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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이상한 아이폰4 예판…물량 없이 소비자 줄세우기?

2010.10.07

급작스럽게 출시가 연기되며 한 차례 홍역을 치룬 후, KT가 아이폰4의 예약 가입을 시작한 지 한 달 반이 넘었다. 정식 출시된 지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출시 전이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사실이 있다. 일반 대리점에서는 아이폰4를 구경할 수 없으며, 온라인으로 예약 가입을 하더라도 대체 언제쯤 아이폰4를 수령할 수 있을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아이폰4는 38차수(16GB 기준) 예약 물량에 해당하는 약 25만 대 가량이 개통됐으며, 6일 현재 예약 가입자는 60차수까지 밀려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신규 물량의 입고가 지연되면서 지난달 29일부터는 개통이 아예 중단된 상황이다.

KT 폰스토어에서는 60차수의 예약 가입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개통은 38차수에서 멈춰있다

아이폰4의 개통 중단은 일차적으로 전세계적인 물량 부족 현상에서 비롯됐다. 아이폰4는 ‘데스그립’ 등 갖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애플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제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면 바로 동이난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그러나 개통 중단의 원안이 어디에 있느냐를 떠나서 KT가 현재와 같은 예약 가입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당초 KT가 지금과 같은 아이폰4 예약 시스템을 마련한 것은, 아이폰3GS 예약 당시 발생했던 여러가지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예약 가입에게 우선 배송하겠다고 밝혔던 원칙이 무너지는 등 여러가지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좋은 제품을 출시하면서도 욕을 먹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KT는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번 예약 판매에서는 온라인 폰스토어를 통해 예약 창구를 일원화하고, 대리점 방문 수령을 원칙으로 삼았다. 예약 가입자수를 1만 명 꼴로 한 차수로 묶어 물량을 확보하는데로 상위 차수부터 우선 개통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먼저 예약한 소비자에게 먼저 제품을 주겠다는 취지는 좋다. 문제는 물량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왜 예약 가입을 두 달 가까이 지속해야 했느냐 하는 것이다.

KT가 일주일 동안 22만 명의 예약 가입자를 모은 뒤 잠시 예약 가입을 중단했던 적이 있다. 그 때 예약 가입을 멈추고 정식 출시를 준비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다. 그랬다면 늦어도 9월 중순에는 예약 가입자의 개통을 진행하면서 9월 말에 대리점을 통해 정식 출시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예약 가입자가 몰리는 사태를 목격한 KT는 무리하게 이틀 후에 ‘2차 예약’이라는 이름으로 예약 가입을 재개하기에 이른다. 이 선택으로 인해 좋은 제품을 어렵게 선보이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욕을 먹어야 했던 작년과 같은 상황을 다시 겪고 있다.

개통이 중단되면서 KT 폰스토어 고객센터와 아이폰4 전용 고객센터에는 향후 개통 일정을 묻거나 개통 지연에 따른 불만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고객센터에 전화 문의를 하려고 해도 잘 연결이 안될 뿐더러, 고객센터 게시판에도 문의가 쏟아지면서 제대로 답변이 달리지 않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배송 지연 뿐만 아니라 고객센터의 대응 태도에도 문제가 많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KT가 예약 가입을 중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KT가 지금 당장 예약 가입을 중단하더라도, 약속대로 예약 가입자에게 우선적으로 배송하기 위해서는 20만 대 이상의 물량을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해야 하기 때문이다.

8월 예약 가입을 시작한 이후 25만 대의 물량을 확보하기까지 한 달 반의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미루어볼 때, 기존 예약 가입자에 모두 배송을 마치고 전국 대리점에 공급할 물량을 확보하기까지는 적어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예약 가입을 중단하면 그 시간 동안 아이폰4의 추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차이나유니콤은 선주문량 20만 대가 동이나자 아이폰4의 예약 판매를 중단했다

이 때문인지 KT는 당분간 현재와 같은 예약 가입 형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개통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KT는 “아이폰4를 언제 살 수 있냐” 소비자들의 문의에 “KT폰스토어를 통해 예약 가입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KT는 “현재 진행중인 예약 가입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아이폰4의 물량 부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우선 순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KT는 8일부터 16GB 39차, 32GB 34차 예약물량부터 개통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개통이 이루어질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KT는 “아이폰4를 기다리시는 고객들의 애타는 심정을 절실히 알고 있으며, 하루라도 개통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물량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약없이 온라인으로 줄을 세우다가는 KT도 수많은 대기자들의 불만을 감수해야 하고, 소비자들도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전세계적인 아이폰4의 열풍이 한 풀 꺾이지 않는 한,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에서 온라인 단독으로 판매되는 사상 초유의 휴대폰이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라리 9월 말 중국에서 아이폰4를 출시한 차이나유니콤의 대응이 깔끔하다. 차이나유니콤은 일주일만에 20만 대의 선주문 물량이 동이 나자 예약 가입을 중단하고 추후에 다시 판매를 재개하겠다고 공지했다. 국적을 떠나 물량이 없으면 예약을 받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ezoomin@bloter.net

블로터닷넷 기자. 모바일의 시대에 모두 다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 모바일, 스마트폰, 통신, 소통 / 따뜻한 시선으로 IT 세상의 곳곳을 '줌~인'하겠습니다. ezoomin@bloter.net / 트위터 @ezoo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