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뷰] ‘사이코지만 괜찮아’…잔혹 동화와 로맨스 그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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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뷰’는 게임, 드라마, 영화 등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감상·체험하고 주관적인 시각으로 풀어보는 기획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어른들을 위한 동화는 공통적으로 ‘잔혹함’에 물든다. 영화 ‘장화, 홍련’을 필두로 이야기의 끝에는 피칠갑을 두른 등장인물이 관객과 마주한다. 동화의 실제 결말은 잔인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순화시켰다는 말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분홍신’이 그랬고 ‘헨젤과 그레텔’, ‘손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잔혹하다.

/사진=사이코지만 괜찮아 홈페이지 갈무리

tvN 드라마이자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사이코지만 괜찮아’도 나름 잔혹한 설정들이 눈에 띈다. ‘동화’에 틀을 맞춰 인형극으로 전개한 도입부부터 ‘고문영(서예지 분)’의 등장신까지 잔혹동화의 상징성을 과감하게 조명한다.

마녀로 살아가던 소녀는 자신의 그늘을 없애준 소년을 만나기 전까진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인형으로 표현했지만 죽은 닭을 무덤덤하게 건네 사람들을 도망치게 하거나 낚시 바늘로 낚은 고기의 배를 눌러 죽이며 스트레스를 푸는 소녀의 모습은 아이들이 보거나 읽기엔 부담스런 광경이다. 낚시 바늘로 죽을 뻔한 소년을 낚아채는 장면은 소녀가 잔혹함을 넘어 두려움의 대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요소다.

인형에서 실물로 전환되는 시점을 지나 고문영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는 잔혹함이 그 절정을 이룬다. 팬이라며 찾아온 아이에게 ‘공주가 예쁘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마녀 우월주의’를 주입시키는 고문영의 성격을 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단골 레스토랑 방문 이유가 칼날이 예리해서라니.

/사진=사이코지만 괜찮아 방송 화면 갈무리

물론 여기까지는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관점이다. 어른들이 바라볼 때는 잔혹 동화의 틀을 넘어선 좌충우돌 로맨스로 비쳐진다.

날이 바짝 선 칼 같은 고문영과 형을 위해 살아가는 ‘문강태(김수현 분)’는 서로의 상처를 숨기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극단을 보여준다. 자페 스펙트럼(ASD)을 가진 형을 위해 매번 1년도 되지 않아 직장을 옮겨다니며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문강태와 달리 고문영은 고집불통, 천방지축, 도도함이 하늘을 찌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냉혈한의 모습을 보이지만 그마저도 말 못할 상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다.

가족에게 도구로만 여겨진 사람, 보호받아야 할 상대로부터 죽을 뻔한 아이. 두 사람은 각자 마음의 벽을 쌓은 채 ‘책임주의로 뭉친 사람’과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으로 각각 오랜 시간 가면을 쓴 채 살아왔다. 결핍과 상처를 알아본 두 사람은 포옹으로 온기를 나누며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었다. 드라마 제목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의미는 ‘사이코(같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괜찮아’라는 뜻은 아닐까.

고문영(서예지 분)과 문강태(김수현 분). /사진=사이코지만 괜찮아 홈페이지 갈무리

4화까지 진행됐지만 로맨스 장르로 한정하기에는 아직 회수되지 않은 ‘떡밥’이 남아 있다. 정신병원에서 딸과 함께 입원한 사내는 고문영을 죽이려다 문강태에 제지 당한 후 붙잡힌다. 당시 고문영은 칼을 막은 문강태에게 “세상엔 죽어 마땅한 것들이 있는데 사려 깊은 또라이가 그것들을 몰래 죽여주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는 시민들이 두 다리 쭉 뻗고 살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그날 밤 뉴스에서는 정신병원에 있던 남성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단순한 맥거핀(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으로 보기엔 시간의 연속성과 복선이 심상치 않다.

16회까지 방영 예정인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잔혹동화’와 ‘로맨스’의 경계에 서 있다. 드라마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일까.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시리즈는 아니지만 넷플릭스의 안목은 또 한번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