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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모르면 약관 못 본다…한국산 앱 ‘스노우’의 무신경

2020.06.12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카메라 앱들이 국내에서 서비스 하면서도 이용약관과 개인정보처리방침을 영어로 기재하고 있어 ‘부실고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네이버는 자회사 캠프모바일을 분할, 새로운 자회사인 스노우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70.84%), 라인플러스(17.82%), 라인(11.34%) 등 네이버 및 계열사들이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 본사를 두고 증강현실(AR) 카메라앱 ‘스노우’를 비롯해 AR 아바타앱 ‘제페토’, 모바일 퀴즈앱 ‘잼라이브’,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 등을 국내·외에서 서비스 중이다.

그런데 스노우가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카메라 앱 대부분은 이용약관과 개인정보처리방침이 ‘영어’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블로터>가 조사한 결과 △스노우 △B612 △라인카메라 △푸디는 이용약관과 개인정보처리방침을 모두 영어로 기재했다. △룩스의 경우 이용약관은 한글로, 개인정보처리방침은 영어로 표시했다.

한글로 적어야 할 약관, 영어로 기재

현행 약관법(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자는 약관 내용을 고객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①‘한글’로 작성하고, ②표준화·체계화된 용어를 사용하며 ③중요한 내용은 부호, 색채, 굵고 큰 문자 등으로 명확하게 표시해 약관을 작성하는 것이 규정이다.

| 스노우 이용약관 갈무리

그러나 스노우는 한글로 약관을 작성해야 한다는 기본 내용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영어를 모르는 사용자는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할 권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 용어가 많은 약관 특성상, 영어 구사 능력에 따라 내용을 전부 이해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내 개인정보, 스노우는 어떻게 쓰고 있나

개인정보처리방침의 부실함도 지적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방침은 이용자가 언제든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하나, 이것 역시 영어로 작성돼 있다. 스노우는 회원가입 시 이용자의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록, 위치정보, 각종 쿠키 등을 수집하고 있지만 국내 사용자는 이 정보들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고, 얼마 동안 보관되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 B612·라인카메라·푸디·룩스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서비스에서는 이용약관·개인정보처리방침을 모두 국문으로 안내하고 있다. 틱톡 개발사인 바이트댄스가 서비스하는 카메라 앱 유라이크(Ulike)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이 이 같은 내용을 영어로 표시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 관계자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공개하는 목적은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리기 위한 것인데, 이를 영어로 표기해 놓으면 사실상 국내 이용자들에게 공개하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민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 이용약관과 개인정보처리방침 모두 국내 이용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안내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시정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스노우 관계자는 “과거 캠프모바일에서 글로벌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이를 영어로 제공하고 있었다. 내부에서도 신경 쓰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국가별 약관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