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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로 촉망받던 AR 기술…사업성은 ‘갸우뚱’

2020.06.19

2016년 출시한 나이언틱의 ‘포켓몬 고’가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킨 후 ‘증강현실(AR)’ 기술. 곧 미래 유망 산업으로 급부상했다. 현실 배경에 3차원 이미지로 만들어진 ‘포켓몬’을 포획하는 형태의 콘텐츠는 글로벌 유저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에 가상 이미지를 불러오는 만큼 부동산, 교육, 의료, 자동차(내비게이션) 등 소비자 수요를 가진 전 산업 분야를 한 차원 더 발전시킬 기술로 주목받았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16년 AR·VR 시장 규모가 52억달러(약 5조7000억원) 수준에서 4년 만에 1620억달러(약 177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4년의 시간이 지나고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의 핵심으로 자리잡았어야만 하는 AR 기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며 스마트폰과 연결해 활용 가능한 ‘AR 글라스’ 등의 상용화 제품이 개발되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소비자 체감은 4년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포켓몬 고 역시 ‘포켓몬’ 지식재산권(IP)의 힘이었을 뿐, AR 기술의 성공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스 AR 선글라스 ‘프레임 론도’. /사진=보스 홈페이지 갈무리

글로벌 제조사들 역시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공룡들은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조사와 AR 기술을 주축으로 한 서비스 및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관련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찾지 못한 채 중단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미국의 음향기기 제조사인 ‘보스(Bose)’도 사실상 AR 사업에서 손을 떼며 관련 프로젝트 개발을 포기한 상황이다. 보스의 AR 사업 중단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 18일 현지 외신들의 보도가 이어진 후다. 같은 시간 한국에서도 보스 AR 프로젝트의 중단에 대한 기사들이 나왔고 관련 사업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전면 폐지설’과 ‘축소설’로 입장이 갈리면서 정확한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블로터>는 관련 소식이 알려진 직후 보스 측에 문의해 AR 사업 중단설을 알아봤다. 취재 결과 보스의 AR 프로젝트는 중단 수순을 밟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스 측은 <블로터>에 AR 사업 중단의 결정적 배경으로 ‘대중성’을 변수로 꼽았다.

보스의 AR 프로젝트는 2018년부터 기술과 오디오 경험의 결합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약 2년간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웨어러블 기기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추가하고 개발자 키트(SDK)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 주력했다. 그 결과 AR 선글라스 ‘프레임’, 보스 AR이 적용된 ‘보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700’ 등 다양한 상용화 기기를 전 세계 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다. 디즈니, 루카스필름, 마이크로소프트, NFL, 골프샷 등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하는 파트너사도 다양하게 확보했다.

개인형 오디오 기기로 출시한 프레임은 초소형 음향기기와 선글라스의 결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디오 증강현실인 보스 AR을 지원해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없이도 모션 인식 센서 움직임으로 통화, 음성인식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보스는 지난해부터 서서히 AR 프로젝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AR 부분을 이끌던 존 고든 등 핵심 개발진들이 지난해 회사를 떠났고, 올 들어 4월부터 보스 AR SDK 배포도 중단하기에 이른다. 써드파티 앱 개발 지원도 다음달 중순에 중단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현재 소비자 시장에서 AR 기술 보편화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보스 관계자는 <블로터>에 “(시장에 관련 플랫폼 및 기술 적용 기기를 선보인 후) AR은 특정 관심사 및 사용 사례를 제외하면 광범위하고 일상적인 사용이 어렵다는 것을 배웠다”며 “보스 AR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이 아니었고 계획한 방식대로 상용화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보스 AR이 탑재된 프레임과 NC 700 헤드폰 등에서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당분간 관련 기술을 중심으로 한 제품 연구는 없을 것임을 암시했다.

물론 오디오 중심의 AR 기술을 연구한 보스의 사례로만 소비층을 판단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 및 개발진들의 이탈 소식도 꾸준하게 들려오는 만큼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B2C 시장에서는 AR 기술이 흥행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AR 기기 제조사 ‘매직리프’는 직원 1000명을 해고한 후 타깃층을 소비자에서 기업으로 전환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는 AR 기기의 실용성을 검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익화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주효했다.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 역시 일반 소비자 대신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통해 신규 동력을 찾았고 MS의 경우 기업 대상의 혼합현실(MR)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자체 스마트폰을 판매중인 애플만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애플 글래스’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IT업계 관계자는 “AR 기술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실용성 면에서 아직 대중화 되지 못한 채 적정 수준의 수요층을 보유한 B2B 비즈니스로 선회한 상태”라며 “그나마 AR글래스가 B2C 비즈니스에 적합한 모델로 거론되고 있지만 기기 경량화, 편의성, 스마트폰 호환, 콘텐츠 등 다양한 숙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cso86@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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