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신소] 비접촉식 체온계는 무슨 원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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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닿지 않고도 체온이 측정되는 비대면 체온계, 원리가 궁금해요”

국내에 시판 중인 비접촉식 체온계 / 출처=휴비딕

위드(With) 코로나가 현실이 되고 있는 요즘, 바깥 출입은 찜찜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입장 전에 체온 측정을 요구하는 곳들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다소 번거로워도 코로나19 발병 의심자를 가려내는 첫걸음이 37.5도 이상의 발열 여부 확인이라고 하니, 내 몸이 아무리 멀쩡하게 느껴져도 꼭 협조해야 할 일입니다.

가만 보면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언택트(Untact)’라 불리는 비접촉, 비대면 바람이 체온계에도 불어온 듯합니다. 분명 어릴 때 집에선 겨드랑이에 체온계를 꽃고(그 차가운 감촉!) 기다리는 수은 체온계를 많이 썼고, 학창시절에는 귀에 넣어서 체온을 재는 고막 체온계가 대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요즘에는 이마 앞에만 잠깐 대면 금방 체온이 측정되는 비접촉식 체온계를 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매장 앞에서는 아예 사람들의 체온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스캐너도 심심찮게 놓여 있죠. 정확성은 차치하고, 일단 타인과 체온계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적습니다. 그런데 아마 오가면서 한번쯤은 “과연 어떻게 체온을 재는 거지? 믿을 수는 있는 건가?” 같은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을 텐데요. 오랜만에 문을 연 블로터 흥신소에서 알아봤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열’일하고 있던 적외선

답은 ‘적외선’에 있었습니다. 적외선은 가시광선이 아니라 눈에 보이진 않지만 탁월한 열 전달력과 강한 공기 중 투과력을 지닌 파장입니다. 그 자체로 열 측정에 최적화된 성질을 지닌 셈이죠.

재밌는 사실은 모든 생물이나 물체는 각자 지닌 온도에 따라 이 적외선 에너지를 상시로 뿜고 있다는 겁니다. 즉, 비접촉 적외선 체온계는 대상이 발산하는 적외선 에너지를 열 수치로 변환하는 것이 기본 원리입니다. 종종 체온계 등에서 나오는 빨간빛을 통해 열을 잰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단순히 열 측정 부위를 표시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체온계는 적외선을 쏘는 게 아니라 ‘흡수’함으로써 체온을 측정하는 겁니다.

물체가 지닌 열에 따라 다른 강도의 적외선 에너지가 방출된다 / 자료=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유튜브 갈무리

이미지 센서가 없으면 체온계, 있으면 열화상 카메라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비접촉식 체온계나 열화상 카메라도 모두 적외선 기반입니다. 둘 모두 사물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측정하는 원리인데요. 체온계는 센서로 들어온 적외선을 전기신호로 변환해 디지털 화면에 숫자로 표기해주는 것이고, 열화상 카메라는 추가로 적외선 이미지 센서까지 거쳐 적외선의 세기와 위치를 분석해 이미지 형태로 그려내는 것입니다.

이때 적외선 촬영 렌즈는 오직 적외선만 걸러내므로 육안으로 보면 투명하지 않고 까맣게 보입니다. 여담으로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소형 열화상 감지 모듈도 해외마켓에서 판매하곤 하는데요. 가격이 비싸 널리 쓰이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런 비접촉식 열 측정기는 원래는 직접 접촉할 수 없는 고열의 용광로나, 공항 등에서 다수의 유동인구 체온을 실시간으로 재기 위해 많이 사용돼 왔습니다. 무엇보다 접촉식처럼 대상의 온도를 변화시키지 않고도 측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비접촉식 체온계의 올바른 사용법 / 자료=식약처

비접촉인데 믿을 수 있나?

그럼, 이런 비접촉식 체온계는 믿을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몸에 직접 대는 것보단 정확성이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관해선 2005년 중앙대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에서 발표한 연구논문을 참고해볼 수 있습니다.

해당 연구는 200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중앙대 부속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환아 1050명을 무작위 선출해, 정확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진 ‘수은 체온계’를 표준으로 ‘고막 체온계’와 ‘이마 체온계’의 측정 유사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셋 모두 측정 결과에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막 체온계와 이마 체온계는 평균적으로 약 80% 이상의 측정 민감도를 나타냈으며, 연구진은 “민감도와 양성 예측률이 매우 높은 만큼, 가정이나 병원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논문에선 오히려 이마형 적외선 디지털 체온계가 진보된 측정 기술 및 위생·안전문제를 개선한 제품이라고 평가했네요. 불량품이 아니라면 비접촉식도 충분히 믿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만, 적외선 체온계의 평균 가격이 7~10만원 전후로 비싸다 보니 해외에서 저가의 체온계를 직구하는 소비자들도 있는데요. 지난 2018년 11월 식약처는 해외직구로 유통된 브라운 체온계(널리 쓰이는 고막식 체온계 제품) 13종 중 무려 12개가 ‘가짜’라는 진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최근 체온계 수요가 높아진 만큼 또다시 불량제품들이 유통되고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구입에 앞서 정식 수입허가를 받은 제품인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식약처가 적발한 가짜 브라운 체온계. 오른쪽이 가품으로 구분이 쉽지 않다 / 자료=식약처

몇 가지 꿀팁, 이마가 아닌 관자놀이 온도를 봐라

△체온계마다 온도가 다른 이유는? = 체온계 모델마다 오차 허용범위가 미묘하게 다르고, 표면 재질에 따라 열 방사율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측정은 역시 피부 표면이 가장 정확하다고 하는데요.

참고로 이마 체온계는 본디 이마 중앙이 아니라 좌우 관자놀이를 측정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피부 밑 혈관의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인데, 관자놀이 아래에 이런 혈관들이 많이 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막 체온계 역시 고막의 혈관 온도를 재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겨드랑이 체온은 왜 낮게 측정될까? = 인체는 각 부위별로 온도가 각기 다릅니다. 항문이 가장 높은 온도를 나타내고, 겨드랑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약 0.5도 내외)가 측정되는데요. 겨드랑이의 경우 정상체온 범위(34.7~37.4도)도 이마 체온계(36.6~37.8도)과 다릅니다. 즉, 정상 체온일 때는 겨드랑이 온도가 다소 낮게 측정되더라도 그것이 실제 고장인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