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오브 어스2, “이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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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티독(Naughty Dog)’이 실로 오랜만에 악평과 호평의 갈림길에 섰다. 명작(마스터피스)을 만들어냈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한 오만이었을까. 지난 19일 출시한 플레이스테이션4(PS4) 전용 타이틀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에 유저들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메타크리틱 내 평론가 점수가 95점(100점 만점)인 것에 비해 유저 점수는 3.4점(10점 만점)으로 처참한 수준이다.

전작 ‘라스트 오브 어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세계 종말 이후 상황을 그리는 SF 세계관) 시대의 위기에서 드러난 사회속 경쟁, 대립, 가족애를 극명하게 표현하며 2013년 올해의 게임(GOTY) 최다 수상작에 올랐다. PS3 타이틀로 출시된 후 PS4 리마스터링 버전이 나올 만큼 명작 반열에 올랐고 메타크리틱 기준 95점(100점 만점)·유저 스코어 9.1점(10점 만점)을 받는 등 개발사 너티독의 이름을 각인시킨 타이틀이다. 7년만에 나온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에 전 세계 유저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 증오가 그 증오였단 말인가

전작은 ‘엘리’에게 친딸 ‘사라’를 투영하는 ‘조엘’의 모습을 보여준다. 좀비로 인해 황폐화된 세상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며 막을 내린 라스트 오브 어스는 유저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달했다. 여운을 잊지 못한 유저들은 7년 만에 선보인 신작을 구매하기 위해 더운 날씨에도 기다림을 이어갔다. 국내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9일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판매점 곳곳에서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를 구매하기 위한 구매 대기줄로 장사진을 이뤘고 이 게임만을 위해 PS4 프로 리미티드 에디션까지 구매할 정도였다.

/사진=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4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의 스토리 엔딩이 유출됐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실로 엄청난 기대감이었다. 전 세계 평론가, 커뮤니티, 게임 유튜버, 일반 유저 가릴 것 없이 최고 기대작으로 꼽았던 것이다.

그러나 예고 영상부터 싸늘한 느낌을 전하더니 엔딩을 본 후 손절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높아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공통적인 의견은 ‘속았다. 유저를 기만했다’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의 주제는 ‘증오’다. 본래 증오는 사전적 의미로 ‘혐오감과 분노가 같이 느껴지는 현상’인데 이번 타이틀의 주제 의식은 고스란히 유저의 감정으로 전이됐다. 너티독의 의도한 바가 “어디 한번 증오를 느껴보세요”였다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교한 그래픽, 모션 캡처, 더 넓어진 활동 반경 등 게임성 면에서는 전작보다 더 꼼꼼하게 만들어졌지만 가장 중요한 스토리 라인은 뒤틀려 있다는 평가를 벗어나기 어렵다. 인류의 목숨보다 부성애를 앞세웠던 전작의 주요 인물은 파트2로 넘어와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가 됐고 ‘증오’로 똘똘 뭉쳐야 할 그 누군가는 박애주의자가 된다. 전작으로 희생과 아포칼립스 시대의 폭력을 설명했던 너티독은 후속작에서 ‘박애주의’를 내세우며 ‘안면몰수’한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엇도 할 수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그 안에서 변해가는 관계의 변화를 주목했던 ‘라스트 오브 어스’는 어째서인지 개연성 없는 살인과 피비린내 나는 복수와 증오의 감정을 부추긴다.

/사진=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홈페이지 갈무리

보다 강하고 자극적인 전개를 위한 장치로 증오를 택했지만 결국 일관되지 않는 스토리로 막을 내린다. 한마디로 세계관을 관통하는 일관성이 없다. 전작의 여운을 기대했던 유저의 뒤통수를 오함마로 내리친 것도 모자라 ‘내 이웃을 사랑하라’는 박애주의를 설파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엔딩을 본 스토리 밸런스 붕괴에 유저들은 하나같이 치를 떨었고, 급기야 타이틀을 가위로 자르며 손절하겠다는 유튜버도 생겨났다.

30만명의 국내 게임 스트리머 ‘홍방장’은 엔딩을 본 후 트위치 방송에서 “제가 이 게임 켠왕(켠김에 왕-엔딩-까지)하려고 링겔까지 맞고 왔다”며 “내가 이런 엔딩 볼라고 한 것이 아니다.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참고로 홍방장의 경우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를 20시간 30분만에 끝내고 엔딩을 감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치 스트리머 ‘크랭크’는 게임 중간 CD를 꺼내 가위로 자르며 자체 ‘화형식’에 돌입했고, ‘풍월량’의 경우 “그래픽과 격투 시스템은 좋지만 (스토리 라인은) 평론가들이 좋아할 만한 문학 작품을 만들었다”며 “유저가 재밌고 부드럽게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게임을 재밌게 즐길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대체 너티독에 무슨일이 있었길래?

증오를 선사한 너티독에 시선이 쏠렸다. 대체 그 7년의 시간내 무슨일이 있었길래 이렇게도 유저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인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길래 기대작에 이리 많은 사회정의를 담아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작부터 차곡차곡 쌓은 유저의 감성을 처참하게 무너뜨리더니 새롭게 돌아온 파트2를 통해 ‘이전 것들은 모두 틀렸고 지금 이것이 정의’인양 부르짖기 때문이다. 일종의 ‘선민의식’으로 비쳐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말 출시전 너티독이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닐 드럭만 너티독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디렉터 겸 부사장과 스토리를 담당한 할리 그로스 작가는 “처음 닐 드럭만 메인 디렉터와 각본 초안을 정했을 때 디자이너, 애니메이터, 아트 등 모든 인원을 다 불러모아 의견을 주고 받으며 뼈대에 불과했던 이야기에 살을 붙였다”며 “그 결과 4년전 처음 생각한 결말과 2년전 정한 현재 엔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는 너티독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했던 조나단 쿠퍼의 폭로와 비교·분석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조나단 쿠퍼의 경우 라스트 오브 어스 개발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로 매스 이펙트, 데이어스 엑스 등 대규모 타이틀도 참여한 유명인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홈페이지 갈무리

조나단 쿠퍼는 지난달 13일 트위터를 통해 대형 작품 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혹사를 언급했다. 그는 “LA 생태계에서 계약직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형 게임을 완성시키는데 필수적 존재”라며 “너티톡에 남아 있는 계약직들은 초과 근무 보상은 받지만 추가 보수나 정규직 같은 직업 안정성은 보장받지 못한다. 업계 자체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더 많이 뽑는 추세이기에 관련 계약직을 직접 보호해주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너티독에 만연한 혹사 문화로 지난해 계약직 개발진이 대거 회사를 떠났고 그만큼 빈 자리를 신규 인력이 대체하면서 완성도 밸런스가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물론 게임의 스토리는 개발진을 비롯해 개발사의 주관대로 기획하고 만들어진다. 다만 PS 독점작이자 대작으로 꼽히는 전작의 명성까지 흔들 만큼의 변주를 줬어야 했는지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난 19일 기준 메타크리틱 유저 스코어가 아직 4점대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