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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걸 하면 안 된단 교훈이 스푼라디오 키웠죠”

2020.08.11

쌍방향 소통 무기로 재탄생한 라디오

이용자 70%가 18~24세 MZ세대

총 20여개 국가서 月 300만명 듣는 서비스로

라디오 같지만 라디오와는 다르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하고 유명인이 아닌 낯선 이들의 방송을 골라 듣는다. 디제이(DJ)들은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거나,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거나, 잠 오는 글귀를 읽어준다. 실시간 댓글을 달면 DJ와 잡담을 나눌 수도 있다. 어제의 청취자가 오늘은 직접 생방송을 켜고 DJ가 되기도 한다. 실시간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 얘기다.

유튜브·틱톡 등 동영상 콘텐츠 사이에서 오디오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성장세는 가파르다. 2016년 3월 출시 이후 국내외 다운로드 200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일본·미국 등 전세계 20여개국에서 매달 300만명(MAU) 이상이 스푼을 듣는다. 사용자의 70%가 18~24세다. 이들을 잡는 데는 ‘양방향’ 소통이 주효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스푼을 차세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점 찍고 있다. 작년 말 스푼은 45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3000억원을 인정받았다.

2013년 호기롭게 뛰어든 첫 사업은 스마트폰 배터리 공유 서비스였다. 그러나 스마트폰 배터리가 일체형으로 바뀌면서 사업도 고꾸라졌다. ‘한번만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방향을 튼 끝에 스푼이 탄생했다. 지난달, 강남역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난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안 된다는 게 사업을 하면서 얻은 교훈”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사용자 수요에 기반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게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밀고 나갔던 게 실수였어요. 지금은 의사결정을 할 때 데이터를 중심으로 판단을 하고 있죠.”


Q. 스푼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A. 직전 사업(배터리 공유 서비스)이 잘 안 되고 나서 방향을 틀던 도중에 ‘힘든 얘기를 툭 터놓고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 익명의 ‘대나무숲’을 만들자는 거였다. 일단 우리가 힘들어서 그랬는지 이 아이템에 다같이 꽂혔다. 초창기에는 음성으로 고민을 상담하는 형태였는데, 라디오 같은 형태가 호응을 얻었다. Z세대가 원하는 것에 맞춰서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갔다.

오디오는 콘텐츠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장점이다. 얼굴 노출에 부담이 없어 누구나 가볍게 도전할 수 있다. 정말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된다. 유튜브에서는 콘텐츠 생산자가 전체의 2% 정도인데, 스푼은 사용자의 10% 이상이 스푸너(DJ)로 나선다. 매달 한번 이상 방송하는 스푸너가 30만명 정도다.

Q. 유독 1020세대가 많이 이용한다.

A. Z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이들은 ‘라디오 세대’가 아니라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소비하며 자란 세대다. 라디오에는 관심이 적고 구독자의 참여도가 높은 유튜브 등에 익숙해져 있다.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서 나아가 콘텐츠를 손쉽게, 직접 생산하게 된 첫 세대다. 과거와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다르다. ‘유튜버’라는 새로운 직업까지 생겨나지 않았나. 그래서 ‘나도 DJ가 될 수 있는 라디오’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푼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처음에도 ‘오디오는 잘 될 수 있다’와 ‘시장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이 확실했다. 물론 시장에 가능성이 있고, 새로운 플레이어가 나올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투자를 해줬다. 사실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이걸 왜 듣냐’는 거였다. 나도 우리 방송을 들을 때 같은 생각을 한다. 왜 재미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세대마다 코드가 다를 수 있다. 이해하려 들기보다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한다. 의사결정을 할 땐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한다.

데이터에서는 청취율·체류시간·매출을 주로 본다. 재미있는 점은 이용 패턴이 기존의 FM라디오와 굉장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들어와 20~30분 청취하고 나간다. 밤 10시 경쟁이 제일 치열하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를 근거로 우리가 라디오를 대체할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Q. 이용자들의 특성이 있나.

A. ‘소통방송’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일종의 ‘고독시장’이라고 보는데, 대도시에 사는 1인가구가 많아지지 않았나. 학자금 대출 갚고, 알바로 돈 벌고, 상경해 힘들게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많다. 동시에 서로 이야기를 나눌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스푼을 통해 같은 고민을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다.

일례로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는 남자 대학생이 새벽마다 방송을 켰다. 방송하다 손님이 오면 일을 하고, 그런 식이었다. 스푸너가 바쁠 땐 청취자끼리 댓글로 떠들고 놀고, 손님이 가고 나면 다시 스푸너가 방송을 이어가고 그랬다. 이 방송이 상당히 인기 있었다. 재미있는 게 스푼에서 잘 된 스푸너가 유튜브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례가 제법 된다. 콘텐츠 성향이 오디오에 특화돼 있어서, 비디오랑은 다르기 때문이다.

Q. 수익모델은.

A. 스푼(후원형 아이템)이다. 매출은 늘고 있다. 작년 매출은 486억원이었고, 올해는 1천억원이 목표다. 광고 없이 올린 매출이다. 추후 광고 도입도 고려하고 있지만 일단은 아이템 매출로 성장하려 한다.

골수 청취자에게는 스푸너가 연예인과 다를 바 없다. 90년대생부터는 아이돌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 이전 세대들과는 지출 경향이 다르다. 이들 세대에서는 스푼과 같은 수익모델이 충분히 작동한다. 물론 소통이 중요하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검색하면 스푸너 관련된 채팅방이 몇 만개는 나온다. 팬 관리방이다. 팬미팅, ‘번개’ 모임도 한다.

스푸너에 따라 다르지만 작년만 해도 수십명이 억대 연봉을 벌어들였다. 스푼라디오에 다니다가 퇴사한 직원이 지금 스푸너로 데뷔해서 우리 회사에서 받던 연봉보다 더 많이 벌고 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 알아서 노하우가 생긴다고 하더라. 나도 방송을 켜봤지만 아무도 안 들어왔다.

Q. 같은 오디오 기반 서비스지만 팟캐스트와는 또 다르다. ‘생방송’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뭘까.

A. 초창기부터 해외 진출을 필수로 생각했다. 당시에 ‘미어캣’, ‘페리스코프’ 등이 실시간 방송을 선보이면서 주목받았다. 그래서 싱가포르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인 ‘비고 라이브’, 중국의 ‘라이브 미’ 등을 벤치마킹했다. 일본에 진출한 대만 서비스 ‘M17’도 눈 여겨 봤다. 다만 전부 동영상 기반 서비스였고 우리는 오디오 서비스를 기획한 게 차이점이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 특히 라이브 스트리밍 분야는 ‘절대강자’가 없다. 이제 막 태동하는 시장이라 전체적인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동시에 성장 가능성도 크다. 기존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시장을 고려하면 오디오도 최소한 절반까지는 커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팟캐스트는 녹음된 방송이 중심이다. 전문성 있는 콘텐츠가 많다.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있는 콘텐츠보다는 시사교양 쪽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면서,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는 콘텐츠가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팟캐스트와 이용자층이 다르니 수익도 다르다. 생방송이 주는 강점인데, 스푼을 지불했을 때 오는 ‘리액션’이 있다. 돈을 내면 돌아오는 게 있는 거다. 내 사연도 읽어주고, 나를 챙겨주고, 이런 ‘즉각적인’ 장점이 있다. 사람의 감정을 연결해주는 라디오의 특성은 똑같이 갖추되, 그걸 모바일로 구현했다고 보면 된다.

Q. 해외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했다.

A. 한국보다는 해외 시장에 좀더 집중해왔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미국 등 20개국에서 6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인지도도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서 더 높다. 가장 먼저 진출한 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었다. 유튜브는 데이터가 많이 소모되는데, 스푼은 10분의 1 수준으로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생방송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활성화는 잘 되고 있다. 청취자도 많다. 하지만 수익화가 쉽지 않았다. 후원이 잘 발생하지 않는 편이다. 결제 단위도 상대적으로 작다. 한 달 월급이 우리나라 돈으로 10만원인 분들도 많다. 그래서 동남아시아 지역은 광고 비즈니스를 목표로 투자하고 있다.

Q. 일본에서 유독 강세를 보인다.

A. 오디오 플랫폼의 특성과 시장의 성향이 잘 맞아떨어졌다. 일본은 전세계적으로도 ‘성우’ 팬덤이 잘 갖춰져 있고, 오디오 콘텐츠 소비가 매우 활발하다. 카메라에 등장해 얼굴을 노출하는 것을 꺼려하는 성향도 있는 편이다. 일본은 전세계에서도 라이브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가 늦게 성장한 나라에 속한다.

동시에 다양한 장르의 ‘덕질’이 활성화돼 있다. 스푼은 얼굴 노출 없이 닉네임을 사용하면서 소통하는 온라인 공간을 이들에게 제공해준 거다. 연결되고 수익을 내는 선순환 구조가 다른 나라보다 빨리 자리 잡혔다. 현지화에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Q. 성적인 대화가 오가거나 욕설, 비하 등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A. 자동으로 신고 처리되는 기능이 구현돼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24시간 모니터링 인력도 두고 있다. 오디오라 음란 콘텐츠 비중이 동영상 대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십수건씩 사이버수사대에 지속적으로 신고하고 있고, 벌금형 받은 이용자도 있다. 정부(방심위)가 권고하는 기준에 맞춰 선정적이고 혐오적이고 인격모독적인 콘텐츠들은 제재하려 노력 중이다.

Q. 이용자 사이에서는 서버가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있다.

A. 예상 트래픽을 초과해 성장하고 있어서다. 서버에 투자를 많이 하려 노력 중이다. 개발인력 채용도 그렇고 클라우드 사양도 최신 사양으로 쓰고 있다. 작년 초까지는 외부 솔루션으로 라이브 생방송 기능을 제공했는데, 지금은 내부에서 개발한 자체 기술로 생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기가 더 편해졌다.

Q. 하반기 계획은.

A. 다자간 전화연결을 지원하기 위해 자체 개발 중이다. 글로벌 기준으로 마이쿤은 전체 150명 규모다. 그중 3분의 1이 개발인력이다. 올해 연말까지 50여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인데, 개발자를 제일 많이 구하고 있다. 서비스 안정화를 제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고, 매달 기능을 업데이트하면서 개선하고자 하고 있다. ‘음성필터’ 같은 재미 요소들도 추가해나갈 계획이다. 또 국내에서는 25~34세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자 한다. 연령대 특성을 고려해 전문성 있는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작년 10월에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 일본에서 잘 됐어도 미국 시장은 다를 텐데 잘 될 수 있겠냐’는 걱정이 컸다. 팟캐스트를 보면 정치나 시사가 대부분이고 유료결제하는 문화가 잘 정착한 편은 아닌데, 팟캐스트 시장규모가 큰 미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그래서 생방송을 하면 똑같이 생산해도 수익을 더 낼 수 있다며 설득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에서도 수익성을 검증해야 하는 단계다.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