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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後]’1조 가치’ 블랭크가 ‘치즈 볼’ 판 사연

2020.06.12

최근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유튜버 ‘빠더너스’의 굿즈(기념품)를 1시간 만에 완판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25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빠더너스’ 문상훈은 생활형 콩트와 웃긴 영상 등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튜버입니다. 이번에 판매한 기념품은 ‘치즈볼과 티셔츠’입니다. 티셔츠야 그렇다 치더라도 “치즈볼이 웬 말이냐”고 하는 분도 있겠지만, 당일 반응은 무척 뜨거웠습니다. 유튜브로 방송을 시작한 지 60여 분만에 준비된 치즈볼 2000개와 티셔츠 1000장이 동이 났으니까요. ‘톱 스타’급 유명인은 아니지만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 즉, ‘빠더너스 팬덤’을 잘 파악해 기획한 결과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조(兆)  단위’ 기업가치?… ‘블랭크’ 너 뭐니?

블랭크는 수년 전 생활용품 소개 영상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악어발팩’과 ‘마약배게’ 등을 완판시킨 기업입니다. SNS에서 ‘100만 개 이상 팔린’ 이른바 ‘대란템’ 기획사로 유명한 곳이죠. 해당 제품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장을 훌쩍 넘기며 e커머스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창업 2년 만인 지난 2018년엔 매출 1263억원에 영업이익 149억원, 순이익 129억원을 달성하며 국내 최대 수준의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일각에선 블랭크에 대해 ‘조(兆) 단위’ 기업가치란 얘기까지 조심스럽게 흘러나옵니다.

/ 유튜버 ‘빠더너스’ 유튜브 채널 캡처.

그들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자체 플랫폼이 없다는 점입니다. 오로지 ‘기획력’과 ‘제품화 전략’, ‘영상 제작 능력’만으로 일군 결과란 얘기죠. 미디어 커머스는 콘텐츠와 제품을 묶어 시청자를 유입시키고 실시간 구매를 끌어내는 행위를 말합니다. 블랭크는 소비자 갈증을 파고들어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한 뒤 동영상 콘텐츠로 만들고 판매와 연결시키는 새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SNS를 하다 보면 “어? 이거 내가 찾던 물건인데?” 할 때가 있죠. 누가 봐도 광고지만, 본인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정보라면 어떨까요. 세탁기 오염도를 알리는 실험 영상 하나만으로 ‘세탁조 클리너’를 만들어 700만 개에 육박하는 제품을 팔아내는 위력이 그것입니다.

최근 그들의 행보에 전에 없던 기운이 감돕니다. 앞서 얘기한 유튜버 ‘빠더너스’의 기념품 출시와 같이 유튜브를 활용한 이색적인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마치 유튜브를 ‘실험 무대’로 삼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지난해 그들의 활동에서도 엿보입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서바이벌 예능을 출범한 것인데, 일명 ‘고간지(고등학생간지대회)’라는 콘텐츠가 포털사이트 ‘검색 1위’는 물론 회당 조회 수 수십만을 이끌었죠. 10대를 겨냥해 제작한 ‘고간지’는 결선을 보기 위해 유튜브에 접속한 인원이 100만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결국 기업이란 실적으로 평가 받는 법이죠. 블랭크의 최근 공시를 살펴봤습니다. 숨길 수 없는 게 공개자료니까요. 그들은 지난해 1315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을 89억원 기록했습니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던 회사가 창립 후 첫 적자 성적표를 받아든 셈입니다.

/ 블랭크가 기획, 제작한 고간지(고등학생간지대회)방송 캡처.

적자의 원인을 살펴봤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지출은 인건비입니다. 전년도 77억원 수준이던 총 인건비가 지난해엔 135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의문이 생깁니다. 자체 플랫폼을 보유한 회사가 아니란 점에서 기술 인력이 대거 필요했을 리 없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이미 궤도에 오른 기업이 세일즈 마케팅 부문에 전문가들을 영입할 만큼 부족함을 느꼈을 리 만무합니다.

성장 정체의 그늘… 놀이터 확장 나선 ‘창의 군단’

해답은 블랭크의 최근 활동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올 초 ‘허지웅답기’라는 유튜브용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방송인이자 작가인 허지웅이 독자들에게 “응답한다”라는 콘셉트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그가 라디오 DJ처럼 사연을 받고 그 사연을 들으면서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는 유튜브 스트리밍 영상물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엔 유튜브 기반의 ‘가사툰’이란 웹툰 드라마 채널을 선보였습니다. 유명 가수를 앞세워 그의 대표곡 가사를 모티브로 웹툰 형식의 드라마를 연재하고 있죠.

시도가 독특한 만큼 독자들의 관심도 큽니다. ‘허지웅답기’는 출범 3개월여 만에 누적 조회 수 400만을 훌쩍 넘겼고, 여성 솔로 가수 헤이즈의 신곡 ‘널 너무 모르고’를 앞세운 웹툰 드라마 ‘가사툰’은 지난 6일 공개한 첫 편이 누적 조회 수 약 20만 건을 기록 중입니다. 곧 공개 예정인 2편부터는 구독자들의 댓글이 드라마 스토리에 반영돼 연재한다고 합니다. 독자들과의 쌍방향 소통에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입니다.

/ 블랭크코퍼레이션 홈페이지.

궁금해집니다. 적자 전환의 불안한 기운이 가득한 블랭크가 왜 커머스란 본업에서 벗어나 보이는 이런 일들을 벌이는 것일까요. 서바이벌 예능 ‘고간지’도 그렇고, ‘허지웅답기’ 유튜브 콘텐츠에 웹툰 드라마 제작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게다가 모두 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콘텐츠란 점도 의아한 대목입니다.

아이러니하게 그 해답은 적자 전환의 원인으로 꼽힌 인건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성장 정체의 기운을 감지한 블랭크가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카드’로 공격적 실험 정신이 가미된 다양한 분야의 인재 영입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간 블랭크는 자체적인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않았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소비자의 결핍을 파고드는 판매 콘텐츠로 재미를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노는 법은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자신들만의 놀이터는 없다고 할까요. 고속 성장한 블랭크의 저력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key’는 국경 넘어에… 실험 또 실험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블랭크가 커머스 사업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다양한 분야의 소재에 대해 유튜브를 기반으로 실험적 소비자 태핑(시장분석)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놀이터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다는 얘기죠. 지난해 상승한 인건비의 대부분도 전문 인력 확보와 새 사업 기반 조성에 대거 투자했다는 것이 내부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실제로 블랭크는 지난해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OtoO(Online to Offline)전략 목적으로 오프라인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한편 자체 브랜드 강화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 블랭크 ‘기사툰’에 참여하는 가수 헤이즈.

최근에 활발한 그들의 유튜브 실험이 해외 공략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견해도 있습니다. 블랭크는 지난해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만 약 23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글로벌 매출이 부족하던 블랭크가 지난해 전체 매출의 20%가량을 해외시장에서 올렸다는 점은 의미가 큽니다. 여기에 웹툰 콘텐츠는 ‘광풍’에 가까운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고 있죠. 향후 유튜브 기반 웹툰·드라마 등이 블랭크의 명분과 실리라는 ‘두 토끼 잡기’에 최적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근 전 세계적인 비대면 생활화 분위기도 긍정적 요인으로 보입니다.

블랭크는 평범한 30대 청년 대표 한 명의 실험에서 시작된 회사입니다. 그의 겁 없는 도전에 창업자의 꿈의 크기를 읽은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사업을 키웠죠.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지만 과정이 녹록치 않은 게 국내 스타트업의 현실입니다. 트렌디한 기획을 바탕으로 소비자 심리를 파고드는 블랭크에게는 지금이 무척 중요한 때로 보입니다.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의 글로벌 유니콘이 되기 위해서 말이죠.

toyou@bloter.net

유쾌하게 소통하고, 진중하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