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는 왜 정규직 보험설계사를 뽑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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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금융 플랫폼 회사를 표방하는 토스는 2018년부터 ‘토스인슈어런스’라는 독립판매대리점(GA)을 운영 중이다. 일반적인 GA라면 영업점에서 내방 고객을 맞거나 고객들을 찾아가 보험 방문판매를 하지만, 토스인슈어런스는 모회사인 토스 앱을 통해 보험설계를 요청한 고객에게만 전화로 상품을 판다.

최근 토스인슈어런스가 보험설계사(보험분석 매니저)를 정규직 채용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소식에 귀가 솔깃했던 이유는 보험업계의 특수성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영업 활동에서의 여러 특징 때문에 회사와 설계사가 특수고용직 계약을 맺는 게 일반적이다. 40여 생명·손해보험사, 5000여 GA 소속 설계사 중 정규직은 실험적으로 시도 중인 극소수에 불과하다.

<블로터>는 토스가 왜 정규직 보험설계사를 뽑는지 알기 위해 토스의 보험상담 서비스를 받아봤다. 취재 기준은 토스 설계사들이 고객과 어떻게 상담하는지, 상담 과정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을 추천하는지 등이었다. 상담은 지난 6월 25일부터 30일까지 전화와 카톡으로 이어졌다.

토스 인슈어런스로 보험 상담을 받아봤다

토스를 통해 보험상담을 신청해봤다. 나는 실손보험을 제외하곤 다른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매달 빠지는 돈이 크고, 기회비용 측면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가정이 생기면서 리스크를 일부 분산해야겠다고 판단했고, 이에 토스를 통해 암과 심장, 뇌·혈관 보장보험과 사망보험 상품을 알아봤다.

토스 앱의 ‘내 보험 분석 받기’를 통해 분석을 신청하자 간단한 보장 분석 리포트와 함께 상담사가 배정됐다. 앱에선 내가 가진 보험 중 어느 보장이 부족한지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아주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부족한 보장이나 과잉된 보장이 어떤 게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UI가 설계돼 있었다.

상담 대부분은 전화와 카카오톡 상에서 이뤄졌다. 구체적으론 전화가 70%, 카카오톡이 30%였다. 상담사와 약 10여 분간 통화하면서 내가 어떤 보험이 필요한지, 원하는 보험이 무엇인지를 대화했다.

전화 상담 약 두 시간 뒤 설계사에게 두 곳의 보험사 상품을 추천받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실손보험을 빼고 암과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상해장애 보험은 설계사가 추천해줬고, 내가 원했던 정기 사망보험은 포함된 내역과 그렇지 않은 내역이 따로 나왔다. 상품 가격은 월 5만원 선으로 비교적 합리적이었다.

특정 보험을 추천해준 이유에 대해 ‘타사보다 저렴해서’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상담 과정에서 약간의 의심이 들었다. 혹여 특정 보험사 상품을 팔기 위해 이 두 곳만 추천해준 것이 아닐까 하는 부분이었다. 설계사에게 두 회사를 추천해준 이유를 물었더니 “다른 곳은 설계해보니 질병 사망이 많이 비싸서 저렴한 곳을 추천했다”고 답했다. 둘 중 어디를 선택할지에 대해선 “먼저 심사를 받고 승인이 나는 쪽으로 진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스인슈어런스 측도 “상품에 대한 다른 기준이 아닌, 보장내역과 보험료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과 보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최우선 기준”이라며 “특정 상품 판매 권유를 유도하지 않고, 각각의 보험분석매니저가 전문가로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선택해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보험 가입에 대한 압박 강도였다. 그간 수차례 보험 가입 권유를 받아봤는데, 그에 비해 토스의 보험 가입 권유는 사실상 없는 수준이었다. 중간에 전화로 가입 결정 여부를 묻긴 했으나, 이 또한 다음 달 가입 시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부담 없이 보험을 알아보고자 하는 수요층에 합리적 선택지로 보였다.

토스의 정규직 설계사 실험은 성공할까

토스는 왜 보험 가입을 권유하지 않을까. 토스의 정규직 설계사들이 회사로부터 압박을 덜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토스는 자사 설계사 개개인에게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 오로지 회사 전체가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따라 조직원 전체에게 동일한 인센티브가 적용된다. 인센티브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고객 만족’이다. 설계사들이 어렵게 보험 가입을 권유할 필요 없이 오로지 서비스 만족에만 집중할 수 있는 셈이다.

정규직 설계사 시스템에서 생길 수 있는 ‘프리라이더’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토스인슈어런스는 이를 ‘조직 문화’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실적을 관리하는 관리자도 두지 않고, 대신 각자가 어떻게 일하는지 모든 지표가 실시간으로 팀 전체에 공유된다. 팀 문화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해선 서로가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기대와 신뢰를 갖는다는 게 토스 측의 설명이다.

토스 또한 2018년 처음 영업할 당시에는 설계사들과 특수직 계약을 맺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2020년 들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토스는 올해 말까지 정규직 설계사를 1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여러 이해관계 측면의 결정이 있었겠지만, 토스는 보험업계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인슈어런스의 모든 구성원은 대한민국 보험산업을 고객 중심으로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이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식을 함께 재정의하고 있다”라며 “기존 보험업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시도라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토대로 직접 길을 찾고 있는 중”이라 설명했다.

토스인슈어런스는 정규직 설계사 채용의 실패 전례를 딛고 성공하는 여정을 해낼 수 있을까./사진=토스인슈어런스 채용 공고

우리나라에선 2007년 이래로 정규직 설계사를 뽑는 시도가 드물게 있었다.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지만, 지금도 토스를 포함해 두 곳의 GA가 정규직 설계사를 채용하고 있다. 보험 가입을 강권하거나 ‘철새 설계사’가 생기는 사례는 그간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설계사 업계에 있었던 대표적 병폐였다. 만약 보험설계사의 고용 안정이 이뤄지면 지금껏 있었던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바뀔 수 있다. 보험 영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정규직 설계사를 도입하는 GA업계 관계자는 “정규직 채용으로 고용이 안정되면 불완전판매가 줄어들고 계약 유지율을 높일 수 있어 설계사와 회사, 고객 모두 만족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라며 “다만 설계사를 정규직화 할 경우 당연히 기본급에 안주하는 프리라이더 문제가 예상되는데, 이 부분은 정규직 설계사를 도입하는 각 회사의 숙제가 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