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쿠팡페이’를 ‘한국판 알리페이’로 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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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오는 8월 1일 분사 법인 ‘쿠팡페이’을 본격 출범한다. 지난해 6월 쿠팡페이 상표를 출원하면서 자사 ‘쿠페이’ 사업 분사를 시사했고, 지난 4월 1일 이를 공식화했다.

쿠팡은 쿠팡페이의 사업 방향성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정보의 조각들을 맞춰봤을 때 단순히 페이사업부를 편의상 나누는 것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페이 사업 확대는 자명… 오프라인 공략도 나설까

경인태 쿠팡페이 신임대표는 쿠팡을 ‘종합 핀테크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사진=쿠팡

쿠팡이 페이 분사를 공식화했을 당시 경인태 신임대표는 “고객에게 보다 편하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간편결제를 넘어 고객을 위한 종합 핀테크 플랫폼으로 발전하겠다”고 밝혔다. 핀테크 비즈니스는 크게 결제·송금 등 페이먼트와 대출(랜딩), 금융서비스(자산관리), 보험 등으로 분류되는데, 쿠팡페이가 이 사업들에 뛰어들 여지를 보인 것이다.

‘종합 핀테크 플랫폼’이란 말은 다수의 핀테크 사업을 한꺼번에 영위하겠다는 의미다. 간편 송금을 무기로 자산관리와 금융상품 중개, 나아가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 보험에 뛰어든 토스가 먼저 연상된다. 네이버쇼핑에서 나오는 결제 부문을 강하게 틀어쥔 뒤 최근 ‘네이버통장’과 보험 사업에도 뛰어들기 시작한 네이버파이낸셜도 여기에 속한다.

쿠팡페이의 미래에서 가장 먼저 예상되는 건 간편결제 서비스의 확장성 강화다. 쿠팡은 2016년부터 간편결제 솔루션 ‘쿠페이’를 운영해왔다. 원터치 지문인증의 간편한 방식으로 지난해 6월 사용자 수가 1000만명을 넘겼는데 이는 쿠팡과 쿠팡이츠에서만 확보된 숫자다.

별도의 페이 분사를 통해 쿠팡은 자사 바깥의 결제 시장 공략을 시도할 수 있다. 다른 유통사업자의 결제 솔루션 사업에 침투하겠다는 것으로, 그 범위는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까지도 확대될 여지가 있다.

나아가 간편현금결제 시장 진출도 가능할 수 있다. 간편결제가 소비자와 카드사 사이 위치했다면 간편현금결제는 소비자와 은행을 직접 연결해 직불결제를 돕는다. 이 경우 결제액은 적더라도 카드사라는 중개 플랫폼에서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아 시장성이 생길 수 있다. 이미 쿠팡 쿠페이는 직불결제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기도 하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4월 쿠팡페이 분사 당시 낸 리포트에서 “쿠팡페이는 지금까지 쿠팡 쇼핑과 쿠팡이츠에서만 사용이 가능했으나 이번 분사를 통해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와 같이 온·오프라인 결제를 아우르는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M&A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

쿠팡의 간편결제 방향은 상표권에서도 드러난다. 쿠팡페이의 경우 ‘36류(보험/금융업)’으로 등록됐는데 여기에는 카드나 쿠폰 발행, 전자결제 사업은 물론 재무상담업, 금융·대부업, 중개업, 자산운용업, 금융평가업, 대출금융업 등 쿠팡이 현재 쉽게 할 것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비즈니스들이 포함돼있다.

쿠팡이 실제로 대출이나 재무상담, 자산관리 등에 뛰어든다고 가정할 때 비슷한 케이스의 해외 사업자들이 있다. 유통사업에서 금융사업으로 뛰어든 아마존이나 알리바바가 바로 그들이다.

아마존은 미국, 알리바바는 중국의 유통시장을 각각 점령하면서 금융사업에 성공적으로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아마존페이’ ‘아마존캐시’ ‘아마존랜딩’으로, 알리바바는 ‘알리페이’ ‘엔트샤오웨이’ 등으로 각각 지급결제와 대출업에 뛰어들었다. 한국의 아마존, 알리바바를 꿈꾸는 쿠팡이 비즈니스 완성을 위해 금융업에 나서는 게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쿠팡페이는 과연 성공한 아마존페이나 알리페이가 될 수 있을까.

쿠팡이 페이사업을 분사함으로써 얻는 이익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이다. 지난 6월 <뉴스핌>이 쿠팡페이가 ‘데이터 표준 API 워킹그룹’에 참여한다고 보도했는데,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사실 여부를 밝히진 않은 상태다.

데이터 표준 API 워킹그룹은 오는 8월 도입될 마이데이터에 앞서 개인신용정보 제공범위와 API 과금체계, 규격 등을 민관이 논의하는 회의체다. 쿠팡페이가 여기에 들어갔다면 쿠팡에서 발생하는 고객 ‘빅데이터’를 타사 금융데이터와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여러 시나리오를 빼고서라도, 쿠팡이 페이를 통해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은 자명하다. 단순히 결제나 소액대출을 뛰어넘어 토스나 카카오, 네이버처럼 증권, 보험 등에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쿠팡페이의 향후 사업 방향에 따라 금융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 타 ICT 회사처럼 M&A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