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자유로운 선택 원한다”…HP SW 수석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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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 재미난 보도자료가 하나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20년간 ‘윈도우’ 사업 부문을 이끌었던 베터랑인 빌 벡트(Bill Veghte) 옛 마이크로소프트(MS) 수석부사장이 HP의 기업용 소프트웨어사업 수장으로 옮긴 것이다. 그는 윈도우 서버와 윈도우 7의 개발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부무을 이끌어 오다 올 1월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났고, 5월에 HP에 합류했다. HP는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다음가는 소프트웨어 회사지만 매출 규모로는 아직 한참 멀었다. 4조원 밖에 안된다. 수십조원을 버는 경쟁사에 비해서는 HP가 가야할 길이 멀다.

그가 방한해 기자들과 만났다. 빌 벡트 HP 소프트웨어 부문 수석 부사장은 HP 합류 배경에 대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들의 비즈니스 요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에서는 HP만의 능력이 있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HP 소프트웨어 부문은 모든 IT 기술들을 조합해 보안과 자동화, IT 인프라 관리의 자동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엔 인수합병에도 엄청난 돈을 쏟아붇고 있다.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인 아크사이트를 15억 달러에 인수했고, 델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토리지 업체인 3P도 삼켰다. 이전에는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인 포티파이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 자동화 소프트웨어 업체인 스트라타비아도 인수했다. 올 초에는 이전에 인수했던 머큐리 제품을 자사 제품군과 완벽하게 통합 시킨 제품군도 쏟아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지난달 개최된 오라클의 오픈월드에서 오라클은 절친 HP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은 안했고 향후 IBM과의 경쟁만을 부각시켰다. 썬을 인수한 후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자사 장비에 최적화시키고 있으면서 자신의 경쟁사는 IBM이라는 것이다. 최근 IBM도 자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개발 단계부터 최적화시켜 통합시켜 나가고 있다. 오라클은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미들웨어, ERP와 같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모두 가지고 있다. 반면 IBM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전 영역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오라클은 점차 메인프레임 형태의 사업을 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린 산업계 표준 기술을 쓰기 때문에 폐쇄적이고 IBM만의 기술로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한 IBM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고객들이 이들의 행보를 곱게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HP는 바로 이 지점을 비집고 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그에 반해 HP는 인프와 관리와 보안, 제품 개발과 테스트와 관련된 제품,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등 여전히 IT 인프라 관련한 소프트웨어에 치중하는 모양세다. IBM은 지난 4년간 비즈니스 분석 시장을 위해 23건 가량의 인수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최근엔 네티자라는 데이터웨어하우스 업체도 인수했다. 그전에는 스토리지 업체인 EMC가 그린플럼도 낚아챘다.

이와 관련해 빌 벡트 수석 부사장은 “고객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고객들은 자신들이 플랫폼을 선택하길 원해요. 저희는 하나의 프레임워크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그 위해 고객들이 원하는 것들을 얹도록 하는 것이죠.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에서 보안과 관리는 무척 중요합니다. 보안과 자동화, 단순화에 계속해서 초점을 두고 있는 이유입니다”라고 밝혔다.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도 가장 중요해지고 있는 가시성 확보에서 이미 관련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부분 하이브리드 형태의 시스템을 고객들이 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클라우드와 관련해서도 퍼블릭이나 프라이빗을 적절히 혼합해 사용하듯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은 자신들의 고민을 할 파트너를 찾고 있고, HP는 그런면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의 인수 합병과 관련해서도 “보안과 단순화, 자동화 분야에 많은 투자를 단행했고,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전체적인 인프라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하게 됐습니다”라면서 “소프트웨어의 프로젝트 70%가 실패하고 있고,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예산의 70%가 디자인, 플래닝 쪽에 집중되고 있죠. 바로 이런 부문을 해소해 진짜 기업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HP가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지금까지의 HP 행보와 향후 행보가 어떻게 달라질 지는 미지수다. 최근 레오 아포테커 SAP 전 회장이 HP의 새로운 CEO로 합류했는 데 이 인물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만 20년을 지내온 인물이다.

빌 벡트 소프트웨어 부문 수석 부사장 역시 그렇다. 이전까지 HP의 소프트웨어 부문장들은 인수당한 회사의 인물이 맡기도 했었다. 그에 반해 이제는 확실한 전략가를 영입해 전체적으로 소프트웨어 사업을 정비하고 이끌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인물이 합류한 것만으로도 HP가 소프트웨어 부문에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HP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어떤 위치에 올라설지, 추후 실탄을 어느 분야에 쏟아부을 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석 시장과 관련한 대응에 대해서도 그는 “HP는 쉽게 물러서지 않고, 한번 기회가 있으면 꾸준히 밀고 나갑니다. 비정형 데이터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많은 분야로 준비하고 있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관련 업계에서는 HP도 DW 업체를 인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