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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국이 지진관측소가 된다고요?

2020.07.09

기지국이 지진관측소로 변신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조그마한 플러그형 지진 감지 센서를 콘센트에 꽂으면 끝이다. 기존에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지진관측소보다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조밀하게 설치해 지진 경보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한국의 재난 상황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하지만 소형 지진 감지 센서를 활용한 지진 관측은 아직 가능성을 점치는 연구 단계로, 실제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SK텔레콤이 지진 감지 센서를 시연하는 모습

SK텔레콤은 기상청, 경북대학교와 함께 지진 탐지 및 경보체계와 연계할 수 있는 ‘지진 관측 네트워크’를 시범 구축한다고 9일 밝혔다. 이날 SK텔레콤은 내진, 진동 등의 안정성 검증을 수행하는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기상청, 경북대학교와 함께 모의 지진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을 위해 지진 규모 6.0 이상 지진과 유사한 진동을 발생시켜 기지국으로부터 진동 데이터를 수집, 분석 등의 과정을 선보였다.

물량으로 지진 경보 공백 메운다

지진 감지 센서 시연에 앞서 발표에 나선 이지민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 연구관은 “2018년 초 경북대와 소형 센서를 활용한 지진 관측 연구를 시작한 가운데 SK텔레콤에서도 관련 제안을 해 협약을 맺고 연구를 진행해왔다”라며 “소형 지진 감지 센서를 SK텔레콤 기지국에 설치해 현재 활용 가능성을 보고 있고, 지진 진로 정보 생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SKT 5GX인프라BM팀 이상진 팀장이 ‘지진관측 네트워크’ 시범 구축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이어 발표에 나선 경북대 초연결융합연구소장 권영우 교수는 연구 배경으로 지진 경보 공백을 들었다. 현재 기상청은 전국에 260여개 지진관측소를 설치·운영 중이며 다른 유관기관을 포함해 총 338개 지진관측소를 활용해 지진조기경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재 지진관측소 간 간격은 18km로 조기경보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은 갖춘 상태다. 지진 관측 후 7초~25초 이내로 경보가 내려지고 있다.

하지만 관측소 설치 확대의 한계로 경보 공백 구역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권영우 교수는 이 같은 공백을 메꾸기 위한 게 소형 가속도 센서를 활용한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작고 저렴한 센서와 네트워크,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기존 지진조기경보 서비스를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만, 미국 등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3개 기관은 2018년 스마트폰 기반 지진 감시 체계 연구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에 있는 가속도 센서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 지진 감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지진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300개의 스마트폰을 제공했으며, 이를 영남 주요 지역에 설치해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100만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가격과 지진 관측을 위한 설치가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SK텔레콤 엔지니어가 기지국에 설치한 지진감지센서로부터 전달되는 진동 데이터를 모니터링 하는 모습

이 같은 연구를 기반으로 3개 기관은 2019년부터 IoT 지진 감지 센서를 활용한 지진조기경보 체계 연구에 착수했다. SK텔레콤은 소형 MEMS 가속도 센서를 제작했으며 이를 기지국을 중심으로 설치했다. 현재 전국 SK텔레콤 기지국과 대리점 등 3천여 곳에 지진 감지 센서가 설치됐으며, 연내 파출소, 초등학교 등 8천여 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IoT 지진 감지 센서의 대당 가격은 5만원 수준이다. 기상청 지진관측소 설치에 약 2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물량을 통해 지진관측소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셈이다. 이지민 연구관은 “소형 가속도 센서를 조밀하게 설치해 운영하면 상세한 지진 정보를 생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상진 SK텔레콤 5GX인프라BM팀장은 “기상청의 메인 관측망과 SK텔레콤의 보조 관측망을 더했을 때 조기경보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 적용까지는 아직 갈 길 멀어

하지만 아직 실제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진 관측에 필요한 엄격한 조건을 충족할 성능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균적인 센서 성능은 규모 3.0 이상의 지진을 10km 이내에서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센서 설치 환경이 천차만별이고 이에 따라 신호 잡음이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다.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 이지민 연구관

이지민 연구관은 “센서 성능은 기상청 지진관측소보다 약 50배 떨어지며 설치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백배까지 성능이 떨어지기도 한다”라며 “좋은 환경에 설치하고, 좋은 지진 감지 알고기즘 모델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조기경보 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조기경보에는 양질의 관측 장비와 정밀한 관측과 분석이 필요하며, 오경보가 발생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신속하게 조기 경보를 하기엔 (지진 감지 센서는) 아직 신뢰성 확보가 안 된 부분이 있다”라며 “아직 센서를 활용해 조기 경보를 어느 정도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라고 밝혔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