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세이]모리셔스, 일본, 그리고 행동하지 않는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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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결국 악의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7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아 육성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사상가 함석헌 선생의 <씨알의 소리> 창간 5주년을 기념해 열렸던 시국강연회에서 김 전 대통령이 했던 약 185분 길이의 연설중 한 마디인데요. 최근 국제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있었습니다.

지난 7월 25일 모리셔스 남동쪽 해안에서 일본 화물선 ‘와카시오호’가 좌초돼 1000톤 이상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 들어간 일 기억하시죠? 대량의 기름이 바다에 퍼지면서 산호초는 물론 돌고래들이 뗴죽음을 당했습니다.

단순히 자연 파괴로 끝일까요?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어업을 주업으로 삼은 주민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수중폭포로도 유명한 모리셔스는 천혜의 자연 경관 덕택에 세계적인 관광지로 꼽혔는데 관광 산업마저 재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환경단체들은 모리셔스 해안을 복구하는 데만 5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피해 규모를 추산하기 어려울 만큼 천문학적인 규모의 피해를 입은 셈이죠.

이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어떨까요? 일본은 사고 직후 모리셔스에 정부 원조대 6명을 파견했습니다. 아무리 전문가로 구성된 원조대라고 하지만 6명이라는 규모를 납득하긴 어렵습니다. 단적으로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만 123만명 이상이 투입돼 기름을 닦아냈습니다. 복구에만 10년이 걸렸죠.

참다 못한 모리셔스 정부가 결단을 내렸습니다. 바로 어제(1일) 일본 정부에 배상액 32억엔(360억원)을 요구한 것이죠. 어선 100척을 살 수 있는 지원비 명목의 배상액을 요구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렇다 할 입장 표명없이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리셔스 주재 일본 대사관 측에서 “요청에 대해 신속히 실시하도록 준비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는 하나 사고가 발생한 지 한달이 지난 상황에서 듣기에는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모리셔스 정부의 배상액 기사에 달린 일본 누리꾼 댓글. /사진=5ch 홈페이지 갈무리

모리셔스의 배상액 요구 소식이 알려진 후 일본 누리꾼 사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오갔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5ch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인데요. “일본이 지불할 의무가 있느냐, 정부 대신 선박회사에 청구하라, 다케시마(독도를 일본 마음대로 부르는 말)를 줘라, 거지 나라”라는 등의 맹목적인 비난 여론이 많아 보입니다. 물론 “그 정도로 안 된다, 일본 정부가 당장 지불하라, 더 내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있습니다.

먼 나라 모리셔스에서 발생한 사고이지만, 책임의 주체는 일본 측에 있습니다. 와카시오호 선주는 일본 오카야마현에 사는 나가시키키센으로, 일본 해운사 쇼센미쓰이가 배를 수배해 브라질로 향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죠. 행동하지 않는 양심, 이대로 괜찮을까요?