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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2.0] “시골 할머니도 정보공개 손쉽게 요청하는 세상 와야”
by 이희욱 | 2010. 10. 13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꽤나 ‘고마운’ 공간이다. 이들은 일반 시민들이 궁금해할 만 한 내용들을 앞장서서 해당 정부 부처에 정보공개 요청하고, 이렇게 받은 공공정보들를 웹사이트에 차곡차곡 정리해 공개한다. 평소 어렴풋이 궁금증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나치곤 했던 공공정보들이 판도라 상자 열리듯 하나둘 세상에 공개된다.

1998년 정보공개법이 시행되면서 일반인들도 정부가 공개한 각종 정보들을 공개 요청 절차를 거쳐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지금,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동안 시민단체나 일부 언론에서 정보공개 제도를 활용해 기사도 쏟아내고 다양한 운동도 진행했지만, 언제부턴가 노력도 열정도 시들해졌다. 만 2년째 꾸준히 정보공개 운동을 펼치는 정보공개센터 존재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해 유네스코가 선정한 ‘2009 디지털 유산 어워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정보공개센터가 널리 남기고 유지해야 할 소중한 공간임을 유네스코가 인정한 셈이다.

허나, 이 곳 지킴이들을 만나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우리네 정부의 정보 공개 수준이 그야말로 가두리 양식장이요, 미로란 사실을 뼈아프게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상황 자체가 부조리극이다. 이들의 체험담을 오롯이 믿는다면 말이다.

▲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오른쪽)과 전진한 사무국장

“정부가 이른바 ‘거버먼트2.0′을 얘기하는데요. 실상은, 이미 있는 정보공개법도 제대로 안 지키고 있어요. 정부 홈페이지도 마찬가지에요. 검색이 잘 안 되니까요. 자료를 한 번 찾는데 30여분은 족히 걸리는 게 다반사입니다.”

정보공개 관련 석사학위까지 받은 ‘전문가’인 전진한 사무국장이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면, 일반 시민들이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찾기란 얼마나 어렵다는 얘길까. 요컨대 공공정보 개방을 위해선 정보 공개와 접근, 검색이란 3박자가 골고루 갖춰져야 하는데, 실상은 첫 단계부터 가로막혀 있다는 얘기다.

하승수 소장도 거들고 나섰다. “우리나라도 시스템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문제는 공무원들의 조직 문화입니다. 엄연히 법이 있는데도 정보공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요.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고, 잘한 일은 칭찬받고, 잘못되면 책임을 지면 될 일입니다. 정책결정권자 의지도 부족하죠. 그러니 좋은 단어만 갖다 쓰는 전시 행정이 될 가능성이 적잖은 겁니다.”

정보공개법 자체가 강제성이 없다는 점도 유리알 정부로 가는 발목을 잡는 주된 요인이다. 전진한 사무국장은 여러 차례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서 이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공무원이 법을 안 지켜도 사실상 불이익이 없는 게 지금 정보공개법의 현실입니다. 이를 바꾸려면 강제조항을 조례에 넣어야 하고, 잘 지키는 담당자에겐 보상도 해줘야 하죠. 그러지 않으니 몸을 움츠리게 되고 귀찮아하게 되는 겁니다. 시민들이 청구하면 오히려 ‘왜 그런 걸 알려 하느냐’는 식으로 고압적 자세로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입니다.”

그나마 정보공개법 시행 초기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이나 정보공개센터 같은 민간 영역에서 꾸준히 정보공개 의제를 붙들고 늘어진 게 이만큼이나마 정보공개 물꼬를 틔웠다. “예전에는 정보공개 절차 자체도 복잡하고 어려웠어요. 담당 공무원을 찾고, 전화를 걸고, 팩스를 넣고, 회신을 받기를 반복하다보면 30~40분을 훌쩍 넘기는 일이 태반이었으니까요. 그나마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 기록을 시스템화해 공개로 돌리는 일을 한 덕분에, 절차나 시스템이 편리해졌습니다. 요즘은 일반 시민들도 정보공개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도록 정보공개센터에서 교육이나 캠페인도 병행하고 있어요.”(하승수 소장)

공공기관 정보를 시민사회에 공개하는 일이 왜 중요할까. 전진한 사무국장은 이를 ‘자정 시스템’이란 말로 요약했다. “시민사회가 공무원의 활동이나 비리 등을 어떻게 일일이 감시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정보공개 청구가 일상화되고 많은 정보들이 공개되다보면 공무원 스스로 조심하게 됩니다. 실제로 중국도 지방자치단체 비리가 워낙 심해, 이를 막기 위해 지방 현 별로 정보공개 제도를 준비하고 있어요. 스스로 자정 효과를 갖게 되는, 일종의 ‘거름망’이 되는 셈이죠.”

하승수 소장은 공공정보 공개가 ‘민주주의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란 시민들 참여로 완성되는 제도인데요. 정보가 공개되면 이를 토대로 시민들이 정책결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고 정책 질도 높일 수 있습니다. 정보를 토대로 토론과 합의가 이뤄지는 게 성숙한 사회인데, 우리 사회는 주장만으로 토론이 이뤄지고 있잖아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니 사회적 이슈를 놓고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사실을 확인해주는 대신 말을 퍼뜨린 사람을 처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아닌가요?”

어디서부터 이 매듭을 풀어야 할까. 문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현실적인 방법으론, 법을 바꿔야 합니다. 그러려면 정책 결정권자의 의지도 중요하죠. 어려서부터 공공정보 공개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도 개편해야 하고요. 이제 정보를 청구해야 공개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시골 할머니도 거리낌없이 손쉽게 청와대에 정보공개를 요청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되길 바라는 게 무리한 요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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