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성만 없으면 OK”…토스, ‘고객피해 전액 책임제’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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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정결제 사건 발생으로 홍역을 치른 토스가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토스를 통해 금전 피해가 발생할 경우, 금액과 관계없이 피해액 전체를 우선 보상하는 ‘고객피해 전액 책임제’를 국내 금융기업 중 처음으로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고객피해 전액 책임제는 명의도용이나 보이스피싱 피해가 토스를 거쳐 일어날 경우 토스의 직접적인 책임이 없더라도 피해 금액을 토스가 우선 환급해주는 정책이다. 문제 발생 후 30일 이내에 신고하면 피해를 모두 보전받을 수 있다.

단, 계정 주인이 로그인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정보 등을 고의로 알려주거나 도용자가 가족이나 지인인 경우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이스피싱도 이용자의 중과실이 확인될 경우 보상받을 수 없다.

구체적인 고객 중과실 사례는 △보이스피싱범에게 금전 취득을 대가로 대포통장/계좌를 제공한 경우 △피해를 토스에서 환급받은 뒤, 재차 비슷한 유형의 피싱 피해로 접수하는 경우 등이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범죄 가담이나 환급 사기 등을 목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닌 이상, 토스에서 모두 보상해주겠다는 의미다.

토스는 신고 접수를 위한 전용 웹사이트(toss.im/safety)도 공개했다. 피해자는 24시간 운영되는 고객보호센터를 통해 해당 사실을 토스에 즉각 알릴 수 있다.

토스 고객보호센터 사고접수 페이지 / 사이트 갈무리

‘고객 중심’의 피해 보상 문화 마중물 될까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명의도용으로 인한 금융 피해 발생 시 대부분 1차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지금은 폐기된 공인인증서다. 공인인증서는 주로 PC나 USB에 보관되는 만큼 해킹으로 인한 탈취 위험성이 높으나, 관련된 명의도용 사고 발생 시 책임은 대개 피해자에게 돌아오곤 했다. 공인인증서를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명목이다.

지난 2018년 대기업을 포함한 간편결제 기업 7곳에서 발생한 명의도용 부정결제 사건에서도 피해자들은 제때 구제받지 못했다. 당시 모 업체는 피해자가 도용 사실을 조기에 인지하고 상담을 요청하자, ‘도용자가 가입 시 적은 핸드폰 번호를 피해자가 모른다’는 이유로 상담을 거절한 황당한 사례도 있다.

토스의 이번 정책 시행이 향후 업계의 사고 발생 대응 방식에 어떤 변화를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다. 통상적으로 국내에서 명의도용으로 발생한 금전 피해는 실제 피의자가 특정될 때까지 고객이 보상 받을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보이스피싱 역시 금융 서비스 주체가 선제적으로 보상하는 경우는 없었다. 피해자 중심이 아닌 기업 중심의 사고 처리 방식이 관례처럼 이어져 왔던 셈이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부정거래에 금융 회사가 일부 책임을 지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전자금융업이 충분히 발전했음에도 적극적인 고객 보호 정책이 부족했다”며 “고객피해 전액 보상제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