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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왕따’ 화웨이 5G…LG유플러스 ‘난감하네’

2020.06.06

LG유플러스, 국내 유일 화웨이 장비 도입
보안 논란, 검증 통해 우려 씻기에 ‘안간힘’
미국 압박에 부정적 여론까지 형성돼 부담
코로나19, 홍콩 국가보안법까지 악재 계속
LG “차기 장비 선택 논의하지 않은 상태”

/픽사베이 제공

미·중 갈등이 냉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화웨이의 5세대(G) 장비가 세계 기업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화웨이는 보안 논란을 정면 돌파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미·중 싸움에 화웨이의 5G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는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분위기다.

5일 화웨이는 5G 기지국 장비에 대한 글로벌 보안 국제공통평가기준(CC) 레벨4(EAL4+)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장비로 취득할 수 있는 최고 레벨이다.

화웨이로서는 계속 제기됐던 자사 5G 장비의 보안 의혹을 잠재울 만한 무기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의혹이나 제재가 완전히 풀릴 지는 미지수다. ‘화웨이 때리기’의 본질은 단순히 보안 문제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美, 미래 기술 패권 두고 ‘화웨이 때리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5G는 자율주행·빅데이터·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의 토대다. 바꿔 말하면 5G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5G 장비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은 화웨이이며, 미국은 화웨이의 시장 장악력을 우려하고 있다. 화웨이는 민간기업처럼 보이지만, ‘진짜 주인은 중국 정부’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화웨이를 그냥 두면 중국이 첨단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낙오에 대한 공포와 견제. 미국이 화웨이에 칼을 꺼낸 진짜 이유다. 보안은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하는 기업들이 만든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동시에 미국은 화웨이의 5G 네트워크가 보안에 취약하다면서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처음에는 가성비가 뛰어난 화웨이를 놓지 못하던 유럽 국가들도 점차 화웨이와 결별하는 추세다. 현재 영국, 캐나다, 독일, 일본, 호주 등의 기업이 화웨이를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제외하고 있다.

일본과 호주는 처음부터 미국과 발을 맞추고 화웨이 장비를 배제했다. 최근 독일의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텔레포니카는 화웨이의 5G 장비를 배제하고 에릭슨으로 교체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월만 해도 5G 사업에 점유율 35% 제한 조건으로 화웨이를 참여시켰지만 지금은 완전히 배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2023년까지 영국은 인프라 구축 사업에 중국이 관여할 여지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캐나다 1위 통신 사업자인 벨캐나다(BCE)는 5G 파트너로 유럽의 에릭슨을 선택했다. 2위 업체인 텔러스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번복하고 에릭슨·노키아와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화웨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LG유플러스다.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것이 크게 부각된 탓이다.

양사가 인연을 맺은 것은 2013년 말이다. 기존에 에릭슨 장비를 사용하던 LG유플러스는 2013년 주파수 경매를 통해 2.6㎓ 대역을 새로 할당받은 후 화웨이 장비를 쓰게 됐다. 화웨이는 제품 납기일을 지키기 위해 장비를 항공기로 공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비용 절감을 위해 선박으로 장비를 수송하는 다른 업체와 태도가 달랐다.

4G LTE 네트워크 구축 시점부터 화웨이를 써왔던 LG유플러스는 자연스럽게 화웨이의 5G 장비를 도입하게 됐다. 5G 초기에는 4G와 동시에 서비스해야 하므로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도 따져야 했다. 게다가 화웨이 장비는 타사 대비 20~30% 정도 저렴해 가성비가 좋았다. 이후 LG유플러스는 화웨이와 함께 언급되는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LG유플러스 “화웨이를 어찌할꼬”

 


그러나 세계적으로 화웨이 5G 장비를 배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LG유플러스도 골치를 앓고 있다. 국가 기간망이나 다름없는 5G 장비에 화웨이를 도입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이들은 ‘화웨이가 해외 통신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한 뒤 중요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화웨이(華爲)가 ‘중화민족을 위하여’를 뜻하고, ‘중국몽(中國夢)’을 상징하는 기업인만큼 중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의심도 여전하다.

대중에게 깊숙이 박힌 이러한 인식은 화웨이가 아무리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보안 인증을 받더라도 사라지기 어렵다. 게다가 중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것도 화웨이를 심적으로 피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 등으로 중국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에 대한 국민적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 2017년 주한 미군이 국내에 사드 배치를 하자 중국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경제 보복 조치를 가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한국에 반(反)중국 전선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기존 화웨이 장비를 철거하고 다른 업체 장비로 전면 교체할 수도 없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비되는 것은 물론 교체에 따른 안전성 검증, 통신 두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화웨이 장비 철거가 LG유플러스에게는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소리로 들리는 이유다.

◇28㎓ 대역 서비스 장비 문제 “논의는 아직”
지금 국내 5G 서비스는 LTE와 5G 장비를 혼용하는 비단독방식(NSA)이다. 이 때문에 국내 5G 서비스 시작 초기부터 “제대로 된 5G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한계를 지적받았다. 여전히 많은 5G 요금제 가입자들은 “속도는 LTE인데 요금만 비싸다”며 불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통신사들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28㎓ 대역 주파수를 이용해 ‘진정한 5G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5G가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일각에서는 새로 구축할 28㎓ 대역 주파수 서비스에서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제외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끊이지 않는 보안 문제, 미국의 압박, 반중 감정 고조, 국내 사용자의 부정적 인식 등을 고려하면 부담스럽게 화웨이 장비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아직 장비 교체를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곤혹스러운 처지지만 미·중 국가 간 분쟁 속에서 기업이 꺼낼 카드가 딱히 없는 것도 사실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수하고 장비를 교체할 수도 없다. 미래 기술 패권을 둘러싼 고래들의 충돌에 끼어들지 않고 기회를 엿보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다.

다만 LG유플러스 측은 화웨이 논란에 대해 제기된 보안 우려에 확실하게 대응하고 의혹을 불식 시켜 신뢰를 쌓겠다는 정공법을 쓸 계획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새로 구축할 28㎓ 서비스에 특정 업체의 장비를 쓰겠다거나 쓰지 않겠다는 논의 자체를 한 적이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안 우려는 공인된 기관의 검증을 통해 밝히는 등 일반 국민이 안심하고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19년 기준 5G 장비 점유율은 1위 화웨이(26.2%), 2위 스웨덴 에릭슨(23.4%), 3위 삼성전자(23.3%) 등으로 집계됐다.

 

terr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