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2.0] “시민사회는 공공정보 개방 준비돼 있나”

가 +
가 -

굳이 ‘공공정보’에 방점을 찍을 일은 아니다. 어떤 조직이든 마찬가지 아닐까. 정보가 매개가 되는 공간이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공공기관이든, 학교든, 시민단체든 마찬가지다. 애당초 공개나 공유를 염두에 두고 정보 시스템이 설계되지 않은 탓이다. 보다 근본적인 영역에서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정부2.0’ 기획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공공 영역’ 울타리 바깥 목소리를 듣고자 비영리단체나 시민단체 종사자들을 여럿 만났다. 크게 다르지 않구나. 공공정보 개방을 둘러싼 정부나 공공기관의 고민과 숙제가 시민사회 영역에도 똑같이 투사된다. 공공정보를 공개하는 쪽이나, 이를 받아들이는 쪽이나 준비가 아직 덜 됐다고 느낀다면 과민 반응일까.

그래서 ‘정부2.0’은 시민사회 영역에도 거울이 될 수 있다. 이미영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상근활동가와 장상미 함께하는 시민행동 미디어팀장, 두 사람이 공공정보 개방과 시민단체의 역할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이미영 |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정보인권 운동이나 예산감시 운동을 오랫동안 해 왔다. 공공정보를 들여다보고 이를 감시하는 역할을 꾸준히 맡아왔는데. 그 동안 시민운동을 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

장상미 | 쉽지 않았다. 일단 공개를 해줘야 예산이든 뭐든 감시할 수 있다. 정보를 공개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정보공개법이 1998년 만들어졌다. 이제 뭔가 될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도 보이지 않는 장벽이 계속 가로막고 있다. 문제는, 정부 데이터가 애당초 공개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게 아니란 점이다. 그걸 공개하려니 공무원도 힘들고, 어디부터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 지도 잘 모른다.

이미영 | 정부에서도 효율적인 정보공개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sinbi

장상미 함께하는 시민행동 미디어팀장

장상미 | 전자정부도 그런 면에선 또 하나의 실패 사례다. 전자정부가 되면 정보 자체가 디지털화돼 움직일 거라고들 생각했는데, 사실상 전자정부는 내부 결제시스템처럼 쓰이는 게 현실이다. 여전히 정보가 위계적으로 통제된다. 이 일을 위해 또 다른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 문제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이번에 선거법 개정 운동을 하려고 정보공개를 요청했는데, 대개 공개가 안 될 거란 전망이다. 정보 정리 자체가 애초 그렇게 안 돼 있었다.

이미영 | ‘정부2.0’을 얘기할 땐 호주 사례를 많이 든다. 호주도 지금 단계까지 오기까지 5년을 설득했다고 한다. 왜 웹2.0 방식으로 정보가 공개돼야 하는지 오랫동안 논의하고, 전담반도 만들고, 시민사회와 기업이 함께 참여했다. 그러다가 결국 현재 상태에서 오픈 가능한 데이터부터 엑셀 파일 형태로 재가공해 공개했다. 가능한 곳부터 시작해 최소한의 데이터 세트를 공개하는 것이 첫 걸음이 아닐까.

장상미 | 정부가 보관중인 공공정보들은 사실상 대부분 시민사회 영역에서 필요한 자료들이다. 그런데 예결산 보고서가 나와도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 정도만 공개된다. 세부 집행 내역이나 기존 사용 내역 같은 자세한 자료는 없다. 정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시민운동도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식으로 단편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맥락을 알아야 세부적으로 접근하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지 않겠나.

이미영 | 그래서 원본 데이터를 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다. 정보에 대한 해석은 시민사회 몫이다. 그러다보니 정보를 매개하거나 해석하는 역할이 필요해졌다. 그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도 있고, 커뮤니티가 될 수도 있다.

장상미 | 시민단체도 지금까진 스스로 정책을 생산하는 역할을 상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민들이 참여할 여지가 적었다.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란 말도 시민단체 내부에서 나왔다.

이미영 | 시민단체도 참여형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고 본다.

장상미 |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진행하는 참여예산제 같은 건 상당히 오픈한 편이다. 한 도시에서 참여예산제를 하면 도시의 의제가 나온다. 시민들이 갖고 온다. 돈의 규모는 정해져 있고, 어떤 방식으로 쓸 지를 지자체가 내놓는다. 시민들과 지자체 담당자가 함께 모여 얘기하고 결론내고, 협상도 하면서 과정 자체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원본 자료를 기반으로 정책을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민단체2.0’도 그래서 필요하다.

시민단체도 지속가능성보고서 검토에 대한 요청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대부분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내놓는 걸 보면, GRI 표준을 따르기보다는 자기선언 수준이다. 그래서 우리가 표준 항목에 맞게 데이터를 다시 쪼개는 작업을 처음부터 했다. 그 일을 3년 정도 했다.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틀을 만드는 일이다. 그게 온라인으로 공개되면 외부에서 한눈에 알 수 있고, 필요한 부분을 쉽게 찾아내고 판단할 수 있다.

이미영 | 그래서 정부에 원본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하면, 외부에서 잘못 가져다 쓸까봐 못 준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사실 정부가 주도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은 정부가 필요한 대목만 고려해 만든다. 개발자들이 자기가 필요한 내용을 찾아서 그걸 자기 앱에 반영하면, 이용자와 시장이 평가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는 앱이 소위 ‘뜬다’. 그런 앱이나 서비스는 개발자가 스스로 품질을 높이게 된다. 컨트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나으냐, 오픈해서 품질 차이는 나더라도 자연스레 시장이 결정하게 맡기느냐의 문제다.

장상미 |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1999년 9월9일 문을 열었다. 초창기부터 다양한 운동 사례들을 모으면서 재미있는 사례들을 발견했다. 불명예상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기업감시 개념도 그 때 깨달았다. 많은 정보가 모였을 때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런 운동들이 시민단체에서는 누수되는 대목이다.

netstrolling

이미영 CC코리아 상근활동가

이미영 | 정부2.0과 마찬가지로 시민2.0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시민들이 올라올 수 있도록 판을 마련해주는 커뮤니티나 조직 같은 게 필요하지 않나. 영국은 ‘픽스마이스트리트’를 NGO에서 하고 있다. 어떡하면 좀 더 시민단체와 시민간 격차를 줄이면서 정부 영역을 시민 영역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까.

장상미 | 핵심은 정부가 원본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다. 정부가 데이터세트나 API 형태로 공개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 설계해서 내놓으면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을 지를 시민사회 영역에서 고민해야 한다. 또 하나. 우리 사회 여러 이슈를 시민들의 목소리로 모아 정책이나 운동으로 만들어내는 일도 중요하다. 시민단체들도 그런 역할을 하는 곳으로 진화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이미영 | ‘코드 포 아메리카’란 프로젝트가 있다. 참여형 정부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데 예산이 부족한 지방정부들이 있다. 개발자들이 최소 임금을 받으면서 가난한 지방정부에게 그런 작업을 해주는 프로젝트다. 중간에서 정부에 도움을 주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도 예컨대 아래아한글로 된 공공기관 자료를 XML이나 API 형태로 바꿔주는 일을 해보고픈 개발자가 있다. 각 개발자마다 일일이 따로 청구해 자료를 받을 게 아니라, 한 번 작업한 걸 여럿이 공유하면 훨씬 좋지 않을까.

장상미 | 개발자 그룹이 시민운동에 결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공정보에 대한 API 같은 걸 만드는 역할을 민간에 넘겨준다면, 시민사회에서도 버려야 할 대목이 있다. 시민단체가 떠맡을 게 아니라, 그 영역을 더욱 민간 영역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시민단체도 전문가 입장에서 정보를 다듬고 정책을 만드는 일을 했다. 시민단체도 징검다리 역할을 더욱 열심히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산감시 문제를 예로 들면, 다양한 시민 의견을 갈무리하거나 갈무리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 대신 그 성과를 해당 시민단체가 가져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시민단체 입장에선 성과를 보여야 하는 부담이 아직 남아 있다. 그걸 버려야 한다.

이미영 | 정부도 공공정보 개방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민이나 어려움까지 공개해보면 어떨까. 그런 부분에 대해 시민사회 영역에서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