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와 보편요금제…우리 사회는 시대를 앞서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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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강국 코리아’ 이미지는 경제 위기 속에서도 제대로 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를 세계 속에 각인시켜왔다. 한류 열풍도 ICT를 통해 더욱 가속화됐으며,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글로벌화됐다.

최근 글로벌 ICT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5G가 열쇠다. 더욱 빠른 통신 서비스는 개인의 스마트폰을 벗어나 자율주행, 인공지능, 스마트 팩토리 등 첨단 미래기술 인프라를 이끈다. 5G는 민관 협력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야 되는 ‘투자’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5G에 대한 투자는 잘 되고 있을까. 정부는 코로나19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에 4조원에 달하는 5G 관련 투자 조기집행을 부탁(권고)했다. 지난해에도 십수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5G 설비투자비와 마케팅에 집했됐다.

그러나 국내 5G 성적표는 초라하다. 한 시장조사업체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통3사의 5G 가용성(5G 가입자의 5G망 접속 시간비율)은 10%대에 불과하다. 추가적인 5G 설비투자가 이어지고 가입자의 활용도가 높아져야, 시장이 활성화되고 5G 기반 기술도 선순환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30일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편요금제 도입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정권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국민의 통신비 절감을 위해 한차례 무산됐던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018년 추진됐던 정부의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2년여가 지난 현재, 국민의 데이터 활용도는 훨씬 높아졌다. 정부가 이통사에 요구할 보편요금제의 데이터 기준도 더 높아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정부 안은 이용자의 지난해 평균 이용량의 70%에 달하는 음성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부담은 이통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2년 전 당시, 보편요금제 도입시 이통사의 영업이익이 2조 2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통사의 영업이익 감소는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당연한 시장의 논리다. 5G에 대한 투자 위축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진=픽사베이

물론, 이동통신 서비스는 이제 보편화된 서비스다. 차상위 계층 등 정보소외 계층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저가 요금제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 정부가 공약 실행을 위해 전국민이 쓸 수 있는 보편요금제를 민간기업에 강요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는 생각해 봐야 한다.

가계 통신비 절감 이슈는 진보와 보수 진영을 떠나, 매번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등장했던 단골 공약이다. 대선 때 마다 서민경제 안정화 정책으로 가장 손쉽게 생활비 절감 효과를 자랑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정부로 부터 통신용 주파수를 할당 받아야 하는 이통사는 사업을 계속하려면,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산업구조기 때문이다.

통신 서비스는 ‘보편적인 서비스’일 뿐, ‘보편 서비스’는 아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수익을 위해 투자를 하고, 이러한 민간기업의 투자는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시장에 선사하게 된다. 보편적인 서비스인 만큼, 정부의 규제도 강한 편이고 반드시 필요한 것도 맞다. 시장 논리에 어긋날 경우에는 적극적인 제재를 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 통신 서비스는 ‘문화적 소비’다. 보편적인 음성통화와 정보 검색 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와 각종 생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소비자 선택적인 서비스다. 이를 위해서 소비자는 아낌 없이 비용을 지불하는 시장 경제 최적화 서비스이기도 하다.

5G 시대에는 이러한 통신 서비스의 문화적 소비와 산업적 발전이 패러다임을 또 한차례 상승시킬 것이다.

현재 이통사는 5G 요금제에 한해서, 합리적인 저가 요금제나 보편적 요금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괘씸하기도 하다. 투자가 먼저냐 복지가 먼저냐를 놓고 보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따져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민간 사업자의 팔을 비틀어서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강제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5G 투자와 보편요금제 도입. 이를 둘러싼 정책 흐름을 보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합리적이지도 시장친화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간섭이 반드시 국가 산업 경쟁력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한 통신사 임원의 하소연을 다소 편파적으로 소개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위축은 5G 설비 투자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실질적인 영업이익 하락을 가져오는 보편요금제 도입은 통신산업 발전 저해를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 저해까지 이어질 수 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