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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력의 폰카, 휘청이는 디카, 감성 저격한 즉석 카메라

2020.06.15

스마트폰의 ‘1억 화소 카메라 시대’가 열리면서 카메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샤오미가 1억 8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가 탑재된 스마트폰 ‘CC9 프로’를 출시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머지않아 ‘2억 화소 카메라’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반면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는 글로벌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MP3 플레이어’, ‘CD 플레이어’처럼 과거의 물건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말 중국 샤오미가 1억 8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가 탑재된 스마트폰 ‘CC9 프로’를 출시했다/사진=화웨이 제공

지난 1일 일본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는 4월 세계 디카 판매 대수가 전년 동월보다 64% 감소한 55만대였다고 밝혔다. 지난 1~4월 누적 판매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4% 감소한 263만대에 그쳤다. 특히 3월 출하량은 59만7500대로 전년동기대비 47.8%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일본 디카 업체 올림푸스는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한때 4년 연속 한국 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던 올림푸스는 판매 부진과 적자 확대로 오는 30일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직영점과 이스토어의 영업을 종료한다.

이같은 디카의 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을 꼽는다. 1억 화소가 넘는 폰카가 출시되면서 편의성에 비중을 든 일반인들이 스마트폰 카메라 쪽으로 쏠리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1억 화소 이상의 고성능 제품도 시중 판매 중이지만, 초고화질 디카의 가격은 대부분은 1000만원을 호가한다. 디카는 2000년대 싸이월드의 유행에 힘입어 전성기를 누렸지만,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이 굳이 무겁고 큰 디카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2000년대 싸이월드의 인기에 힘입어 전성기를 누렸던 올림푸스는 최근 판매 부진과 적자 확대로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했다/사진=올림푸스 홈페이지 갈무리

반면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면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즉석카메라의 선전은 눈에 띈다. 지난 4월 출시한 한국후지필름의 즉석카메라 ‘인스탁스 미니11’의 판매량은 예약 판매일이었던 같은 달 27일을 기준으로 6월 11일 출시 46일 만에 7189대를 넘어섰다. 출시 한 달째였던 5월 25일 2000대 판매를 돌파했고, 입소문을 타며 출시 한 달 반 만에 7000대를 돌파한 것이다.

인스탁스 미니11은 ‘직접 꾸미는 나만의 카메라’를 컨셉으로 2030세대의 아날로그 감성을 겨냥함과 동시에 102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세대의 관심을 얻었다. 한국후지필름은 시대를 역행하는 즉석카메라의 선전에 대해 2030세대에게는 아날로그의 향수를, 1020세대에게는 아날로그 문화를 체험해볼 기회를 제공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카메라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고성능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디카의 영역을 이미 장악했다”며 “디카가 성능만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진 만큼, 새로운 강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ainbow@bloter.net

기자라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