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KT의 와이브로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동글이’나 ‘에그’ 같은 단말을 따로 휴대할 필요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KT와 인텔이 초고속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손을 잡았다. 협력의 요지는 간단하다. 인텔의 센트리노 ‘어드밴스드-N’(802.11n)과 와이맥스 6250 네트워크 어댑터를 삼성전자, LG전자, HP, 에이서 등 국내외 유명 노트북, 넷북 제조사들에게 제공해 이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들은 무선랜 서비스를 쉽게 사용하 듯 별도 단말기를 장착하지 않아도 와이브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 또 인텔캐피탈은 와이브로 인프라에 2천만 달러를 투자한다. 시장을 같이 키워보자는 것이다.
이런 협력이 가능해진 것은 8.75MHz 대역폭을 이용해 와이브로 서비스를 하던 KT가 방송통신위원회에 해외 다수 사업자들이 사용하는 10MHz 대역폭으로 서비스를 전환할 수 있도록 신청했고, 방통위가 이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인텔은 그동안 관련 네트워크 어댑터를 10MHz 대역으로만 제공해 왔기 때문에 국내외 PC 제조사들이 국내 제품용 판매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사진 설명 : 인텔의 무선랜과 와이브로 지원 칩셋을 사용한 노트북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한결 수월해졌다. 기존 와이브로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동글이를 노트북에 꽂아야 했는데 이제 그런 필요가 없어졌다.
이번 협력으로 많은 PC제조사들이 인텔의 무선랜과 와이맥스 지원 네트워크 어댑터를 선택해 제품을 만들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관련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 노트북 시장이 연간 150만 대 가량이다. 이 중 KT가 와이브로 서비스를 확산시키기 위해 프로모션 했던 노트북과 넷북이 대략 20만 대 안팎 판매됐다. 이번 인텔과 KT가 협력을 단행한 후 많은 PC 제조사들이 관련 네트워크 어댑터를 채택하면 내년에는 40만대 이상의 와이브로 서비스 가능한 제품이 판매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인텔이 무선랜 칩셋을 제공하면서 사용자들이 별도의 무선랜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카드를 구매하지 않아도 액세스 포인트를 찾아 인터넷 서비스를 손쉽게 사용한 것과 같은 환경이 와이브로 분야에서도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특히 최근 패드류의 제품이나 향후 스마트폰에도 관련 칩이 들어가면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3G, 와이브로, 와이파이 중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데이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KT는 서울과 인천, 수원 등 수도권 지역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10월 1일부터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5대 광역시와 경부, 중부(서울~대전 구간), 호남, 영동 고속도로에 와이브로 망 구축을 완료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2011년 3월까지 와이브로 망을 전국 82개 시로 확대할 예정이다. 농어촌, 산간 지역을 제외한 대한민국 국민의 85%가 와이브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투자를 하겠다는 것.
KT가 와이브로에 이렇게 투자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이 2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통신 3사의 모바일 트래픽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300% 대까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KT의 데이터 트래픽이 443.7 테라바이트(TB)로, 이 수치는 2009년 대비 344.1%에 달한 증가율이다. 스마트폰이 이뤄낸 성과지만 향후 더 많은 데이터를 차지하는 영상 서비스들을 더욱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류의 제품들이 쏟아지면 이런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업성에 의문이 들었던 와이브로 사업이 모바일 트래픽을 타고 구사일생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4세대 통신망에 대해 이론적으로 생각했던 때와 지금은 너무나 다릅니다. 지금은 와이파이, 와이브로, 3G와 LTE 등 통신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술들을 결합해 데이터 폭발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와이브로는 확실한 경쟁력이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표현명 사장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폭증하는 데이터를 KT는 무선랜, 와이브로, 3G+LTE 등 저희가 보유한 기술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겁니다. 다른 통신사들이 어떻게 하는 지는 관심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기술을 총동원하는 겁니다”라고 자사의 차별화 전략을 밝혔다. 그는 또 “아이폰은 데이터 폭발을 일으킨 첫 제품이지만 향후 태블릿, 스마트TV 등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가 등장할 겁니다. 사용자들을 또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도 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KT는 미리미리 대비해서 망에 투자하는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두 회사의 협력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인텔이 지난 8월 말 3G 통신 칩셋을 판매하는 인피니온의 무선 솔루션 사업부를 14억달러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협력을 위해 방한한 스리람비스와나단 인텔 무선통신 협력 담당 부사장은 3G 통신칩과 와이파이에 모바일 와이맥스 칩이 함께 탑재되는 시기에 대한 질문에 “아직 인수가 끝나지 않아 밝힐 수는 없다”고 밝혔지만 행사에 참여했던 인텔의 한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원칩으로 제공되지 않겠느냐. 빨리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텔이 노트북과 넷북, 태블릿 고객은 물론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관련 칩셋을 제공한다면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무선랜, 3G, 와이브로 중 하나를 선택해서 바로 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와이브로 관련해 칩을 제외한 단말과 시스템들을 제공할 수 있게 돼 해외 사업에도 더욱 탄력을 낼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애플이 향후 인텔의 칩을 쓰면서 와이브로까지 내장된 폰을 제공하게 된다면 KT로서는 금상첨화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변수도 있다. 인텔이 인수한 인피니온 통신 칩셋을 사용하는 애플이 퀄컴과 협력을 꾀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간간히 흘러나오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5′에 퀄컴을 선택하면 KT로서는 상당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향후 애플을 비롯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이 이 칩을 선택할 지 여부도 상당한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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