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에 집중한 네이버파이낸셜, 그들의 말엔 ‘씨’가 있다

가 +
가 -

2015년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네이버페이는 핀테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쇼핑몰이 잘 돌아가는 구조 속에서 결제 흐름을 하나로 연결한 것이지, 핀테크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본 게 아니라는 게 한성숙 대표의 설명이었다.

5년여가 지난 현재, 네이버는 이 비전대로 나가고 있을까. 28일 열린 ‘네이버 서비스 밋업’ 행사에서 그 방향성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이날 선보인 서비스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를 위한 ‘SME 대출’과 ‘빠른 정산’이다.

SME 대출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을 활용해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기존엔 대출을 받지 못하는 ‘씬파일러’ 사업자에 낮은 이자에 사업자금을 빠르게 대출해주는 게 목적이다. 빠른 정산은 당초 10일 넘게 걸리던 매출 정산일을 5일 수준으로 단축하는 서비스다.

두 가지 서비스는 확실한 공통점이 있다. 포털과 정보 제공, 쇼핑, 결제를 아우르는 네이버라는 거대한 플랫폼 사업의 ‘말단’에 속한다는 것이다. SME대출이나 빠른 정산 모두 돈이 필요한 사업자들에게 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들 스스로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국 쇼핑 비즈니스의 밑바탕인 사업자들을 지원해주는 서비스로 보는 게 타당하다.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로 추구하는 것은 자사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흐름을 부드럽게 하려는 것이다. 간편결제인 네이버페이나 네이버 통장도 마찬가지다. 이 서비스들은 네이버에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결제 파트에서 편의와 만족을 동시에 주고 있다.

법인 설립된 ‘NF보험서비스’도 보험 플랫폼이 될 것이란 세간의 시각과 다르게 SME관련 보험을 다룰 것이라는 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의 설명이다. 보험상품 판매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사용자 편의일 뿐 그들의 주 수입원이 되리라 보긴 어렵다.

이 같은 방향성은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지 않고, 통장 서비스를 하면서도 수신사업자가 되지 않으며, 대출을 해주면서도 여신금융사가 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데 핀테크가 붙을 뿐, 굳이 기존 금융사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유원 네이버 데이터랩 박사,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사진=블로터

행사에선 기존 금융권과의 충돌 우려에 대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많은 금융권과 협력하게 될 것”이라 밝힌 최인혁 대표는 “금융은 각자 회사가 경쟁력이 있어 그에 맞게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그런 고객을 가진 곳들과 협력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 생각”이라 말했다.

그는 “후불 결제에 대해 신용카드 회사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막상 신용카드사의 주 수입원에선 신용 결제가 없다”라며 “우리는 씬파일러를 타겟으로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이는 네이버 쇼핑과 연계돼 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다르게 봐줬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금융권과 네이버의 대립각’에 주목하는 일부 시선을 경계하는 발언이었다.

마이데이터와 관련해서도, 일견 유연해보이지만 방어적 답변이 나왔다.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ACSS를 총괄하는 김유원 박사는 “데이터에는 크게 두 가지 고민이 있다. 정말 좋은 AI 알고리즘이나 혁신 모형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첫 번째고, 반면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훼손하는 문제를 경계하는 게 두 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트랜드를 파악하고 추천하는 데이터를 공개하려고 생각 중”이라면서도 “어떤 포맷일지 디테일은 고민 중이며, 특히 우리가 가진 사용자의 귀중한 데이터와 프라이버시는 침해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 강조했다. ‘가진 데이터를 더 달라’는 금융권의 요구를 사실상 완곡하게 거절한 것이다.

최 대표도 “우리도 상호 개방에 따라 충분히 많은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지만, 외부에서 추가로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할 땐 법에 따라야 한다”라며 “지금도 마이데이터 사업자 관점에서 충분히 많은 정보가 공개되는데 더 달라는 느낌이 있다. 공정하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최 대표와 김 박사의 발언에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있어서 금융권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뉘앙스가 읽힌다. 금융권의 요구에 대항해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진에는 ‘데이터 샌드박스’를 통해 오히려 가진 걸 풀려는 게 그들이다. 스스로 “데이터 부자”라 자평하는 네이버의 자신감이 읽히는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