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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AR 해치와 함께 창덕궁 산책

2020.07.27

증강현실(AR)로 구현된 전설 속 동물 ‘해치’가 창덕궁을 구석구석 안내한다. 비 오는 궂은 날씨에도 해치는 해맑게 뒤뚱뒤뚱 걸었다. 스마트폰 화면과 현실 사이에서 창덕궁 금천교부터 후원 입구까지. 현실의 나는 비 사이로 질펀한 흙을 밟으며 멀뚱멀뚱 따라 걸었다. 곧이어 600년 전 창덕궁에 대한 TMI(Too Much Information)가 찬란하게 펼쳐졌다. 비 내리는 고즈넉한 궁은 이내 첨단 AR 전시회가 됐다. AR 도슨트 해치 선생님은 재차 발걸음을 재촉했다.

창덕궁 출입 통제 구역도 살필 수 있어

SK텔레콤은 27일 구글, 문화재청과 함께 ‘창덕아리랑(ARirang)’ 앱을 선보였다. 이날 창덕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앱 체험이 함께 진행됐다. 5G 스마트폰에서 앱을 실행시키고 공간을 인식시키는 과정을 거치자 붉으락푸르락한 해치가 큰 눈을 부라리며 화면에 튀어나왔다. 그리고 구간별로 나눠 안내 말씀을 시작했다. 해치는 창덕궁 금천교부터 인정전, 희정당, 후원 입구까지 총 12개 코스별로 안내를 해준다.

해치는 친절하게도 출입 통제 구역까지 안내했다. 범법 행위를 종용하는 대신 AR로 통제 구역 내부를 360도로 보여줬다. 희정당, 후원 내부 등 문화재 보존을 이유로 출입이 어려운 곳을 살필 수 있다. 해치가 직접 금단의 문을 활짝 열어 호기심을 해소해준다.

또 구간별로 상황에 맞는 상호작용 요소를 더했다. 낙선재 안마당에 들어서면 궁중무용인 ‘춘앵무’를 AR로 보여주고, 인정전 마당에 들어서면 왕과 왕후와 함께 AR 사진 촬영을 하는 식이다. 낙선재에서는 AR 활쏘기, 숙장문에서는 AR 연날리기를 제공한다. 선정전에서는 아침 회의인 상참에 참여해 왕의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SKT 5G·구글 AR 기술로 구현

이처럼 창덕아리랑 앱은 제법 디테일하다. 여기에는 악마 대신 SK텔레콤 5G MEC 기술과 구글의 AR 기술이 숨어있다. AR 구현에는 많은 데이터가 오간다. 현실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제법 그럴듯한 AR 그래픽을 만들려면 대용량 데이터의 끊김 없는 전송이 필요하다. 이때 초저지연 특성을 살린 5G MEC 기술이 역할을 한다.

MEC는 고객과 가까운 곳에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데이터 전송 구간을 줄여 지연 속도를 낮추는 기술이다. SK텔레콤은 창덕궁 관람객의 5G 스마트폰을 근처에 설치된 MEC와 즉각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해 약 60% 개선된 콘텐츠 다운로드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서비스를 위해 SK텔레콤은 숙장문, 낙선재, 후원 입구, 인정전 뒤뜰 등 창덕궁 안 6곳에 5G 기지국 12식을 구축했다.

또 구글의 AR 플랫폼 ‘AR코어’를 활용해 디테일을 채워 넣었다. 최신 AR 기술인 클라우드 앵커(Cloud Anchor), 라이팅 에스티메이션 (Lighting Estimation) 등을 접목했다. 실제 제작은 영국의 개발 제작사인 넥서스 스튜디오, 한국의 AR 개발사 시어스랩 등과 협력했다.

이날 이영미 구글코리아 데이드림팀 총괄은 “창덕아리랑 앱은 SK텔레콤의 초고속, 초저지연 5G MEC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사례”라며 “구글이 새롭게 런칭하는 AR코어의 새로운 기술 적용해 특정 지역에서 다채롭고 몰입감 넘치는 AR 경험을 직접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접근성’ 강조했지만…

창덕아리랑 앱에서 강조된 부분은 ‘접근성’이다. 장애나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창덕궁을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창덕궁에 오고 싶어도 오실 수 없는 분들과 창덕궁을 즐기기 힘든 노약자, 장애인 분들에게 장벽 없는 자유로운 문화유산 관람 기회를 드리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SK텔레콤 이강원 5GX클라우드 랩스장, 예희강 브랜드마케팅그룹장, 하형일 코퍼레이트2센터장, 정재숙 문화재청장, 나명하 궁능유적본부장, 최재혁 창덕궁관리소장, SK텔레콤 허근만 ICT Infra센터 Infra Eng그룹장

실제 창덕아리랑 앱은 초기 화면에서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코스 선택지를 제공한다. AR 해치가 계단이나 문턱이 없는 궁궐을 중심으로 안내해주는 식이다. 이번 서비스 기획 과정에서 문화재청은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객, 노인 등을 위해 창덕궁 내 주요 길목에 장애인용 경사로를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 앱 사용성이다. AR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5G 스마트폰을 계속해서 화면이 보이도록 들고 다녀야 한다. 또 화면이 고정되지 않고 흔들릴 경우 AR 해태가 사라지기도 한다. 몸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에게는 실제 사용이 힘들어 보이는 부분이다. 사용자 경험(UX) 설계 부분에서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아쉬웠다.

LTE폰, 아이폰은 지원 안 해

창덕아리랑 앱은 일부 5G 스마트폰에서만 쓸 수 있다. 현재 ‘갤럭시S10 5G’, ‘LG V50 5G’, ‘갤럭시노트10 플러스’, ‘갤럭시S20’ 시리즈 등을 지원한다. 추후 단말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아이폰은 아직 지원 계획이 없다. 아직 5G를 지원하는 아이폰이 없을뿐더러 구글 AR코어 플랫폼을 활용해 앱이 제작된 탓이다. 또 5G MEC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LTE폰 역시 지원하지 않는다.

이에 SK텔레콤은 5G 스마트폰이 없는 관람객을 위해 안내용 기기 무료 대여 서비스를 연말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또 창덕궁 밖에서도 AR로 궁궐 관람이 가능한 ‘창덕아리랑(ARirang) 앳홈’ 서비스를 8월 중 출시할 예정이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