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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 스마트해진 뷰티 매장, ‘언택트’와 ‘콘택트’의 애매한 동거

2020.07.29

‘얼평’ 자제를 부탁드립니다.(기자 생각)

/사진=김주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름만 들어도 지긋지긋한 이 감염병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바꿨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혹은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기에, 우스갯소리였던 ‘이불 밖은 위험한’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자들은 일제히 방 안으로 대피했다. 소비패턴에는 대대적 변화가 일어났고, 그 여파로 유통업계는 큰 타격을 받아 각기 다른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사라진 ‘코덕’들, ‘언택트’에 발길 돌릴까

눈에 띄게 발길이 끊긴 시장은 코스메틱 매장이다. 테스터를 이용해 매장에서 직접 써보고 발라보며 직원과 마주해 추천과 사용법을 들은 후 구매가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시장의 특성상, 외출 자체를 꺼리는 현 시국에 다른 사람이 사용했던 테스터를 거리낌없이 시도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나름 ‘코덕(코스메틱 덕후)’이라 자부하는 기자의 지인들조차 매장을 떠났다.

그렇다고 합니다/사진=기자 본인 카카오톡 갈무리

코스메틱 기업들은 변화된 시대에 맞춰 시장 전반의 트랜드인 ‘언택트’ 마케팅을 속속 시도하고 있다. 지난 6월 문을 연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의 아모레 스토어와 3월 오픈한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은 ‘비대면 스마트 스토어’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제품별 QR코드 인식 시스템, 증강현실 메이크업 체험존 등을 도입해 돌파구를 찾았다. 매장 떠난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매우 개인적인 ‘지인 샘플’ 두어 개로는 ‘코덕’들의 명확한 니즈를 알 수 없기에, 직접 가보기로 결정했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아모레 스토어/사진=김주리 기자

◆쇼핑 편의성 높인 QR코드, 취향 저격 AR 메이크업

QR코드를 활용한 제품설명은 예상보다 ‘스마트’하고 편리했다. 따로 직원을 호출해 이야기를 나누고 무언의 구매압박을 받을 필요 없이 마음이 가는 제품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카메라로 QR코드를 스캔, 홈페이지와 연동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상주하는 매장의 점원 수도 많지 않을 뿐더러 30분이 넘는 시간, 제품을 하나하나 꼼꼼히 둘러보는 동안 어떤 직원도 다가와 ‘필요하신 것’을 물어보지 않았다.

최근 매장 내 아크릴 가격표를 전부 ESL표(전자 가격표)로 교체하며 디지털 고도화 2단계에 시동을 건 롯데면세점 속 ‘시세이도 디지털 매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진열된 제품 중 하나를 고르면 전면 LED 스크린을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한 설명과 맞춤형 콜라보 제품을 추천해준다. 면세점의 특성상 영어와 중국어만 호환한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머지않아 한국어 시스템도 도입하길 희망해본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스마트 스토어 ‘시세이도 디지털 매장’/촬영=김주리 기자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스마트 스토어 ‘시세이도 디지털 매장’/촬영=김주리 기자

‘코덕’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증강현실(AR) 메이크업 시스템도 눈에 띈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유캠, 스노우 등 이른바 ‘꾸미기 앱’을 제품과 연동해 매장에 들여온 ‘AR 미러(정식 명칭은 AR MAKE UP)’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자들이 가장 꺼리는 샘플 테스트를 할 필요 없이 자유로운 제품 체험이 가능하다.

아울러 단순히 테스터 사용을 꺼리는 소비자의 마음을 대체하는 것 이상으로, 일반 테스팅처럼 발랐다가 지웠다가 다시 발랐다가 지웠다가를 무한 반복할 필요도 없다. 또 이런 부산스러운 걱정이 없으니 갖가지 색상을 테스트하다 보면 평소에는 시도하지 못했던 과감한 화장도 시도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아모레 스토어 ‘증강현실 메이크업’/촬영=김주리 기자

평소에 시도해보지 못한 과감한 화장..시도하지 않길 잘했다/촬영=김주리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마음에 든 건 ‘콘택트’ 서비스

롯데백화점 아모레 스토어에는 ‘뷰티엔젤’로 불리는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상주해 있다. 뷰티엔젤은 보다 자세한 제품의 추가 설명을 비롯해 ‘코덕’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전문가의 손을 거친’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메이크업 서비스는 매장 방문 전 앱을 통한 사전예약이 필요하며 아이·립·스킨 중 하나를 택해 받을 수 있는 ‘마이 픽 메이크업(무료)’과 얼굴 전체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프로페셔널 메이크업(유료)’으로 나뉜다. 평소 립 제품에 큰 관심이 없는 기자는 무료 아이(EYE) 메이크업을 받아보기로 했다.

서비스 과정은 이렇다. 미리 AR 미러로 확인한 제품과 원하는 스타일을 뷰티엔젤과 의논한다. 이 과정에서 뷰티엔젤은 소비자가 입고 있는 의상의 색깔, 헤어 스타일, 피부 타입 등을 확인한 후 그에 알맞은 제품을 추천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화장 전 체온측정, 소비자가 보는 앞에서 한 번 더 손을 세정한 후 메이크업이 시작된다. 개인 위생 수칙을 위해 일부 제품은 일회용 팔레트와 툴을 사용하지만 섬세한 터치가 필요한 쉐도우 브러시 등은 뷰티엔젤의 도구를 사용한다.

롯데백화점 아모레 스토어에는 ‘뷰티엔젤’로 불리는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상주해 있다. ‘코덕’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전문가의 손을 거친’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한다/촬영=김주리 기자

‘마이 픽 메이크업’ 서비스 준비완료. 사진 오른쪽은 아모레퍼시픽 뷰티엔젤 차민경 메이크업 아티스트/촬영=김주리 기자

메이크업을 받으면서도 전문적인 코치는 이어졌다. 눈의 가로세로 길이까지 고려한 섬세한 설명은 여느 매장에서 접하기 어려운 서비스다. 아이 메이크업이 끝나면 다시 AR 미러로 돌아가 실제로 받은 메이크업과 매칭하는 립 제품을 대조해서 고를 수 있는, ‘언택트’와 ‘콘택트’를 오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이 픽 메이크업’이 끝나면 AR 미러로 돌아가 실제로 받은 메이크업과 매칭하는 립 제품을 대조해서 고를 수 있다/촬영=김주리 기자

◆’언택트’와 ‘콘택트’의 공존 “애매하네”

앞서 언급했듯 오프라인 코스메틱 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시장 중 하나다. 롯데백화점과 아모레퍼시픽, 롯데면세점이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어 야심 차게 준비한 스마트 스토어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기대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부랴부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언택트 쇼핑’으로 초점을 바꿔 마케팅의 방향을 조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콘택트’가 필수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업계 특성상 그 발란스를 조절하기에는 고충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 스마트 스토어/촬영=김주리 기자

증강현실 메이크업 체험은 매우 매력적인 기능이지만 AR 미러를 보기 위해 백화점과 면세점으로 굳이 외출을 강행하는 소비자는 아주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롯데면세점은 자사에서 운영하는 앱에 ‘드림 페이스’라는 기능을 도입해 온라인 AR 시스템을 도입, 온라인으로 초점을 분산했다.

사실상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메이크업 서비스’는 기회가 된다면 유료로도 이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언택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매장 방문조차 꺼리는 소비자에게, 아무리 기본 방역 수칙을 지키며 서비스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타인과 30c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초밀착 서비스를 받기에는 소비자의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위기의 코스메틱 매장,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하는 뷰티 스마트 스토어. ‘언택트’와 ‘콘택트’의 애매한 공존은 당분간 이어질 듯하다.

Positive
매장 직원과 대면할 필요 없이 자세한 상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증강현실 메이크업의 제품 속 색조는 실제와 상당히 유사함
무료로 전문가의 손길을 느껴보세요

Negative
QR코드 상품설명으로는 뭔가 부족해 결국 직원을 불렀다는 후문
AR 미러도 결국은 손가락으로 터치해야 하는 법. 스멀스멀 올라오는 찝찝함
집으로 피신한 소비자들을 끄집어내기엔 ‘아직’

rainbow@bloter.net

기자라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