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세이] 개통령의 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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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 훈련사와 세상을 떠난 그의 반려견 ‘다올’/사진=강형욱 인스타그램 갈무리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에게는 4마리의 반려견이 있었다. 그 중 강 훈련사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만난 ‘다올이’는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도 가끔 등장해 늠름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강 훈련사를 서포트하며 문제견의 고민 해결에 도움을 주곤 했다. 강 훈련사 또한 다올이에게 남다른 애착이 있었다. 그가 말하길, 어느 날 다올이가 매일같이 가지고 놀던 낡은 장난감을 버린 적이 있다며, 그리고 다올이가 쓰레기통을 뒤져 그 장난감을 찾아 입에 물고 자신에게 온 모습을 보며 오랫동안 마음 속에 미안함이 남았었다고 한다. ‘진정성의 상징’인 강형욱 훈련사가 다올이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다올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다올이가 긴 투병 끝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강 훈련사는 SNS에 “다올이가 그제 하늘로 갔어요. 가족 품에서 편안히 갔습니다. 그동안 다올이를 예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적으며 건강했던 다올이와 함께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을 올렸다. 다올이의 영정사진도 함께였다. 다올이는 지난 7월6일 세상을 떠났지만, 강 훈련사의 SNS와 유튜브에는 오늘까지도 그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다올이가 ‘강아지 별’에서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강형욱 인스타그램 갈무리

다올이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 특히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깊이 슬퍼하고 아파하는 이유는 단순히 다올이가 유명인의 반려견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부터 미디어에 모습을 비추기 시작한 이 괴상하면서도 상냥한 훈련사는 이제껏 본 적 없는 방법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반려견 가족을 찾아가 보호자를 설득하고, 때로는 야단치고, 어느 때는 그들에게 무릎까지 꿇으며 반려견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하고 또 부탁했다. 강 훈련사는 ‘개통령’이라고 불리며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시청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때로는 강단에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한국사회 속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산책하는 강아지를 향해 고함치며 달려오는 아이들과 그를 방치하는 부모들, 왜 개를 바깥에 데리고 나오냐고 윽박을 지르던 사람들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펫샵에서 강아지를 분양받는 대신 유기견 센터를 찾아오는 예비 보호자들이 늘어났고, 어느 유명한 온라인몰의 광고에서조차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를 사용해 국제 마케팅 어워드를 수상했다. 강형욱 훈련사의 역할이 전혀 없었다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제나 바쁘게 뛰고, 문제견에게 물려가면서도 반려견을 향한 사랑과 관심에 대해 호소할 때의 그는, 그리고 그의 말에는 어딘가 기묘하고 진실된 설득력이 있었다. 사회가 반려견을 바라보는 시각은 바뀌어갔다.

“다른 보호자들의 강아지를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러다 보니 우리 강아지들은 집에서 (혼자) 오래있더라구요. 그래서 항상 미안해요”

강 훈련사는 어느 강의에서 이런 말을 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티비만 틀었다하면 문제행동을 하고 있는 집을 찾아가 10시간이 넘도록 훈련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만 봐도 예상할 수 있다. 다른 반려견과 보호자를 위해 쏟은 시간만큼, 또 강단에서 예비 반려견 보호자들을 상대로 강의를 펼친 횟수만큼, 그는 자신의 반려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사이 다올이는, 그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을까. 하지만 그 덕분에 ‘세나개’와 ‘개는 훌륭하다’를 비롯해 그를 거쳐간, 아마도 100여마리가 넘는 반려견과 수백명의 보호자들은 조금 더 나은 삶을 갖게 됐을 것이다.

다올이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후, 그가 출연 중인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다올이를 강 훈련사와 함께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다올이의 영정사진을 찍었다. 강 훈련사는 이날 “다올이가 떠난 뒤에, 내가 다올이를 너무 많이 기다리게 하지 않았던 보호자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을 아쉬워했다. 다올이의 죽음을 슬퍼하는, 적어도 강형욱 훈련사로부터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아 조금 더 나은 반려생활을 하고 보호자들은, 어찌보면 모두 다올이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다올이의 죽음에 더 많이 아파하고 슬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날 강 훈련사는 결국 눈물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저도, 그냥 개 키우는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