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극복 끝장개발대회’, 또는 ‘끝장개발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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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부터 이틀간 행정안전부 주관 ‘정부혁신제안 끝장개발대회’가 열렸다. ‘아이디어톤’ ‘메이커톤’ 두 부문에 총 22개 ‘시빅해커’(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들) 팀이 참여해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와 같은 전대미문의 사회재난 상황에서 민간 개발자들의 역할과 공공데이터의 활용, 정부·민간 협업의 중요성 등을 보다 ‘말랑말랑’하게 보여줬다. 특히 온라인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역으로 활용한 행안부의 기획 능력이 돋보인 행사였다. <블로터>에서 양일간 열린 이번 행사를 취재했다.

‘끝장개발대회’를 아시나요?

끝장개발대회. 뭔가 프로그램 개발을 놓고 무림의 IT 고수들이 대결을 벌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해커톤’(Hackerthon; 해커와 마라톤의 합성어)이란 이름을 한글화했다는데 일견 생소하게 느껴진다.

사실 해커톤은 일반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개발자나 기획자, 디자이너 등 IT업계 종사자에겐 꽤나 익숙하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통상 24~48시간 쪽잠을 자며 아이디어를 발굴하거나 앱을 만들어 평가하는 행사인데, IT업계의 공모전 중 하나로 이해하면 쉽다.

제3회 정부혁신제안 온라인 끝장개발대회가 지난 7월 24~25일 무박 2일로 열렸다./사진=블로터

행정안전부는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행정을 총괄한다.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공공데이터 관리와 공개·활용으로,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데이터는 국민 혼란을 줄이는 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됐다. 민간이 개발한 공적마스크 앱이나 국민안심병원·선별진료소 안내 서비스, 이러닝(온라인 강의)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당시 마스크 대란이 발생했던 지난 3월, 약국 마스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공적마스크 앱을 기억할 것이다. 이 앱의 개발은 시빅해커들의 공공데이터 개방요청에 정부가 하루 만에 대응하면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전 세계적 바이러스 확산 국면에서 우리나라가 빠르게 혼란을 타개한 데는 이처럼 민관 협력이 한몫했다.

행안부도 이에 착안해 민간 차원에서의 공공데이터 활용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는 개발대회 행사를 기획했다. 데이터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와 시빅해커 200여명,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소통하는 국내 최대 규모 개발대회가 열린 것이다.

그런데 뭐랄까. 정부가 주관한 대회치곤 이 행사, 뭔가 ‘병맛’스럽다. 유튜브에 올라온 행사 영상과 포스터부터 그러했다. 행안부 사무관이 상관에게 일더미를 받은 뒤 계단에서 몰래 인형을 때리는(?) 영상이며 레고 캐릭터들이 나와 대회를 소개하는 영상, 행사 전 오프닝을 알리는 포스터들을 보니, 뭔가 심상치 않은 ‘B급 감성’이 물씬 솟는다.

끝장개발대회 홍보 영상들. 참신한 콘셉트와 더불어  행안부 관계자 분들의 열연(…)이 돋보인다./사진=정부혁신제안 해커톤 유튜브 캡쳐

지난 24~25일 무박으로 열린 행사는 크게 오프닝과 해커톤 일정, 결과제출·발표 등으로 구성됐다. 우리나라 공공 해커톤으론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열렸는데, 정부에서 만들었다곤 믿기 어려운 형식적 파괴는 물론 전에 없었던 홍보방식 등에 있어 확실히 이전 행사들과 차별점이 있다고 보여 취재를 요청했다.

공공 데이터로 사회재난을 극복할 수 있을까

“저는 시빅해커라고도 생각 안 했고, 돈 벌려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는 것 따라 하는 사람인데 그게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일으키는 데 흥미가 있어다. 재미있는 것만 정부에서 떨어뜨려 주면 저 같은 사람들이 알아서 개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 끝장개발대회 토크쇼에서

이번이 3회차인 행안부 끝장개발대회의 주제는 ‘당신의 아이디어로 개발하는 사회재난’. 지난해 두 차례 해커톤이 주로 국민제안 정책화를 다뤘다면, 이번 행사에선 우리 일상과 맞닿아있는 사회재난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주제였다. 정보통신기술과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사회재난 극복 솔루션 제공, 프로젝트 발굴, 나아가 공공데이터 활용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라는 포괄적 소재까지 다뤄졌다.

24일 오후 5시 30분부터 다음날 오후 1시 30분까지 20시간 밤낮없이 진행된 아이디어톤·메이커톤에 22개 팀이 뭉쳤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앞선 1회(179명), 2회(103명)보다 더 많은 200여명의 대학생, 시민이 참가했다.

보통 끝장개발대회는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밤새며 숙식을 해결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대신 참가자들은 개발 중간 총 5차례에 걸쳐 온라인 베이스캠프(줌 활용) 출석 체크와 상황 보고 시간을 가졌다.

개발이 마무리된 오후 2시부터는 참가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총 23개 팀 가운데 마감 시점까지 제작을 완료한 22개 팀이 이 약 3시간 30여 분에 걸쳐 온라인상에서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재난 상황 극복이 주제였던 만큼 주로 코로나19 관련 아이디어가 주를 이뤘다. QR코드 명부(Ceight)와 방역업소 알리미(F1T4), 병원·약국 정보 챗봇(못난이호랭이), 문진방역 출입시스템(수문장), 일일 건강 관리 웹사이트(이희선), 사회적 거리두기 경고음 시스템(양념순살치킨), 코로나19 확산 예측 시스템(승찬용) 등 실용 측면을 강조한 서비스들이 많이 보였다.

이밖에 사회재난 상황을 기록하고(코로나19 데이터 아카이브·Cayley), 사회재난을 제조업 단에서 해결하는(제조업 중심 도시 위기대응 시스템·유혜림) 식의 인문학적 접근도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성격 유형 검사(요종도)와 보상 기반 코로나19 극복 게임(화려한 조명) 등 이색 아이디어도 나왔다. 다소 간과돼왔던 미세먼지 극복 프로젝트(미세먼지 생활 수칙 준수 IoT ·APDO, 미세먼지 캘린더·KF96)도 두 건 나왔다.

끝장개발대회 중간에는 전문가와 시빅해커 간 밋업 행사도 열렸다. 사진은 김학래 중앙대 교수가 공공데이터 활용과 관리를 주제로 참가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사진=정부혁신제안 해커톤 유튜브 캡쳐

행사 중간에는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인 강원양 뉴스젤리 팀장, 공공데이터 전략 전문가 김학래 중앙대 교수가 데이터 시각화와 코로나19 데이터 수집을 주제로 온라인 밋업 행사도 있었다.

김학래 교수는 25일 오전 열린 밋업에서 “공공데이터는 정부에서 하기 어려운 서비스다 보니 데이터 개방 부서나 기관은 그 자체 목표를 두고 있고, 반면 시빅해커들은 개방 시점에서의 데이터보단 사용 과정에서의 데이터를 더 바란다”라며 “데이터 개방 후 실제 사용까지의 딜레이가 있어 데이터 니즈가 달라지는 만큼 정부와 개발자 간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라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형식부터 파괴한 정부, 재미와 성과 모두 잡다

이번 대회는 오프닝 행사도 높은 호응을 얻었다. 예의 딱딱하게 진행되는 의전 없이 전문가 토크쇼로 대체한 것이다. 방송인이자 프로레슬러인 김남훈 씨가 사회를 맡았고 김미균 시지온 대표와 박지환 혜윰 변호사가 주제 발표를 했다.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와 시사 유튜버 황희두 씨, 정상훈 행안부 국민참여협력관은 패널로 참여했다.

‘확실하게 모시겠다’는 끝장개발대회 오프닝 토크쇼 포스터. 알 수 없는 ‘포스’가 느겨진다./사진=블로터

첫 발제자인 김미균 시지온 대표는 소셜 댓글 서비스 ‘라이블리’로 코로나19 상황 전후의 국민 댓글 반응을 분석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증오·응원·결속·위기 등 국민 심리 변화를 댓글 빅데이터로 풀어낸 게 인상적이었다. 이어 박지환 변호사는 ‘K-방역’의 이면에 개인정보보호와 시민 권리가 침해될 수 있어 이를 보완할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발제에서 박지환 변호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권리는 새롭게 도입된 감시 관련 기술적 수단에 대해 개인정보 침해 요소와 기술적 취약점이 없는지 감사를 요구할 권리”라며 “해커톤 형식도 시민 스스로 개인정보 침해 요소나 기술적 취약점을 찾아내는 내재화하기 위한 수단”이라 말했다.

뱅크샐러드, 센트비 등의 탄생을 이끈 코딩 교육단체 ‘멋쟁이사자처럼’의 이두희 대표는 “단기간에 자기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 하나의 목표를 보는 기회가 많지 않다”라며 “해커톤은 메르스나 코로나19 같은 사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연습의 장이 될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당시 공적마스크 앱을 만든 게 멋쟁이사자처럼 출신 개발자들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진 왼쪽부터) 방송인 김남훈,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 시사 유튜버 황희두, 김미균 시지온 대표, 박지환 변호사, 정상운 행안부 협력관./사진=블로터

청년의 문화운동을 추구하는 청년문화포럼의 회장을 맡은 시사 유튜버 황희두 씨는 “스팩을 쌓거나 취업을 준비하기에 바쁜 청년들이 개발을 통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데 희망을 느끼게 됐다”라며 “특히 미디어와 디지털을 떼놓을 수 없는 젊은 세대에 미디어 리터러시와 같은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정상훈 행안부 협력관은 “OECD가 2015년부터 2년마다 데이터 평가를 하는데 우리나라가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데이터 SOS’팀을 운영해 민간에서 요구하는 데이터를 관련 기관에 빠르게 연계해 개방하고, 새롭게 만드는 데이터도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국민과 공동으로 수집해 개방할 것”이라 밝혔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정부와 시빅해커의 맞손

기자 개인의 소회를 적자면, 이번 행사는 취재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하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례적인 온라인 진행에도 자취방, 강의실, 기숙사 등에 모인 참가자들이 잠도 못 잔 추레한 모습에 엄청난 열의로 아이디어를 소개할 때 랜선 너머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참가자들이 발언 하나하나 하실 때마다 축제를 보는 느낌이었다”는 정상훈 행안부 협력관의 말이 그대로 와닿았다.

25일 개발대회 온라인 발표에 참여한 참가자들./사진=정부혁신제안 해커톤 유튜브 캡쳐

끝으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UN은 2년에 한 차례씩 ‘전자정부발전지수’라는 걸 발표한다. 193개 회원국의 전자정부 서비스 우수성과 활용여건을 보는 ‘전자정부발전지수’, 온라인을 통한 정책참여 활성화 수준을 판단하는 ‘온라인참여지수’로 구성됐다. 우리나라는 몇 위나 될까.

올해 우리나라는 발전지수 2위, 참여지수 1위에 각각 올랐다. 높은 순위인데 일시적 지표가 아니다. 2010년, 2012년, 2014년 3회 연속 두 지수 모두 1위였다. 2016년 발전지수 3위-참여지수 4위로 소폭 하락했지만 2018년 각각 3위, 1위로 다시 오름세다. ‘IT 강국’이란 호칭에 걸맞게 정부 단에서도 관련 서비스와 정보 확산에 힘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취다.

이번 대회는 심사위원 5명(총 70점)과 참가자(30점)들의 평가를 거쳐 오는 31일 수상작이 선정된다. 아이디어톤·메이커톤에 각각 1팀씩 행안부장관상이 수여되며, 이밖에 행안부 정부혁신전략추진단이 자체적으로 ‘끝까지멘토상’ ‘잠이부족한상’ ‘기상천외상’ ‘혼자는외로워상’ ‘커뮤니티상’ 등 이색적인 상도 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