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SNS에세이] 기안84 ‘여혐논란’과 네이버웹툰

2020.08.13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웹툰작가 겸 방송인 기안84(본명 김희민)가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이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웹툰 연재 중단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오후 7시 기준 7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13일 기안84는 지적을 받은 304화 ‘광어인간 2회’ 말미에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앞서 지난 11일 올라온 복학왕 304화에서는 능력이 없어 정직원 전환 가능성이 낮아 보였던 인턴 봉지은(여자 주인공)이 회식 자리에서 ‘조개’를 배에 얹고 깨부수는 장면이 묘사됐다. 돌연 최종합격이 된 봉지은은 이후 40대 남성 상사와 교제하는 사이로 그려진다. 작중에서 성관계에 대한 언급도 나오면서 여성혐오 논란이 일었다. 성(性)상납이 연상된다는 지적이었다. 유료결제로 웹툰을 먼저 본 독자들도 극의 흐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담은 댓글을 남겼다. 사태가 커지자 네이버웹툰은 내용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 논란이 일자 수정된 웹툰의 한 장면.

기안84는 사과문에서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며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끼고 봉지은이 물에 떠 있는 수달을 겹쳐지게 표현해보고자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했다”며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복학왕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는 작중에서 ‘룸빵녀’라는 호칭을 사용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는 웹툰에서 청각장애인 및 인종차별·생산직 노동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청각장애인을 희화화한 데 대해 공개사과할 것을 촉구했고, 기안84는 “신중하겠다”며 사과한 바 있다.

이처럼 반복되는 소란의 책임으로부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네이버웹툰은 작가가 작품을 보내면 모두 편집자의 검수를 거친다고 말해왔다. 다만 기본적인 검수 매뉴얼은 있으나 작품과 작가마다 다르며, 해당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편집자를 거쳐 웹툰이 발행되는 구조인데도, 논란이 발생하면 작가가 전면에 나서서 사과하거나 수정하는 모양새가 거듭되고 있는 것은 문제로 보인다. 하나의 잣대를 들이대 창작 의욕을 꺾거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되겠지만, 플랫폼이 콘텐츠 유통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창작자와 책임을 나눠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날 네이버웹툰 서비스 담당자는 복학왕 웹툰 하단의 ‘작가의 말’을 빌려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향후 작품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작가님과 함께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