫폼 노동과 관련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근로조건에 관한 지침’을 마련했다. 모든 유형의 근로자는 △예측 불가능한 근로의 경우, 업무 시작 전에 합리적인 기간을 알 권리 △보다 안정된 작업으로 이동을 요청하는 경우 서면답변을 받을 권리 △의무적 훈련을 무료로 받을 권리 등을 보장 받는다.

국내에서는 배달업계 노사가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변화의 물꼬를 트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4월 출범한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이다. 우아한형제들·스파이더크래프트·라이더유니온·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은 ‘위장 자영업자’ 문제 등을 비롯해 배달산업 플랫폼 노동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 오는 9월까지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드라이버유니온·라이더유니온은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본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제 한국에도 미국의 ‘AB5(Assembly Bill 5)’와 같은 법안이 필요하다”며 “21대 국회에서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플랫폼 노동자는 ‘사장님’의 정체성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일반 노동자처럼 지휘·감독을 받으면서도 자영업자로 분류돼 보호받지 못하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타다를 떠나 앞으로 다양한 노동형태가 출현할 텐데, 땀 흘려 일하는 국민이 노동법의 보호를 최소한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해법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