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시아나항공 M&A ‘노딜’로 가닥, SPA 해제 수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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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거래가 끝내 노딜(No Deal)로 가닥을 잡았다. 거래 당사자들은 SPA(주식매매계약) 해제 수순에 착수했다. 사실상 M&A 무산으로 봐도 무방한 상황 전개다.

이스타항공 M&A 무산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M&A까지 무산되면서 항공업계는 파산 및 실업대란이라는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에서는 경우에 따라 독일의 사례처럼 부실 항공사 국유화 논의를 이제 진행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M&A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과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거래를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 노딜 이후 상황에 대한 대비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 측인 금호산업은 플랜B 수립에 돌입했다.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거래 무산으로 보면 된다”며 “매각측이 HDC현대산업개발 만을 마냥 기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SPA 해제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항공처럼 공식적 ‘계약 해제’ 선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PA에 따르면 주요 선결조건이 충족되는 날(7월14일)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7월24일)에 유상증자와 구주매매 계약이 마무리되야 한다. 하지만 매각측은 24일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마무리 작업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 해제’ 선언없이 자연스러운 ‘거래 무산’이 이뤄지게 되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거래 해제와 관련한) 법적, 재무적 후속 조치가 내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거래무산에 대한 입장 문의에 답을 하지 않았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현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27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과 각각 SPA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해 11월12일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SPA 체결 당시보다 급격히 악화됐고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끝나지 않으며 정 회장의 인수의지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정 회장 주변 지인들도 딜 무산에 따른 후폭풍을 감수하는 것이 거래 완수에 따른 재무부담을 떠안는 것보다 낫다는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급증,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회계법인의 부정적 의견, 동의없는 채권단의 1조7000억원 지원, 신뢰할 수 있는 공식 자료를 제공받지 못한 상황 등을 문제삼았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 의지를 뒷받침할만한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M&A까지 무산될 경우 항공업계는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력한 전략적투자자(SI)들이 모두 등을 돌린 상황에서 항공업 구조조정을 주도할 주체를 잃어버리게 됐다. 당장 재무 부담에 따른 파산을 걱정해야 하고 실업 후폭풍도 감내해야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독일 사례를 예로 들며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사를 국유화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을 펼친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저가항공사(LCC) 면허 난립으로 국내 항공사들이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제살깍기 경쟁에만 몰두해 왔고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한번도 없었다”며 “지금 상태로 놔두면 항공산업 경기가 정상화될 즈음 외항사에 점유율을 모두 내어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산업은행 주도로 적극적인 국유화 정책을 펴 정상화 시킨 뒤 추후 민영화하는 방향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4월 독일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독일 당국이 콘도르항공을 국유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외에도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사들을 위해 각종 대출 및 보증 지원책을 마련,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