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웨이브·티빙 합병설 급부상? “불가능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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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SK텔레콤 이동통신(MNO)사업대표 겸 콘텐츠웨이브 이사의 제안이 도화선이 됐다. 국내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간 합병설이 또 한번 도마에 오른 것. ‘옥수수’와 ‘푹’의 결합으로 탄생한 ‘웨이브’와 CJ ENM의 ‘티빙’ 합병설이다. 이는 지난 5월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가 ‘원론적 의미에서의 협력’을 강조한 후 ‘합병설’로 와전됐던 소식이 보다 구체화된 형태다. SK텔레콤 측 제안의 주요 골자는 ‘협력 시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다’는 내용이지만 국내 OTT 업계의 반응은 여전히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는 쪽에 가깝다.

“국내 OTT 업계 힘 합쳐야 할 이유가…”

유 사업대표는 지난 23일 열린 ‘뉴노멀시대 OTT 비즈니스 모델 재정립’ 세미나에 참석한 직후 국내 OTT 시장의 발전 방안 및 대응 전략을 소개했다.

/사진=웨이브 홈페이지 갈무리

그는 “플랫폼 만들거나 콘텐츠를 교환하는 등 넷플릭스를 상대로 단일화 해도 이길까 말까 하는데 이대로 가면 1년 안에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굉장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를 강력한 라이벌로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어 “국내 OTT 시장은 민·관이 함께 수출 주도했던 과거처럼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웨이브는 티빙과 논의를 하고 싶어하는데, (양사가) 합병하면 넷플릭스를 바로 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재 티빙이 오는 8월 JTBC와의 신설법인을 통해 티빙을 중심으로 한 신규 OTT를 출범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할 경우 지상파와 종편은 물론 자체 제작(오리지널) 콘텐츠 수급에 있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측면에서도 단순 계산 시 웨이브와 티빙의 수치를 더하면 넷플릭스를 넘어설 수 있다. 지난달 닐슨코리아클릭이 공개한 OTT별 MAU 현황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5월 기준 736만1197명을 기록해 웨이브(393만9338명)와 티빙(394만7950명)에 각각 크게 앞섰다.

그러나 국내 OTT 업계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두 플랫폼이 합병한다 해도 중복 가입자 등의 변수로 월간 MAU 기준 넷플릭스를 뛰어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티빙 홈페이지 갈무리

여기에 CJ ENM과 JTBC는 각각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고 다양한 콘텐츠 공급 및 유통을 진행중이다. 오는 8월 티빙과 JTBC의 신설법인이 출범할 경우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 등 각 기업별 제작 자회사의 영상 콘텐츠 수급이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넓게 보면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를 라이벌로 바라보는 웨이브와의 합병은 이해관계만 따져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난 5월 웨이브 측도 이 대표의 합병 제안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콘텐츠 유통이나 투자 협력 같은 방식을 논의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일 뿐 특정 사업자나 서비스와의 결합을 제안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티빙 측에서도 웨이브 측의 공식 제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할 만큼 구체적인 시도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OTT업계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유통 및 제작사와 다양한 이해관계를 넓혀가는 상황에서 국내 OTT간 합병이 큰 시너지를 얻기에는 늦었다고 본다”며 “토종과 해외의 이분법적 구도는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현 상황에서 볼 때 시대를 역행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맹 전선 위기의식? ‘디즈니+’ 변수로

OTT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설이 SK텔레콤 측의 위기의식에서부터 비롯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통해 자사 플랫폼 안에서 관련 콘텐츠를 공급중이며 KT의 경우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미 티브로드 인수로 IPTV 영향력을 높인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넷플릭스를 견제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인프라가 절실하다.

/사진=디즈니+ 홈페이지 갈무리

넷플릭스와 선을 긋는 분위기를 봤을 때 내년 서비스가 예상되는 디즈니 플러스(+)와의 제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지난 1월부터 국내 OTT업계에서는 이동통신 3사가 월트디즈니컴퍼니와 물밑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OTT 사업의 글로벌 확장성을 감안하더라도 자체 제작 역량 및 콘텐츠 수급이 원활한 디즈니와의 제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콘텐츠만 수급하더라도 국내 이용층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업간 합병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부터 실사를 거쳐 진행하더라도 디즈니+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성사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각자의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 개별 소비자의 니즈를 맞춘 후 논의하는 방향이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