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저작권] 보이지 않는 ‘지식재산권’… 국제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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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대한민국 지식재산권 유형별 무역수지.

지난 2017년 여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대표부에 한 통의 서신을 내렸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이 사건은 미∙중 간의 무역 분쟁의 단초가 되었고, 양국 간의 다툼은 지난 1월에서야 1차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모두 90쪽 분량에 달하는 미중 무역합의문은 총 8개 분야에 걸쳐 작성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내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합의문의 서두는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미국 기업에 대한 보호 조치로  영업비밀 침해와 저작권 도용, 브랜드 무단 사용 등의 내용이다. 국제 무역관계의 셈법에서 지식재산권의 위력을 짐작케 한다.

보이지 않는 지식재산권도 유형의 제품과 같이 무역 수지를 매긴다. 올 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 거래국을 상대로 총 9,632억여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기준 적자 폭이 약 2,287억원 늘어난 결과다.

한국은행측은 “국내 게임 회사들의 프랜차이즈 사업권과 컴퓨터 프로그램 등의 수출이 감소했고, 외국인 투자 기업의 특허와 실용신안권 등의 수입이 늘면서 적자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유형별로 보면 산업재산권 적자가 1년 새 약 1조 8,301억원에서 약 2조 5,766억원으로 증가했다.

상대 무역 국가로는 미국과 일본의 비중이 가장 컸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각각 4조 4,307억여 원과  9,391억여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었던 건 저작권 수출 때문이다. 저작권 수출액은 1조 9,505억여 원의 외화를 벌어들여 2018년 1조 7,699억여 원 대비  10%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K콘텐츠의 세계적인 위상이 커진데 따른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에 편중되던 저작권 수출이 K팝과 K드라마 등이 동남아시아와 유럽, 남미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확산되면서 수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움직임도 긍정적이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5월부터 ‘사적복제보상금’과 ‘공공대출권’ 등 새로운 제도 도입을 검토중이다. 창작자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것인데 안정적인 창작 지원이 장기적으로 저작권 수입을 늘리는데 기여 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적복제보상금 제도는 사적복제기기 즉, 스마트폰이나 테블릿PC, PC 등의 제작자나 수입자에게 일정액의 보상금을 징수해 창작 저작자들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공공대출권은 공공도서관의 무상 대출로 인한 출판 저작자의 감소분을 보상금으로 지불하는 제도다.

이는 과거 20여년 전 ‘저작권 수입국’ 관점에서 펼쳐오던 정책적 기조를 ‘수출국’으로 전환하는 한편 이를 통한  국제적 지휘 향상과 국내 창작 및 저작물 수급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0억 매출’을 올린 영화 ‘기생충’과 같이 콘텐츠 저작물에 대한 수출 효과가 국가 무역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김학희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 부장은 “정부 기관과 관련 협회, 단체 등이 급변하는 기술 환경과 국제 무역 상황 등에 적합한 창작자 보호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며 “과거와 다르게 콘텐츠 저작재산의 부가가치가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사회적 인식 변화와 예술, 출판인 등의 권리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