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인공지능 뉴딜’에 뛰어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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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이제 하나의 인프라 기술이다. 이젠 거의 모든 산업이 AI와 융합하기 시작하며 관련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1일 ‘한국형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AI를 포함한 디지털 산업 육성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진짜 ‘인공지능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AI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만, 이를 정부 정책에만 기대기엔 민첩함이 다소 떨어진다. 최근 공공의 한국형 뉴딜과 맞물려 민간에서도 이 작업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산업지능화 AI 뉴딜의 등장

사단법인 한국인공지능협회는 지난 3월 14일 ‘산업지능화 AI+X 뉴딜’ 사업을 정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정부가 AI 정책을 수립하고 과제를 제시하던 기존의 탑다운(Topdown) 방식 탈피가 골자다. 대신 민간이 필요한 과제를 직접 발굴하고, 협회는 AI 수요-공급 기업간 연결을 담당함으로써 전체 생태계 순환을 보다 기민하게 만들려 한다. 협회 내 300여개 AI 기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수년 동안 준비된 협회의 숙원 사업이다.

꽤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론 이 같은 일을 과연 일개 민간단체에서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과연 그들은 국내 AI 저변 확대에 필요한 가속기 역할을 완수할 수 있을까? 한국인공지능협회 김현철 회장과 사업의 구체적인 배경 및 진행 상황, 향후 목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인공지능협회 김현철 협회장

Q. 협회가 직접 인공지능 뉴딜에 나선 배경은?

‘산업 지능화 AI+X 뉴딜’은 정부 정책이 미진해 만든 사업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정부의 시장의견 수렴과 정책 반영 속도는 빠른 편이다. 다만, 인공지능은 단순한 특화 기술이 아니라 ‘학문-기술-산업-문화-사람’이 연결돼 미래로 향하는 주제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간 AI 생태계에 꼬리표처럼 붙던 이슈들이 있다. △모호한 시장 수요 △데이터의 부재 △실증화의 난항 △규제의 벽 △부족한 인재 등이다. 물론, 정부 정책도 이런 문제들을 반영해 시행돼 왔다. 대표적으로 KDATA의 ‘데이터 바우처 사업’, NIA의 ‘AI Hub 데이터셋 구축 사업’, 각 지차체별 테스트베드 사업, 그리고 가깝게는 데이터 3법 통과가 있다. 하지만 이들 정책은 세부적인 가치사슬 연결이란 측면에서 약점을 드러내 왔다.

Q.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각 사업기관이 하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없는 지금의 환경이다. 게다가 정권이 바뀌면 기존 정책들은 폐지 수순을 밟기도 한다. 잘하려는 의지와는 별개로,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여기에 시야를 국외로 확장하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공지능의 민주화’를 표방하는 글로벌 선도 그룹들의 성취가 너무 빠르다는 문제도 보인다. 이들이 클라우드+인공지능의 형태로 낮추고 있는 기술적 허들은 수년 내에 누구나 AI를 엑셀처럼 다룰 수 있게 만들 것이다. 곧 기존의 코딩 기반 개발 구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강한 개인’의 출현을 예고한다. 이들이 스타트업의 포지션을 잠식하는 상황이 시작되면 중소 AI 기업들은 점차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며, 개인에게 인프라를 제공하는 대기업이 점차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이에 우리는 예측 가능한 미래를 앞두고, 방관자가 되지 않기로 했다. 산업지능화 뉴딜 사업도 그래서 구상됐다. 우리는 이를 ‘시간강탈 계획(Time Heist Plan)’으로 부른다. 현재 협회에 가입된 300여 기술기업을 엮어 전 산업을 지능화하는 것을 우선이다. 동시에 협회가 이들이 만드는 AI 생태계에 대한 공고한 컨트롤 타워 역할로 성장하는 과정도 함께 따를 것이다. 만약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곧 도래할 AI 독점화 시대에 앞서 다양한 기업과 개인이 경쟁력을 갖고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산업지능화 AI+X 뉴딜 사업 프로세스 / 자료=한국인공지능협회

Q. 그간 어떤 성과가 있었나?

지금은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AI 기술 공급풀을 모으고, 이들의 솔루션을 시장 중심으로 카테고리화 하는 단계다. 협회가 매년 발간하는 ‘Korea AI Startups 2021’은 기업 소개를 넘어 인공지능과 시장의 연결성 중심으로 편찬될 계획이다. 이는 곧 수요자들이 AI의 세부 요소(솔루션, 서비스, 제품)를 선택해 어떻게 핵심성과지표(KPI)를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가 될 것이다.

사업 개시 후 약 3개월이 지났고, 현재 40여개 공급사가 참여해 소상공인, 제조산업, 군 등의 큼직한 산업을 지능화하고 있다. 수요처들은 현재 엠바고(보도 제한)가 걸려 있어 바로 공개할 수 없는 점을 양해 바란다. 하지만 협회가 시장을 열수록 참여하는 기업과 개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Q. 협회와 정부의 연계점은?

AI+X 산업지능화는 한국형 뉴딜과 상생하는 형태다. 약 60조원의 추경이 편성된 한국형 뉴딜은 특히 데이터 수집과 가공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경제학자들은 어려운 시국에 진행되는 도전적인 추경인 만큼, 이것이 국가의 명운을 건 베팅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그간 정부 정책들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드라이브를 걸어주는 일은 얘기가 다르다.

한국형 뉴딜을 통한 디지털 기반의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은 데이터와 관련 인력, 그리고 중소기업에 강력한 경제적 기반(Fundamental)을 만들어 줄 수 있으리라 본다. 협회는 그 위에 산업지능화 뉴딜 사업을 올려 민간의 다양성과 빠른 속도를 접목할 계획이다.

한국인공지능협회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AI 기업이 합류해 있다. 이들이 개별로 수행하는 정부사업도 결국 협회로 수렴된다. 우리는 그런 AI 유관 사업들도 산업지능화 뉴딜의 일환으로 지원하고 내세울 것이다. 궁극적으로 정부와 협회는 상호보완적이며, 함께 협력하는 관계다.

한국인공지능협회 청사진

Q. 앞으로 남은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는 AI 기업들을 활용해 전 산업의 낙후된 아날로그 잔재를 디지털 전환하는 작업을 먼저 국내에서 성공시킬 것이다. 이 과정이 진행될수록 우리 AI 기업들은 기술과 수요의 균형 및 비즈니스 역량을 내부적으로 갖출 수 있게 되며, 이는 향후 글로벌에 진출해 쓰일 잠재력이다.

나아가 협회는 AI 기반으로 변화된 한국형 산업지능화(AI+X) 모델을 구축하고, 세계가 코로나19로부터 수습될 시기에 각 나라로 이를 전파하려 한다. 또한 협회를 해외시장 개척에 앞장서는 국제기구로 성장시키기 위한 준비도 이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위상을 높임과 동시에 국내 기업들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이 목표다.

#한국인공지능협회

2012년, 작은 개발자 스터디로 시작한 모임이 2017년 한국인공지능협회 출범의 모태가 됐다. 국내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 편람을 발간하고, 국내외 AI 인재 양성과 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