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네이버웹툰, 혐오 장사 중단하라” 네이버 회원 1167명 요구

여성단체 등 "네이버웹툰은 방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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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속 여성혐오, 소수자 혐오 논란 뒤에는 구조적으로 이를 방관했던 네이버웹툰이 있다” 웹툰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가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을 둘러싼 논란이 네이버웹툰으로 번지고 있다.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유니브페미 등은 19일 오후 네이버웹툰 본사가 있는 분당 크래프톤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네이버 이용자 1167명이 자신의 ID를 적은 서명 요구안을 네이버웹툰 측에 제출했다.

요구안의 내용은 ▲기안84의 작품 <복학왕> 연재 중단 ▲여성혐오적이거나 소수자 모욕적 내용을 담은 연재물에 불이익 조치 ▲여성혐오적・소수자 비하적 게시물 금지조항 신설 등이다.

이들은 “기안84의 여성혐오의 든든한 뒷배는 네이버와 네이버 웹툰”이라며 “네이버웹툰은 이용률 1위 포털임에도 마땅히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묵인되고 방조되었던 혐오할 자유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화계 “표현의 자유, 조롱할 자유 아냐…네이버웹툰 함께 책임져야”

논란은 지난 4일과 11일 올라온 <복학왕> ‘광어인간 1·2화’에서 불거졌다. 이 연재분에서는 역량 미달로 정규직 전환이 어려워 보이던 인턴 ‘봉지은’이 마지막 회식 자리에서 40대 남자 상사와 성(性)관계를 가진 뒤 채용이 된 듯한 내용이 연출됐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인공 여자가 본인보다 나이가 20살이나 많은 대기업 팀장과 성관계를 해 대기업에 입사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희화화했다”며 해당 웹툰의 연재 중단을 촉구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현재 이 청원글에는 11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기안84는 문제로 지적된 일부 장면을 수정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며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만화계성폭력대책위 성수현 대표는 “여성혐오와 지역혐오, 농인의 수어를 청인의 욕설에 사용하는 등 비윤리적인 연출에 대한 항의는 몇 년째 반복되고 있으나 네이버 측은 ‘주의하겠다’는 답변 외에 구체적 개선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 대표는 “가장 문제적인 것은 대다수 작품이 전 연령층에 서비스되고 있으며, 어린 나이대 독자는 이러한 혐오를 그대로 학습해 재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네이버 측은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하에 작가의 작품 방향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나,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 약자를 조롱할 권리를 주는 자유가 아니며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복학왕>은 248화에서 청각장애인이 생각하는 문구를 어눌하게 표현해 문제를 지적받은 바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들은 “농인이 말뿐 아니라 생각도 어눌한 것처럼 희화화했다”며 기안84에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2017년에는 웹툰 <뷰티풀 군바리>이 여성의 신체를 선정적으로 연출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연재중단 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만화계성폭력대책위는 제출한 요구안과 더불어 ▲네이버에서 서비스하는 작품의 작가들에 대한 정기적이고 구체적인 윤리 및 성인지 교육 실시 ▲사회적 약자 혐오 논란이 있는 경우 편집부에서 수정, 권고 조치 ▲사회 윤리적 시각을 다루는 만화의 다양성 보장과 연령대에 맞는 작품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네이버웹툰에 요청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편집부 외에 이용자 불편사항이나 다양한 이슈에 대해 빠르게 감지하고 공유하는 모니터링 조직의 역할과 책임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각 서비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관점 및 시각, 변화하는 흐름 등에 대한 교육도 보다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