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M&A시장 달구는 ARM, ‘독점’과 ‘이해충돌’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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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영국 케임브릿지대 출신 만든 ARM은 반도체 업계의 ‘다윗’이라 불린다. ARM은 모바일 반도체 ‘두뇌’인 AP의 기본 설계도를 만들어 세계 1000여곳의 기업에 로열티를 받고 판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퀄컴의 ‘스냅드래곤’, 애플의 ‘A시리즈’ 모두 ARM의 IP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저전력 기반의 ARM 아키텍쳐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모바일 AP와 서버용 반도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에 두루 접목된다. 이들은 과거 아키텍쳐 분야 독점사업자였던 인텔의 영역을 침범하고 어느 순간 역전했다. 이후 자동차와 가전, 웨어러블 등에서 반도체 수요 확장이 맞물려 업계 스타 반열에 올랐다.

ARM의 주인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다. 2016년 이 회사를 사들이면서 320억 달러, 한국 돈으로 무려 40조원이나 썼다. 당시 손 회장은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보고 산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6월, 불과 5년도 안 돼 이 회사가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IoT 떼어낸 ARM, 벨류에이션 영향은?

소프트뱅크가 업계 ‘알짜 회사’라 불리는 ARM을 내놓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장 지난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 실패로 21조원 규모 손실이 발생한 게 크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ARM의 가장 최근 2017년 기준 매출은 2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2770억원으로 시장 벨류에이션에 비해 크다고 보긴 어렵다. 이에 당장 실적이 좋아지긴 어렵지만 몸값은 높은 ARM을 되파는 게 ‘내상’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다만 매각에 앞서 소프트뱅크가 ARM의 사물인터넷(IoT) 사업 부문을 소프트뱅크에 넘기려는데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ARM의 수익 구조는 IP 라이선스, 즉 반도체 설계 지적 재산권 부문이 55%, 엠베드(mbed) 등 IoT 플랫폼 비즈니스가 45%였다. 당장 회사 수익의 절반에 달하는 IoT 부문을 떼어놓고 팔겠다는 것이다.

이 맥락을 되짚어보자. 지난 7일 ARM은 사물인터넷(IoT) 사업 부문을 두 개 업체로 분사하고 향후 코어 칩 설계 사업에만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IoT 사업은 소프트뱅크 산하로 넘어가며 ARM에는 IP 부문만 남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13일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그동안 ARM의 IoT 부문을 분사한 뒤 상장하기 위해 골드만삭스를 고용했다.

ARM이 2017년 발간한 ‘The route to a trillion devices’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 IoT 디바이스는 약 1조 개 상당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연간 IoT 기기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35년에는 하드웨어와 서비스 단에서의 소비는 1조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할 당시에도 단순히 설계뿐만 아니라 IoT시대를 노린 포석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이미 1000억 개의 기기가 사물인터넷과 AI를 통해 서로 연결됐다. 세상 모든 사물에 붙을 수 있는 IoT의 특성상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이 유망한 부분을 떼어냈다는 것은 ARM의 벨류에이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급한 소프트뱅크, ARM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 올까

ARM이 IoT 부문을 떼어낸 뒤 M&A 시장에 나오면서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최근 보도들을 보면 다들 인수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듯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인수가 어려울 게 가장 확실시되는 쪽은 인텔이다. 인텔은 CPU 설계 부문에서 시장 독점적 지위자로, AP까지 품으면 반도체 설계 시장 전체를 독점하게 돼 ‘반독점법’에 걸리게 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100조원의 실탄을 갖춘 삼성전자의 인수설도 언급되고 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IDM(종합 반도체 기업)이면서도 파운드리(위탁생산)를 같이 한다. 기술 유출을 꺼리는 반도체 회사들은 삼성전자에 파운드리를 잘 맡기지 않는다. 파운드리 점유율 50%를 넘는 대만 TSMC에 점유율에서 밀리는 이유다.

만약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면 경쟁사들이 정보 유출을 경계해 ARM 아키텍처를 거부할 수 있다. 이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에 모든 걸 줄 수 없는 만큼 ‘대체재’를 찾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할 경우 시스템 반도체 1위라는 목표로 도약은 가능하겠으나 이해상충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애플과 엔비디아에 ARM 매각을 타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경우 그간 협력사였던 인텔과 결별을 준비 중이며, 향후 애플 맥 PC의 두뇌가 될 ‘애플실리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 ARM 인수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애플이 ARM을 인수할 경우에도 스마트폰 경쟁사인 삼성전자나 퀄컴 등부터의 이해상충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사업적 측면에서 ARM과의 접점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업계에선 IoT부문을 떼어낸 ARM이 상장을 통해 지분을 증시에 내놓는 형태, 단일 회사가 아닌 여러 회사가 합쳐서 ARM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 등이 가능성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