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에 얹어주고 깎아주고…’ 지역상품권은 왜 이렇게 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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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해남군청

최근 지역사랑상품권이 정말 ‘불티’나듯 팔린다고 한다. 상품권을 찍어내면 바로 소진돼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지역상품권을 취급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회사들은 심지어 이들 상품권이 언제 발행되는지를 팝업으로 알리기도 한다.

지역상품권은 지자체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개념의 상품권이다. 정부가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과 상권가에서 쓸 수 있는 반면 지역상품권은 음식점이나 마트, 학원, 병원, 일반 상점 등에서 범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이 빠르게 유통되자 제로페이 연동 앱에선 지자체별 상품권 발행 일정을 공지로 알리기도 하고 있다./사진=머니트리 내 제로페이 서비스 캡쳐

지역상품권은 얼마나 팔렸을까.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지역상품권 판매량은 총 5조8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1차 추가경정으로 잡힌 예산(6조원)의 96%가 상반기에 팔렸고, 특히 코로나19가 본격화된 4월부터 4조원 넘게 판매됐다.

정부·지자체 지원에 간편결제사·가맹점 마케팅 효과 ‘톡톡’

인터넷 재테크 커뮤니티에 가보면 지역상품권이 이토록 많이 팔린 이유를 알 수 있다. ‘상테크’, 이른바 상품권 재테크의 대명사인 문화상품권 할인율이 8%면 높은 축에 속하는데, 지자체 지역상품권 할인율은 7~10%에 달하는 것이다.

이토록 높은 할인율은 코로나19가 불렀다.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3조원 상당의 상품권 할인율 4%를 국고에서 보전하고, 나머지는 지자체에서 부담한 것이다. 여기에 추가 발행하기로 한 상품권에는 8%의 국비가 지원된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만 지난해의 네 배가 넘는 3600억원 수준이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됐던 지난 4월에는 할인율이 15%에 달했고 여기에 결제액의 5%는 캐시백으로 돌려줬다. 상품권을 쓴 것만으로 물건을 제값의 20% 가격에 사게 되는 것이다. 화성시의 경우 지역상품권 20만원어치를 사면 카드에 32만원을 넣어주는 이벤트도 벌였다. 단순 산술로 할인율이 무려 37.5%에 달한다.

혜택은 이뿐만 아니다. 현금영수증 소득공제를 최대 30%까지 받을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으로 오는 7월까지는결제수단과 상관없이 공제율이 80%까지 적용되지만, 이후에는 신용카드(15%) 소득공제율에 비해 상대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간편결제 회사들은 지역사랑 상품권 구매 시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벌이며 고객을 모으고 있다./사진=NHN페이코

지역상품권이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되는 것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간편결제 플랫폼 회사다. NHN페이코의 경우 서울사랑상품권 구매자에게 선착순으로 페이코 포인트 5%를 돌려주고, 핀크는 상품권 구매자에게 추첨을 통해 캐시백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고객 확보=돈’인 이들 회사에게 상품권 마케팅이 절호의 찬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지역상품권 판매가 늘면서 최근 앱에 유입되는 사용자도 많이 늘어나고 있어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상품권 할인율이 워낙 높다 보니 내놓는 물량마다 하루 이틀 안에 다 팔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맹점들도 자체적으로 할인 등의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 업계는 제로페이와 연동된 지역상품권으로 상품을 살 때 할인을 해주거나 ‘기프티콘’을 주는 등의 자체 이벤트를 벌였다. 일부 소상공인들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자체적으로 지역상품권 결제 시 할인을 더 해주는 일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만든 ‘경제 실험장’… 기본소득 접목 논의도

말 그대로 ‘엄청난’ 수준의 할인율은 올해 연말까지 지속할 전망이다. 지역상품권 수요가 급증하자 행안부가 상품권 발행지원 규모를 기존 6조원에서 3조원 더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가 지역상품권을 내수부양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상품권이 불러온 지방지역 소비 진작 효과도 주목할 부분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상반기 지역화폐는 인천(1조474억원)과 경기(1조334억원) 등 인구 과밀지역뿐만 아니라 부산(7204억원), 전북(4641억원), 전남(3554억원), 경북(3510억원), 경남(2798억원), 강원(1809억원) 등에서도 대규모로 팔렸다.

그간 지역화폐는 지방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수단으로 거론됐지만 다소 경시된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침체라는 긴박한 상황이 역설적으로 지역화폐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복지와 지역경제 활성화차원에서 지역화폐를 기본소득에 접목하는 형태의 제안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