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보험금 덜 받으면 더 돌려줍니다” 미래에셋 ‘P2P보험’ 실험 성공할까

2020.07.07

미래에셋생명이 국내에 전에 없던 P2P(개인 간) 사후정산형 보험을 선보인다. 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묶어 보험금을 지급한 뒤 추후 남는 돈을 돌려주는 형태다. ‘연대’ 형태의 실험적 상호보험 상품인데, 국내에 잘 정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래에셋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로선 처음으로 사후정산형 보험 ‘보험료 정산받는 첫날부터 입원 보장보험’을 7일 출시했다.

미래에셋생명이 국내에 전에 없던 P2P(개인 간) 사후정산형 보험을 선보인다./사진=미래에셋생명

이 상품에는 P2P 개념이 도입됐다. 보험사와 가입자 간 이뤄졌던 보험 계약을 가입자들끼리 묶어놓고 보험료 정산과 보험금 지급에 대한 ‘이해관계 동맹’을 맺게 하는 것이다. 미래에셋생명은 고객의 돈을 묶어 관리하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예컨대 10명이 보험 기간 6개월, 월 보험료 4000원의 상품에 가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총 보험료로 24만원이 쌓이고 이 가운데 사업비(플랫폼 사용료) 10%를 빼면 21만6000원이 남는다. 이 돈은 고객이 보험금이 필요할 때 꺼내 주는 ‘위험보장을 위한 보험료’가 된다.

만기까지 보험금으로 10만원이 지급됐다고 치자. 나머지 11만6000원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기존 보험에서 이 돈이 보험사 몫이었다면, 사후정산형 P2P보험에선 가입자에게 공평하게 10분의 1씩 돌아간다. 보험 가입자들로선 남는 보험료가 많을수록 득이 되는 구조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현행 무배당 보험은 고객이 낸 위험보장을 위한 보험료와 회사가 지급한 보험금 사이 생기는 차익을 100% 주주 지분에 귀속하도록 돼 있었다”라며 “이 상품은 금융위 ‘규제샌드박스’ 특례를 받아 위험률차 이익의 90% 이상을 주주가 아닌 소비자에게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현대적 의미의 P2P보험, ‘인슈어테크’ 성장으로 재탄생하다

미래에셋생명의 말대로라면, 보험사는 남는 보험료를 가져가지 못하게 돼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도 “이 상품을 통해 당장 이익을 거둔다고 보기엔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품의 탄생 배경에는 오늘날 보험사업의 문제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17세기 영국 로이드 커피하우스 삽화 모습. 이곳에서 현대적 의미의 보험이 처음 탄생했다.

사실 P2P보험은 역사적으로 ‘공유경제’ 개념에서 탄생한 보험과도 비슷하다. 17세기 영국에 해상 무역이 활발할 당시 ‘로이즈(Lloyd’s)’라는 커피점에 모인 선주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해상사고의 손실을 분담하기 위해 만든 보험에 대해 로이즈가 그 조합 역할을 한 것이다.

이 같은 P2P 방식의 보험은 2010년대 ‘인슈어테크’의 성장에 힘입어 재등장했다. 현대 보험에서 가입자와 보험사 간 1:1 계약 관계에서 상호 정보 비대칭과 보험 사기 등 신뢰 저하 문제가 생겼는데,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인슈어테크 차원에서의 P2P 보험 시초는 영국의 ‘소 슈어(so-sure)’와 독일 ‘프랜드슈어런스(Friendsurance)’였다. 이들 회사는 보험 가입자가 지인을 같은 보험 네트워크에 초대하고, 그 안에서 보험금을 덜 청구할수록 일정 액수의 돈을 환급해주는 상품을 선보였다. 프랜드슈어런스의 경우 80% 이상의 계약자가 보험금을 환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핀테크 기업 ‘레모네이드(Lemonade)’도 비슷한 상품을 선보였다. 레모네이드는 보험료의 20%를 사업비로 수취하고 80%를 위험보험료로 남겼는데, 특히 남는 보험료를 가입자에게 환급해주는 게 아니라 계약자가 지정한 단체에 기부하는 ‘기브백’ 방식을 적용했다. 이는 ‘보험회사나 가입자가 아닌 사회에 이익을 환원’한다는 인식을 자극했다.

레모네이드는 P2P보험으로 미국 인슈어테크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레모네이드는 듀크대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 교수의 ‘행동경제학’ 이론과 자사 AI 알고리즘을 결합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혁신적 시장 파괴자’라고 평가하며 1300억원을 투자했고, 최근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무려 36조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도 “고객이 보험금 돌려받고 건강할수록 보험금 돌려준다는 긍정적 경험을 주는 게 상품을 만든 취지”라며 “그게 우리 회사의 미래 이익이 되리라 판단하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만든 혁신상품”이라 강조했다.

보상만 내세운 미래에셋생명, ‘프리라이더’는 어떻게 막을까

다만 미래에셋생명이 의도한 것처럼 P2P보험이 잘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바로 ‘프리라이더’ 문제이다.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보험금을 혼자 독차지하려 할 때 이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통상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는 사고가 났을 때 최대한 보험금을 많이 받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없는 사고도 만들어 내는 식의 ‘보험사기’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까지 적발된 보험사기 액수만 7982억원에 달했다.

앞서 언급한 소 슈어나 프랜드슈어런스의 경우 가입자의 지인을 보험 네트워크에 참여시켜 상호 연대를 강화하는 식으로 과도한 보험금 청구를 막았다. ‘기브백’ 방식을 적용한 레모네이드는 행동경제학적 차원에서 고객이 보험사기를 치거나 정보를 왜곡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반면 미래에셋생명의 P2P금융 상품은 이런 장치가 잘 보이지 않는다. 보험료를 돌려준다는 이야기만 있을 뿐,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 간에 연결고리도 없고 그들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 측은 보험상품을 오래 팔면서 쌓인 경험치가 있어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의도와 같이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언더라이팅이나 가입자 모집 과정에서 보험 가입을 악용하려는 사람을 걸러내는 프로세스가 관행적으로 형성된 상태”라며 “대신 상품이 사후정산식이라 보험금을 과도하게 청구하는 ‘역선택’이 생길 수 있어 거짓고시나 미고지 시 패널티를 주도록 보완했다”라고 설명했다.

atom@bloter.net

복잡다단한 IT 이야기를 일상의 언어와 상식적 호기심으로 소개합니다. atom@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