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의료장비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

반도체 기반 디지털 엑스레이 사업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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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차세대 영상 의료장비 시장에 진출한다. 반도체 기반 디지털 엑스레이(X-ray)를 앞세워 자사의 다양한 ICT 역량과 결합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강조해온 탈통신 행보의 일환이다.

SK텔레콤은 차세대 의료장비 원천기술 기업 ‘나노엑스’에 투자해 2대 주주가 됐으며, 국내외 독점 사업권을 확보해 한국 내 생산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 네오엑스의 디지털 엑스레이 시연 사진 (출처=SK텔레콤)

반도체 기반 디지털 엑스레이는 기존 필라멘트 기반 아날로그 방식의 엑스레이 촬영을 반도체의 나노 특성을 활용해 디지털 방식으로 바꾼 차세대 의료 장비 기술이다. 나노엑스는 반도체 기반 디지털 엑스레이 발생기 상용화 및 양산에 근접한 이스라엘 기업이다. 현재 미 FDA(식품의약국) 승인 절차와 제품 양산 준비를 진행 중이다. 또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며 후지필름, 폭스콘, 요즈마그룹 등이 나노엑스에 투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나노엑스 초기투자에 참여했다. 이번 나스닥 기업공개 사전투자(Pre-IPO)에도 참여하며 나노엑스의 2대 주주가 됐다. 누적 투자액은 2300만달러(약 282억원)다.

이처럼 SK텔레콤이 나노엑스 투자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의료장비 시장 자체에 목적이 있지 않다. 반도체 기반 디지털 엑스레이가 갖는 다양한 사업 연계성을 내다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ADT캡스, 인바이츠헬스케어 등 SK ICT 계열사와 함께 디지털 엑스레이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의료·보안·산업용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의료시장 전체를 보고 있는 건 아니며, 반도체 기반 혁신 스타트업을 찾는 과정에서 나노엑스를 발굴했고, 사업 연계성이 밀접한 회사라고 판단해 투자 및 공동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라며 “5G, 클라우드, 반도체, 헬스케어와 연결되는 접점이 강해 SK텔레콤이 추진하는 신사업 강화의 일환으로 이번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 아날로그 엑스레이와 디지털 엑스레이 특징 비교 (출처=SK텔레콤)

반도체 기반의 디지털 엑스레이는 기존 엑스레이 촬영 장비와 달리 대형 냉각 장치가 필요 없어 기존 1톤 무게 장비를 200kg 수준으로 경량화할 수 있다. 병원 내부 등 특수 환경에서만 설치 가능했던 엑스레이·CT 장비를 앰뷸런스, 간이 진료소 등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SK텔레콤은 다양한 활용 사례를 제시했다. 디지털 엑스레이를 앰뷸런스에 탑재하고 5G·클라우드와 연동해 환자 이송 중 응급의료팀과 원내 전문의가 엑스레이·CT 촬영 영상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식이다. SK텔레콤은 골든타임 내 응급 영상 촬영이 필수적인 뇌졸중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공항, 전시장, 공연장, 경기장 등에 3D 엑스레이 보안 기기를 쉽게 설치할 수 있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의 엑스레이 활용 품질 검사, 반려동물용 영상진단기기 시장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나노엑스로부터 차세대 영상 촬영 기기의 한국, 베트남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향후 해당 국가의 사용 허가 절차를 거쳐 기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 나노엑스의 디지털 엑스레이·CT 기반 차세대 영상촬영 기기 (출처=SK텔레콤)

또 양사는 한국을 차세대 장비의 글로벌 생산 기지로 논의 중이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의 시너지, 첨단 바이오 회사와의 협력 등을 기대하며 나노엑스의 반도체 팹이 한국에 설립될 경우 차세대 의료 사업 개화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차세대 영상 의료장비 시장은 2026년 358억달러(약 4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ICT 및 첨단 기술로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자는 양사 철학이 맞닿아 있다”라며 “차세대 의료 기술과 5G, AI를 융합한 결과물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표적인 혁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란 폴리아킨 나노엑스 CEO는 “수년간 연구한 기술의 상용화를 앞두고 강력한 동반자를 얻게 돼 기쁘다”라며 “누구나 의료 장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을 줄인다는 비전을 SK텔레콤과 함께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