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연 예산 1000억원 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무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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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예산 1000억원.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국내 과학 기술 분야의 대중화 업무 수행을 위한 준정부기관이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임기 3년을 채운 이사장이 한 명도 없는 기관이기도 하다.

최근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종합 감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경영진에 대한 채용 비리와 특정업체 몰아주기, 경영진의 성과 평가 개입 등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감사 내용 ‘비리 종합 셋트’
해당 감사는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통의 청원 글에서 촉발됐다. 채용비리, 불공정 사업 입찰, 조직 내 간부의 성희롱, 갑질 등이 골자다. 이후 감독 기관의 종합적인 감사가 시작되자 안성진 이사장이 과기정통부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해당 청원에 대한 종합적인 감사는 부처 내 감사관실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세부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재단 경영과 조직, 대외 사업 등 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의 중도 퇴진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계 안팎에서 강력한 혁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재단은 최근 임기 3년을 채운 이사장이 한 명도 없다. 파행의 연속이었다. 2014년 취임한 김승환(포스텍 교수) 전 이사장이 2년여 만에 자진 사임했고, 박태현(서울대 교수), 서은경(전북대 교수) 등 전 이사장도 각각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연이어 사퇴했다.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박태현 전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말기에 선임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퇴 권유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었다. 당시 재단 감사가 전 정권이 임명한 기관장에 맞춰 사퇴 종용을 위한 표적 감사 차원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박 전 이사장 후임 서은경 이사장도 연구비 부정사용 의혹 등으로 임명 99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벌써 차기 이사장직 ‘하마평’ 돌아
감사 진행과 함께 차기 이사장에 대한 하마평도 나온다. 주요 인물은 문미옥, 이진규 등 전 과기정통부 차관 출신 관료와 2~3명의 현직 교수들이다. 구체적인 감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기다렸다는 듯 하마평이 돌고 있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게다가 당사자들이 감사가 진행 중인 감독 기관의 전직 관료 출신이란 점도 관심을 끈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대표 사업(사진= kofac 홈페이지 캡처)

하마평에 오른 일부 교수들이 이사장직을 고사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학기술분야에서 대표적인 전문가로 평가 받는 문미옥 전 차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 전 차관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과학기술계 정책과 인사를 막후에서 주도한 인물로 꼽혀왔다. 그는 앞선 두 명의 전직 이사장이 자진사퇴 할 당시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으로 활동 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16년 민주당에 합류한 그는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 추미애 법무부장관(당시 민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혁신 없으면 누가 와도 ‘도돌이표’
복수 이상의 과학계 관계자들은 “최근 수 년 새 수장과 관련된 크고 작은 잡음이 일면서 업계에선 ‘이사장 무덤’이란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며 “재단의 내홍이 장기화되면 결국 국가 과학 문화 확산에 대한 경쟁력이 손실이 불가피 하다”고 우려했다.

수동적인 조직 문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과기정통부의 대행 업무 비중이 높아 그로 인한 수동적인 조직 문화가 이사장 잡음에 이어 정체성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도 높은 정상화 결의에 대한 조직 내외부적인 노력이 선행되지 않은 채 ‘새 이사장’ 선임에 집중한다면 어떤 인물이 와도 고질적인 문제 탓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196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초대 이사장을 맡아 설립된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국내 과학 기술 분야의 대중화 업무 수행을 위한 준정부기관이다. 국내 과학 문화 대중화 사업을 비롯해 과학 문화 확산에 대한 조사 및 연구 등을 바탕으로 정책 대안을 제안하고 과학 인재 육성 프로그램 개발 등을 맡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매년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